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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민족역사정책연구소 원문보기 글쓴이: 빛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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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움이 가득한 녹차밭. |
보성의 차밭은 호남정맥 분수령인 활성산(465m) 기슭에 주로 자리 잡고 있다. 보성읍과 율포 바닷가를 잇는 고갯길인 봇재 부근은 동양다원, 대한다원, 꽃다원 등 수십만 평에 이르는 차밭이 장관을 이룬다.
그중 대표 격이 대한다원. 파도처럼 밀려드는 진초록 차나무 이랑엔 생동감이 넘친다. 어린 아이 키보다 작은 차나무가 줄지어 산비탈에 빽빽이 들어서 있고, 수만 그루의 삼나무가 30만평의 차밭을 경호하듯 빙 둘러싸고 있다.
녹차밭 산책은 해뜨기 전후가 가장 좋다. 안개 속에 잠긴 고즈넉한 차밭을 거닐면 초록의 싱그러움 속에 저절로 시상이 떠오른다. 비경에 취해 차나무 사이 길을 걷다가 아무 곳이나 배경을 삼아도 멋진 사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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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여행지가 있다. 전남 보성이 그곳이다. 맑은 날에도 비가 내려도, 차밭은 여유와 청량감을 맛보게 해준다. 흐린 날 차밭 입구의 운치 있는 메타세콰이아길. |
특히 아름드리 삼나무 진입로를 갖춘 대한다원의 경우 흐린 날 안개 자욱한 삼나무 길은 환상 그 자체다.
보성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18번 국도변 봇재다원도 빼놓을 수 없는 비경이다. 봇재 고개 다향각은 광활한 차밭과 보성만을 한눈에 굽어보는 전망대로 부드러운 초록의 차밭이랑 문양이 인상적이다.
멀리 영천제 담수가 햇살에 일렁이면 더욱 환상적이다. 겨울이면 녹차밭 트리로 멋진 야경도 연출한다.
▶사람 냄새 진하게 나는 강골마을
보성 여정에 강골 마을도 빼놓을 수가 없다. 400년 전통의 광주 이씨 집성촌으로 개발을 비켜가 옛것을 잘 지키고 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독특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옛집 대청마루와 돌담길, 대숲과 정자가 어우러진 공간 등은 전통이 빚어낸 최고의 여름 휴식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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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마을 돌담길은 여유가 물씬 배어난다. 강골마을의 소리샘 주변 전경. |
이 마을의 행정지명은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동네 사람들은 ‘득량마을’, 또는 ‘강골마을’이라고도 부른다.
현재 스물 댓가구가 살고 있는 아담한 마을엔 인물들도 즐비하다. 6선 국회의원(이중재), 대법원장(이용훈) 등 쟁쟁한 인물들이 이 곳 출신이다. 때문에 보성 사람들 사이에서는 “강골 가서 벼슬자랑, 머리자랑은 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강골마을은 개발과 상술이 스며든 여느 전통 마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옛 모습 그대로의 생활 유적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마을 안길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초록의 이끼를 뒤집어 쓴 돌담이며 작은 도랑을 따라 곡선을 그리는 골목길.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마을 배치 등 굳이 풍수를 따지지 않더라도 안온한 느낌을 듬뿍 받을 수가 있다.
마을에는 30여 채의 집이 있다. 그중 두세 집을 빼고는 모두가 전통 한옥이다. 이 중 3채의 가옥과 1채의 정자는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집들은 전형적인 남도가옥 형태를 띠고 있는데, 타지방의 양반 종택과는 달리 잘 꾸며놓은 인위적 정원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대신 곡식을 말릴 수 있는 널찍한 마당과 곳간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을에서 첫 번째 방문지가 되고 있는 이식래 가옥(1891년 건립)의 경우 안채와 사랑채는 초가지붕인데, 곳간과 장독의 대문간에는 기와를 얹었다.
이 집안사람들의 평소 곡식과 간장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뒤뜰 꽃밭은 집안 여성들을 위한 배려의 공간으로, 뒤안에 화단을 마련했다. 경복궁 교태전의 ‘아미산’에서 엿볼 수 있는 건축양식으로, 축대를 쌓고 꽃밭을 만들어 볕이 잘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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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골마을 열화정. |
솟을대문이 기품 있는 이용욱 가옥(1904년 건립)도 볼만하다. 우선 이 집은 자연을 조경화 한 경우다. 집은 사랑채, 중간문채, 안채로 구분돼 있는데, 사랑채 마당보다 안채 마당을 돋웠고, 토방과 마루를 높여 안채 누마루에서도 바깥 조망이 시원스럽다.
