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큐 레슬러라는 별명을 가진 사쿠라바 카즈시는 프라이드 내 일본 선수 중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해 왔습니다. 사쿠라바가 있었기에 지금의 프라이드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활약 덕분에 프라이드는 인기를 얻게 됩니다. 특히 그레이시 일족을 차례 차례 꺾어 나간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미소가 아름다운 파이터 사쿠라바 카즈시에 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타이거 마스크를 꿈꾸며
절대 강해 보이지 않는 사람 좋은 인상.
사쿠라바는 살벌한 프라이드의 링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상을 지닌 몇 안되는 선수입니다. 그는 프라이드를 통해 격투계에서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과거 그의 모습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쿠라바가 격투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타이거 마스크 때문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유명하고 실제 프로 레슬링에서도 활약했던 타이거 마스크를 사쿠라바는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던 것입니다. 정의의 수호신 타이거 마스크와 같은 사람이 되고자 사쿠라바는 아마 레슬링을 시작합니다. 그 후 사쿠라바는 대학 재학중인 1992년, 타카다가 만들었던 UWF International에 입단해 프로레슬링을 시작합니다.
지금의 사쿠라바를 봐도 느낄 수 있지만, 그에게 있어서 프로레슬링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라고 생각됩니다. 상대를 도발하며 집단 난투극도 서슴지 않는 프로레슬링의 무대에 사람 좋은 사쿠라바가 올라가 있다는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프로레슬링 시절에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평범한 노력파 선수라는 인상만 남깁니다.
[사진] 스승인 타카다와 함께한 사쿠라바
UFC JAPAN 우승
그런 사쿠라바의 인생을 뒤짚는 한 시합이 1997년 요코하마에서 열렸습니다. 그 시합은 바로 UFC JAPAN. 당시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던 UFC가 일본에서 열렸던 것입니다.
종합 격투기의 역사편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UFC가 생긴 후 그레이시 일족이 엄청난 활약을 했었습니다.
일본의 에이스였던 타카다 노부히코가 힉슨 그레이시에게 패배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을 정도로 그레이시의 이름은 최강의 수식어가 되었습니다.
타카다의 애제자인 사쿠라바는 자신의 스승의 복수를 위해서 그레이시 유술 선수였던 코넌 시우베이러를 누르고 UFC JAPAN 토너멘트 우승을 차지합니다.(右.UFC의 코넌 시우베이러 전)
당연히 매스컴과 격투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고,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사쿠라바라는 선수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프라이드 데뷔
프라이드는 사실 타카다 노부히코와 힉슨 그레이시의 대전을 위해 만들어진 단발성 이벤트였습니다. 하지만 메인 이벤트 외의 시합도 덧붙여졌고 예상 외의 인기 몰이에 프라이드는 지금까지 계속되어 열리고 있습니다.
프라이드의 인기몰이를 일으킨 장본인은 역시 사쿠라바입니다.
프라이드2 부터 참전을 시작한 사쿠라바는, 첫 시합이었던 버논 타이거 화이트전에서 화려한 역십자 꺾기를 성공시키며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칩니다. 그 후 프라이드 3에서는 그라운드의 귀재 카를로스 뉴턴과 시합을 가지는데, 이 시합은 그라운드 공방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명시합이었습니다. 결과는 무릎 십자꺾기를 성공시킨 사쿠라바의 승. 사쿠라바의 무패 신화는 계속 됩니다.(左.카를로스 뉴턴에게 기술을 거는 사쿠라바)
그 후 비토 베우포드, 에벤젤 펀테스 브라가 등의 강호를 꺾으며 명실상부 프라이드 최강의 선수로 군림하기 시작합니다.
그레이시 일족과의 대전
사쿠라바가 프라이드에서 남긴 가장 훌륭한 업적이라고 하면 바로 그레이시 일족에의 연승일 것입니다. 그레이시 헌터라는 별명에 걸맞게 사쿠라바는 그레이시 일족을 차례 차례 꺾어 나갑니다.
최근에 니노 엘비스 셈프리라는 그레이시의 복병에게 케이오 패 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과거 그의 활약상을 생각해보면 동양인으로써의 자존심을 지켜준 위대한 선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右.니노 엘비스 셈프리에게 패배하는 사쿠라바)
사쿠라바가 프라이드에서 그레이시 일족과 대전을 한 것은 프라이드 8의 호일러 그레이시 전이었습니다. 그레이시 패밀리 중에서는 체격이 작은 편에 속하는 호일러를 사쿠라바는 암록을 걸어 TKO승을 거둡니다. 이 시합은 1950년대 브라질에서 열렸던 키무라 VS 에리오 그레이시를 연상시키는 시합이었는데요. 에리오가 그랬듯이 호일러도 시합을 중지시킨 것에 대해 반발을 했습니다. 50년이 지난 프라이드의 무대에서 과거 브라질의 시합이 오버랩 되는걸 보며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 후 사쿠라바는 프라이드 GP 2000 결승전에서 호이스 그레이시와 대전을 하게 됩니다. 이미 자신의 스승인 타카다가 프라이드 GP 2000 개막전에서 호이스에게 패했기에 스승의 리벤지전이기도 했던 이 시합은 프라이드 역사상 길이 남을 시합이 되었습니다. 총 시합 시간이 90분에 육박하는 시합이었는데요. 시합 전부터 그레이시 쪽에서 이런 저런 주문을 많이 해 와서 룰이 많이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그레이시 쪽에서 두 선수 중 어느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시합을 계속하자고 제의 해 왔고 사쿠라바는 흔쾌히 승낙을 했었습니다. 덕분에 90분동안 시합은 계속 되었고 휴식 시간에 호이스 측은 타월을 던져 시합을 포기합니다.
