(위 기사들 관련) 중국 언론에서는 안세영의 단일 시즌 12~13회 우승 달성 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필자는 내년 시즌 14~15개의 타이틀 획득이 가능하리라 본다. 심각한 다리 부상으로 중간에 휴식기를 가져야 했던 올 시즌이었음에도 11승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곧 있을 월드 투어 파이널 우승까지 포함), 시즌 내내 건강이 유지되기만 한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물론, 이 성적이 나오기 위해선 연간 최소 71~76승을 거둬야 하는데(우승까지 6승이 필요한 세계선수권 타이틀도 딴다는 전제 하에), 그렇다고 올해보다 더 많은 대회에 나가라는 말은 아니다.(내년만 뛰고 은퇴할 게 아니라면 체력 안배와 부상 예방을 위해 출전할 대회를 잘 취사선택해야 하리라.) 올해만큼의 대회에만 출전하더라도 그걸 모두 우승한다면 14~15회 우승을 하는 것이니, 결국 연간 승률을 얼마나 100%에 가깝게 가져가느냐가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안세영의 이런 위대한 도전에 유이(唯二)한 위협 요소라면 역시 라이벌인 야마구치와 천위페이다. 이 두 베테랑이 최근 나빠진 컨디션을 어느 정도 회복하느냐가 안세영의 내년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물론, 안세영의 컨디션만 좋다면 이들에게 패할 이유가 없지만, 좋은 컨디션인 그녀들과의 혈전은 다른 나머지 선수들과 2경기 이상을 치르는 만큼의 체력 소모를 가져오기에 그녀들을 자주 만나면 만날수록 시즌 후반부가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안 좋은 것은 대진운이 나빠서 같은 대회에서 야마구치와 천위페이를 차례로 만나는 것이고, 더 최악은 그런 불행한 대진운이 2주 연속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안세영의 체력이 바닥일 때 쌩쌩한 야마구치나 천위페이를 만나게 되면 이때만큼은 이기기가 쉽지 않다.(그래서 야마구치나 천위페이가 하루라도 빨리 왕즈이를 끌어내리고 자기 실력에 걸맞는 랭킹 2위 자리에 복귀하는 게 안세영을 위해서도 좋다. 지금처럼 야마구치와 천위페이를 8강이나 4강에서 만나게 되면, 그녀들을 이기고 결승에서 왕즈이까지 물리치고 우승하더라도 다음 대회에선 경기를 덜 치러서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야마구치와 천위페이를 다시 상대해야 한다.)
이 두 베테랑 이외에는 안세영에게 위협이 될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왕즈이나 한유에는 이미 성장의 한계가 명확하고, 상위 랭커들 중에서 그나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일본의 미야자키와 인도네시아의 와르다니 정도인데, 이 둘 모두 아직 기량과 체력에서 안세영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비록 올 시즌 미야자키가 안세영에게 게임을 뺐은 적이 있긴 하지만, 그건 안세영의 체력이 많이 저하되어 있을 때였고 그나마도 안세영의 역전승으로 끝났음을 감안할 때 실력 차이는 월등하다. 안세영과 동갑내기인 와르다니의 경우, 최근 다리 부상에서 회복한 듯 보이지만 부상 이전에 보였던 야마구치에 버금가는 대포알 스매시를 어느 정도나 되찾을지는 미지수다. 설령 그 막강한 공격력을 회복하더라도 전반적인 게임 운영 능력이나 샷의 정확도에서 야마구치만큼의 레벨은 아니기에 큰 위협은 안 될 것이다.
어쨌든 2주 뒤로 다가온 월드 투어 파이널에 이들 모두가 충분한 휴식기를 갖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전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다른 투어 대회에서는 비교적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과 맞붙는 16강까지는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려도 되었지만, 이 파이널만큼은 첫 경기부터 바로 3~4단 기어를 넣고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슬로 스타터(slow starter) 기질이 있는 안세영으로서는 방심 금물이다...... 안세영이 순조롭게 이번 파이널을 5전 전승으로 우승한다면, 필자가 위에 언급한 내년 시즌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