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계절이 돌아왔다. 오늘은 술 얘기나 좀 해볼까...
예로부터 ‘가을비는 떡 비요 겨울비는 술 비’라 했듯이
겨울은 술 마시기도 좋고 술 마실 일도 많은 계절이다.
술은 마법의 묘약이다.
화가 나서 마시고 기분 좋아 마신다.
사랑을 시작하느라 마시고, 사랑을 잃어서 마신다.
술로 패가망신하는가 하면 성공을 축하하는 모든 자리에 축배가 빠지지 않는다.
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 술을 마시기도 한다.
시인 조지훈은 술 마시는 방법(酒道)에도 급수가 있다고 했다.
술은 용도나 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아주 못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안 마시는 사람을 불주(不酒),
마시긴 해도 술을 겁내는 사람을 왜주(畏酒),
마시긴 해도 취하는 것을 민망히 여기는 사람은 민주(憫酒),
돈이 아까워 혼자 은밀히 마시는 사람은 은주(隱酒),
술을 즐기되 반드시 용건과 연관지어 마시는 사람(商酒),
술보다는 여자에 목적을 두고 마시는 색주(色酒),
잠이 안와서 마시는 수주(睡酒),
식사때 곁들이는 반주(飯酒) 등이 있다.
詩人은 그 유명한 주도십단(酒道十段)이란 개념을 남겼다.
제1단 술의 참다운 맛을 배우기 위해 마시는 술(學酒)이니 주졸(酒卒)
제2단 술맛을 깨닫기 시작하는 애주(愛酒)의 경지 주도(酒徒)
제3단 술의 진미에 반한(嗜酒) 사람 곧 주객(酒客)
제4단 술을 탐하는(眈酒) 사람 주호(酒豪)
제5단 술을 보는대로 마시고 찾아서 마시는(暴酒) 단계 곧 주광(酒狂)
제6단 주도 삼매에 빠진(長酒) 사람 곧 주선(酒仙)
이 단계를 넘어서면 스스로 주의하여 양을 줄이게 되는데
제7단 술도 아끼고 인정도 아끼는(惜酒) 경지 곧 주현(酒賢)
제8단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함께 유유자적(樂酒) 곧 주성(酒聖)
제9단 술을 보면 즐거우나 더 이상 마실 수 없는(關酒) 단계 곧 술의 왕 주종(酒宗)
제10단 마시고 싶어도 마실 수 없는(廢酒) 단계, 곧 술로 인해 죽은 열반주(涅槃酒)
기독교 성서(바울 서신중)에도 '건강을 위해 술을 조금씩 마시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귀절 만큼은 모든 사람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 아닐 것이다.
술이 건강을 위하여 도움되는 경우가 있는데
재독 肝 전문의사 이종수 박사 책에 보면 당뇨와 혈압에 술이 도움된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그것은 취할 정도가 아닌 미량의 술을 말하는 것으로
혈압과 당뇨 때문에 술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정도의 말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된다. (이종수 <술은 약이다>2003)
현대에도 술에 급수를 붙인 사람들은 많다.
한가지 예를 들어볼까..
출처는 모르겠다. 한국 주당협회의 공인이 된 기준인지 사설 기준인지..
여기서 급수는 숫자가 높을수록 卒者고 단수는 숫자가 높을수록 고수를 말한다.
(바둑이나 태권도나 주산 부기나 마찬가지)
9급 술자리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8급 소주 반잔 맥주 한잔
7급 필름이 끊긴다
6급 소주 한잔 원샷
5급 술 마시고 외박 통산 20일을 넘겼다
4급 혼자서 소주 한병 이상
3급 앉은 자리에서 소주 3병과 맥주 2000CC 이상을 꿀꺽
2급 소주를 냉면그릇, 코펠 하나에 부어 원샷
1급 30일 이상 연속 소주 한병씩 들이킨다.
1단 1차 2차 3차... 12차 이상까지 음주 가능 (12시간 초과 음주)
2단 소주+맥주 소맥 폭탄주를 냉면그릇으로 원샷
3단 해장술의 양이 전날 밤 마신 술과 동일하다
4단 60일 이상 매일 소주 한병 이상을 마신다
5단 끼니마다 소주 반병씩을 반주로 마신다
6단 앉은 자리에서 소주 7병을 깐다
7단 술집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8단 30끼를 연속 술로 때운다
9단 물 마시고 싶을 때 술을 마신다
10단 술먹고 죽은 사람. 酒神
(참고, 남태우 <주당별곡>1999)
술 맛의 단계에 대해서는 1도 2기 3과 4랑 5처라는 말이 있다.