이 시합은 토너멘트였으므로 승자인 사쿠라바는 다음 시합에서 이고르 보브창칭과 붙었지만 전 시합에서 너무나 많은 스테미너를 소실했기에 TKO패를 당합니다. 토너멘트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호이스와의 목숨을 건 사투를 통해서 사쿠라바는 프라이드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당연히 세계의 유명한 격투가들은 사쿠라바를 이기는게 목표가 되었고 그와의 시합을 성사시켜 달라고 요구를 해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쿠라바를 목표로 하는 선수들은 늘어갔고 그 중 한 명이 지금 프라이드 미들급 챔피언인 반다레이 시우바였습니다.
[사진] 호이스 그레이시와의 90분에 걸친 사투
시우바의 악몽
사쿠라바는 호이스 이후에도 헨조 그레이시, 하이언 그레이시 등을 꺾고 그레이시 헌터로써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그런 사쿠라바의 활약을 바라보며 이를 갈던 선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반다레이 시우바였습니다. 시우바는 프라이드 7에서 칼 말렌코를 판정으로 꺾으며 데뷔를 합니다. 그 후 밥 슈라이버, 가이 메쳐, 단 핸더슨 등을 차례로 꺾으며 지명도를 높혀가고 있었습니다. 시우바는 시합 후 인터뷰에서「내 소원은 사쿠라바와 붙는 것이다」라고 매번 말하며 자신의 존재를 어필해 나갔습니다. 당시 사쿠라바는 프라이드 최강의 선수였고 시우바는 도전자의 위치였습니다. 둘의 시합은 결국 프라이드 13에서 성사되었고 위험하다 싶던 사쿠라바는 아니나 다를까 TKO패 당하고 맙니다. 시우바의 타격에 이성을 잃은 사쿠라바가 타격으로 맞받아치는 우를 범했고 결국 시우바의 사커 킥에 심판이 스톱을 걸고 말았습니다. 당시 언론은 사쿠라바의 이름에서 사쿠라 꽃을 연상해 사쿠라 꽃이 지고야 말았다고 표현했습니다.
언제까지라도 연승이 계속 될 것 같았던 사쿠라바였기에 팬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쿠라바 본인은「져서 다행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연승에 대한 압박감이 심했다고 합니다.
그 후 반다레이 시우바와의 리벤지 전은 두 번이나 더 열리게 되지만 사쿠라바는 전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습니다. 같은 선수와 세 번이나 시합을 한다는 자체도 굉장히 특이하지만, 세 번 모두 승리를 하지 못했던 점도 팬들에게는 사쿠라바의 몰락으로 비쳐졌습니다.
[사진] 시우바의 사커 킥에 케이오 당하는 사쿠라바
부활을 꿈꾸며
작년 11월 동키콩 케빈 란델만을 꺾으며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을 들었던 사쿠라바 이지만 연말에 열린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 전에서 아쉽게도 판정패 하고 맙니다.
최근 부진한 경기 운영으로 사쿠라바의 시대는 끝이라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그가 과거에 보여주었던 경기들을 생각하면 이대로 저무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울 뿐입니다. 경기 자체뿐만 아니고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해 온 사쿠라바는 프라이드 최고의 보물입니다.
요번 여름이 오기전에 복귀전을 준비하려는 사쿠라바는 아직도 일본 내에서는 최고의 인기 선수입니다. 동양인으로써 자존심을 지켜준 사쿠라바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글/사진. 조승현 holki@hanmail.net사쿠라바 카즈시(Kazushi Sakuraba)
생년월일 : 1968년 7월 14일
출신 : 일본 아키타켄
소속 : 타카다 도장
신장 : 182cm / 체중 92kg
1997년 UFC JAPAN 토너멘트 우승
클릭 정의진의 이종격투기
첫댓글 사쿠라바는 반드실바3차전에서의 몸무게가 91.5 이고.. 현재는 88-89입니다.
이고르와의 경기는 tko패가 아니라 판정에서 무승부가되고 연장전에 돌입하자 사쿠라바가 체력의 열세때문에 경기를 포기한 것이었죠~~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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