특히 중간문채를 둬서 동구 밖 앞산과 멀리 떨어져 있는 선비바위가 코앞에 펼쳐지는 듯 한 자연 원근법을 적용했다. 널찍한 마당은 실용적 공간이다. 곡식을 말리거나 쌓아두기 편한 곳으로 활용했다.
특히 이용욱 가옥의 기품은 ‘소통’의 공간에서 더 돋보인다. 원래 이 집의 땅이었는데 마을사람들을 위해 ‘소리샘’이라는 우물을 파서 개방했다. 우물 바로 옆 담벼락에는 네모난 구멍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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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샘옆 담장에 뚫은 소통의 공간. |
이를 통해 제사나 잔치 음식을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우물가에서 들려오는 서민들의 소리를 귀담아 들었다. 이를테면 양반과 서민들의 소통의 창구인 셈이다.
강골마을의 고풍스런 멋과 옛 정취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정자 열화정(중요민속자료)이다. 대숲 옆으로 난 돌담길을 돌아 계단을 오르자면, 운치 있는 정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자태가 담양의 소쇄원 못지않다. 대문을 들어서면 팽나무 그늘 아래 연못이 있다. 누각형 마루에 올라앉으면 그 분위기에 절로 ‘여유(餘裕)’라는 두 글자를 떠올리게 된다. 대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풍경소리가 실려 청신함을 더한다. 조선 헌종 때 지은 건물이다.
열화정 오른쪽 대숲도 운치 있다. 대나무숲 사이에 드문드문 박힌 노송이 웅대하다. 그중에는 570년 수령의 고목도 있다. 대밭의 소나무들은 곧게 자란다. 때문에 좋은 기둥감을 마련할 수가 있다니 이 또한 선인들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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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골마을 대숲길. |
한편 ‘불편함을 감수하는 체험 마을’을 내세운 강골마을은 가족단위 체험객 사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오봉생가, 아치실댁 등 마을의 여러 고택에서 체험 할 수 있는데, 하룻밤 4~5만원(4인 가족 기준) 선이다.
식사는 아침-저녁을 마을 어귀 체험관에서 인심이 가득 담긴 순박한 시골밥상(1인, 한 끼 6000원)으로 맛볼 수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 갯벌체험과 녹차밭 기행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단, 마을 체험은 단체는 받지 않는다. 가족단위 내방객만 받는다. 이곳은 단순히 놀고먹는 관광지가 아닌, 전통의 가치를 느낄 수 있고, 진정한 도-농 소통의 장이라는 마을 사람들의 가치관 때문이다. 문의 : 061-853-1333
▶보성의 산소통 제암산자연휴양림
보성의 또 다른 명물은 제암산 자연휴양림. 봄이면 철쭉이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철쭉명산'은 피톤치드가 왕성하게 뿜어져 나오는 이름난 휴양림을 거느리고 있다.
호남정맥의 끝자락에 위치한 제암산(807m)은 근동 최고의 조망 포인트로 꼽힌다. 비록 1000m고지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정상에 서면 득량만과 차밭이 눈 아래 펼쳐지고 맑은 날이면 광주 무등산과 제주도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웅치면 소재 제암산 휴양림은 160ha의 방대한 숲속에 편백나무, 고로쇠나무, 굴참나무 등의 멋진 숲이 펼쳐져 있다. 특히 휠체어를 타고도 숲길 산책이 가능하도록 데크를 마련해둬 남녀노소 온가족이 편안한 삼림욕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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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산 편백나무숲. |
제암산의 압권은 편백나무. 맑은 향과 피톤치드 발생이 탁월해 짧은 시간 삼림욕으로도 신선한 기운을 얻을 수 있다. 숙박동 내부에도 편백나무 벽면을 설치해 쾌적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편의시설도 합격점이다. 자연계곡과 수영장 등 더위를 쫓을 만한 시설과, 숙박동, 몽골텐트 등을 갖추고 있다.
제암산휴양림에서는 고향마을의 정겨움과 사람냄새도 맡을 수 있다. 봄이면 휴양림 직원들이 고로쇠 물을 채취해주고,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에는 휴양림에서 생산한 표고버섯도 맛볼 수 있다.