1盜 2妓 3寡 4朗(쳇 인터넷 쓰기에 女변의 良자가 없다 ㅠ.ㅠ) 5妻
훔쳐 마시는 술이 제일 맛있고
다음은 기생 끼고 젓가락 두드리며 마시는 술이요
세번째는 혼자사는 과부와 생각없이 마시는 술이고
네번째가 좋기도 하고 뒤가 걱정스럽기도 한 처녀와 마시는 술이며
마지막은 집에서 처와 함께 마시는 술이란 뜻이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이 술맛의 5단계론은 현대백과사전에서 삭제하는 것이
신상에 이로울 것이다.
소주 한병을 소주 전용 잔에 따르면 7잔이 나온다.
혼자 마시기엔 많고
둘이 마시자니 한잔이 모자라고
셋이 마시면 한잔이 남고
넷이 마시면 한잔이 모자라고
다섯명이 마시면 두잔이 남고
여섯명이 마시면 한잔이 남으며
일곱명이 마시자니 양이 적다.
그래서 7잔이란 이 묘한 숫자는 술을 한 병이라도 더 팔기 위해
주조 회사가 내놓은 아이디어라는 말도 있는데,
작은 소주병이 두홉으로 딱 떨어지는 것을 보면
7잔의 묘수는 병이 아니라 술잔의 크기에 있는 것 같다.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적당한 양의 술은(보통사람을 기준으로 할 때)
각기 그에 맞는 전용 잔에 두잔 정도가 알맞다고 한다.
알콜 농도가 낮은 술은 그만큼 잔이 크고 높은 술은 그만큼 낮은데
각기 전용잔에 두잔씩 마시면 혈중 알콜농도가 비슷해진대나.
이 이론에 따르면 술마다 전용 잔이 따로 있는 게 괜한 일이 아니다.
소주는 소주잔에 맥주는 맥주잔에
빼갈은 빼갈잔에 위스키는 위스키잔에 포도주는 포도주잔에..
각기 두 잔이면 무리가 없다.
헌데, 소주 한병 7잔이란 숫자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예로부터 술은 1-3-5-7로 마시라고 했던가.
그런데 다시 남태우 박사 <주당별곡>에 수집된 이론을 참조하면..
한잔은 呱杯 어린애의 술이니 너무 적어서 안되고
두잔은 單杯 단순히 술꾼의 술이어서 안되고
석잔은 品杯 품위있는 술이니 격에 맞으나 역시 적고
넉잔은 효杯 요란하고 시끄러운 술이니 안되고
일곱잔이 행운의 술잔이라 딱이다.
아홉잔은 너무 많아 좋지 않다고 하였다.
(여기서 한자 '呱單品효'는 뜻이 아니라 입口자의 숫자를 맞춰 쓴 것이다)
맥주잔에 파리가 빠졌다.
영국인 - 상 아래로 쏟아버리고 다시 주문한다
프랑스인 - 웨이터를 불러 주먹을 흔들며 다시 가져오라고 호통친다
독일인 - 새끼 손가락으로 건져내고 마신다
러시아인 - 눈살을 찌푸리지만 파리채 마셔버린다
중국인 - 파리를 건져 몸에 묻은 것을 빨아먹은 뒤 남은 맥주를 마신다
또다른 주장..
영국인 - 아무 말 않고 나가버린다
미국인 - 사진을 찍은 뒤 주인을 고소한다
스위스인 - 재빨리 파리를 건져 살려낼 방법을 모색한다
멕시코인 - 파리가 입에 들어가지 않도록 후후 불며 마신다
중국인 - 아까우니까 파리까지 그냥 마신다
한국인 - 손해배상을 기대하며 술집을 뒤집어 엎는다
일본인 -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기 술을 중국인에게 할인해서 판다
주인 - 손님들두 참. 그 쪼그만 파리가 마시면 얼마나 마시겠습니까?
술이 유죄
한 남자가 술을 마시다가 얼떨결에 낯선 여자를 껴안았다.
"죄송합니다 부인. 당신을 제 아내로 착각했어요."
"사과할 필요 없어요. 바로 저에요 여보."
글을 보면서 생각한다.. 나의 술 실력은 어디 해당할까.
깊이 생각할 것도 없다. 본래 이론이 많은 사람치고 실력있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술은 마실 탓이요, 길은 갈 탓이다. (한국 속담)
첫댓글 논리정연한 "술" 의 예찬에 깊은 찬사를 보냅니다,~&&&~ 머째이 우리 친구들 너무 과음 하지 마시구요 잰틀맨한 정신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