또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숲속 유치원과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각종 체험교실, 단체이용객을 위한 세미나실 운영과 숲속 음악회 개최, 여름철 물놀이장 운영 등 자연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휴양림관리사무소 : 061-852-4434
▶워터파크와 해수욕을 동시에 율포해수욕장
여름 보성의 매력은 근사한 해수욕장까지 갖췄다는 점이다. 겨울철 녹차해수탕으로 유명한 율포해변은 여름이면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최고의 바다 휴양지로 변신한다.
남해의 청정바다와 은빛 백사장, 그리고 시원한 솔숲이 어우러진 율포해수욕장은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전국 우수 해수욕장’으로 꼽힐 만큼 명품으로 통하는 곳이다.
보성군 회천면 동율리 소재 율포솔밭해변은 1930년대 개장된 유서 깊은 해수욕장으로, 무더운 여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남도의 대표 휴양지다.
해변을 따라 아름드리 솔숲이 밀생하고 있어 ‘율포 솔밭해변’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지닌 율포해수욕장은 길이 1.2㎞, 폭 60m의 은빛 모래밭이 부챗살처럼 펼쳐져 부드러운 해안선을 이룬다.
아울러 바둑돌처럼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가 천혜의 방파제 구실을 하고 있어 물살 또한 잔잔하다. 특히 바닷물에는 인근 뻘밭에서 녹아내린 다양한 미네랄이 함유돼 건강해수욕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다양한 놀이시설도 수준급이다. 그중 군 직영 ‘해수풀장’이 대표 시설이다. 지하 120m에서 용출되는 청정 심해수를 사용하는 데다, 천혜의 해안경관을 바라보며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어 가족단위 원스톱 물놀이 시설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해수풀장에는 성인용풀과 어린이용풀, 파도풀, 유수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튜브 슬라이드, 해적선, 스페이스볼, 우산분수, 워터건 등의 신나는 물놀이시설도 운영 중이다.
거기에 파고라, 야외벤치, 선탠장, 매점, 식당, 수영복코너 등의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어 여름철 물놀이 공간으로는 더할 나위 없다.
특히 해수풀장과 해수녹차탕에서 사용하고 있는 암반해수는 타 지역의 심해수에 비해 칼륨(K), 마그네슘(Mg) 성분이 무려 10배 이상 함유돼 있어 아토피 피부염의 예방-치료, 혈액순환, 탈모방지 등에도 효험이 있다는 게 보성군 측의 자랑이다.
▶문학기행의 명소 벌교
보성과 벌교는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아픔의 땅이다. 작가 조정래는 그 지난한 과정을 베스트셀러 소설 ‘태백산맥’으로 엮어냈다.
벌교읍 태백산맥문학관에는 작가가 소설을 구상하고 쓰고 출간되기까지 6년간의 집필과정, 취재노트, 육필원고, 언론 보도 내용, 사용하던 물품 등을 전시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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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 태백산맥문학관 내에 있는 현부자집. |
전시관 옆에는 소설 속 ‘현부자집’, 박 씨 제각이 자리하고 있다. 한-일 주택양식이 혼재된 가옥으로, 소설에서처럼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명당이다. 특히 대문 2층 누각은 마을앞 논이 한 눈에 들어 올만큼 조망이 좋다.
중도방죽, 부용교, 철다리까지 이어지는 벌교포구 갈대밭은 순천만의 것과는 또 다른 운치를 자아낸다. 바다로부터 좁다랗게 포구로 향하는 갈대밭 물가에서는 요즘도 둥근게가 곧잘 잡힌다.
◆여행메모
▶가는 길=호남고속도로~동광주IC~29번국도 따라 화순~보성읍~웅치면~지방도 895호~제암산 자연휴양림
/보성읍내 2번국도~벌교-순천 방향 845번 지방도~득량 삼거리 주유소 앞 좌회전(851번 지방도~강골마을
▶뭘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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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녹돈 |
보성은 사철 미식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겨울부터 봄까지는 쫄깃한 꼬막이, 늦봄~여름에는 바지락도 맛있다. 사계절 별미거리로는 녹돈과 녹차 요리, 흑염소 양탕, 짱뚱어탕이 맛있다.
보성읍내에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33년 전통의 중앙식당도 토박이들 사이 별미집으로 통한다. 봄 주꾸미, 여름엔 서대회, 가을 전어회, 겨울 꼬막 등 계절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조기매운탕과 녹돈주물럭, 갈치백반이 인기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