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조선업 2차 구조조정 그 평가와 진단
광주KBS 남도투데이 20090331
인터뷰- 정인서 조선대 경영학부 초빙교수
Q> 지난 주말 지역경제계를 들썩이게 했던 소식이 제2차 건설 조선사 퇴출이야기였습니다. 채권금융기관들이 건설·조선업계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마무리 지음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 ‘제2막’의 장이 올랐던 것입니다.
시공능력 101~300위 권의 중소형 건설·조선사 구조조정에 대해 그동안 지역 건설, 조선업체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요. 이번 워크아웃과 퇴출기업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전체적인 상황은 어떻습니까?
A> 국민은행, 광주은행 등 지난 27일 12개 주채권은행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권 밖의 건설사 74곳과 4개 조선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 15개 업체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인 C등급으로 선정하고, 5곳은 D등급으로 판정했다.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는 송촌종합건설, 대원건설산업, 대아건설, 신도종합건설, 태왕, SC한보건설, 한국건설, 화성개발, 영동건설, 늘푸른오스카빌, 르메이에르건설, 중도건설, 새한종합건설 등 13곳이다. 조선사 중에서는 세코중공업과 TKS 등 2곳이 C등급을 받았다.
퇴출 대상은 도원건설, 새롬성원산업, 동산건설, 기산종합건설, 그리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조선업체인 YS중공업이다.
12개 주채권은행들이 광주·전남지역 건설·조선사 16개사를 포함해 모두 78개사에 대한 관련 서류를 25일까지 은행연합회에 제출한 바 있다.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시공능력 101~300위권 내에 들어가는 업체가 25개인 이중 건설사 14곳과 조선사 2곳 등 16개 업체가 포함되었었다.
Q> 그렇다면 우리 광주 전남지역 업체들은 지난번 1차에 이어 어디가 포함되어 있는 것인가요.
A> 지난번 1차에는 대주건설과 C&중공업이 퇴출기업으로 분류됐고, 삼능건설과 대한조선이 워크아웃기업이 된 바 있다.
이번에 C등급, 기업개선 대상인 워크아웃기업은 건설업체는 송촌종합건설ㆍ한국건설ㆍ중도건설ㆍ새한종합건설 등 모두 4개 기업, 조선업체는 영광의 TKS조선 1개업체이며 퇴출기업인 D등급은 여수의 조선업체인 YS중공업 1개이다.
여기서 퇴출기업인 YS중공업은 대주그룹 계열사이다. 이로써 대주는 3개업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
Q> 지역업체 가운데 5개 업체가 워크아웃, 즉 기업개선작업을 해야 하고 1개 업체가 퇴출기업이라면 지난 1차가지 포함하면 모두 10개업체가 기업개선 내지는 퇴출기업이 되겠군요. 그러면 이번 2차 대상업체들에 대해 자세한 소식을 알려주시죠.
A> 우선 새한종합건설은 평택에 한국토지신탁의 코아루아파트 305가구에 대한 시행사로 있어 아파트 건설에는 큰 차질이 없다고 보인다. 우리지역 공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
한국건설의 경우 상당히 이름이 알려져 있고 아파트를 많이 분양했는데 광주, 전남 지역 미분양이 많고 대출 부실에 따른 자금난이 경영 악화의 주원인이 됐다. 한국건설은 광주 풍암지구에 194가구, 광주 문흥지구에 333가구, 그리고 경기도 용인에 474가구와 화성에 544가구가 건설중이다. 현재 분양 중인 아파트가 많아 대책마련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송촌종합건설도 1차 워크아웃 대상인 삼능건설의 계열사다. 주택보다는 관급공사 위주의 지역건설사였으나 2000년 이후 시작한 아파트와 상가 개발사업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송촌은 현재 경기도 양평에 136가구를 건설중이다. 상가의 경우 보증 대상에서 제외돼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도 부천에 458개 점포, 성남에 15층 규모의 아파트와 1-2층 상가 등 서울 염창동ㆍ월계동 등 수도권 일대에서 대규모 상가를 분양하고 있다.
송촌은 지난해 10월 삼능건설을 시공사로 하여 465억원 규모의 광주 첨단 아파트 건설공사 1공구를 수주한 바 있다. 대한주택공사로부터 2008년도 준공지구에 대한 시공평가 및 종합평가 결과 목포옥암아파트 건설공사 2공구에 대해 "2009년 대한주택공사 우수시공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1차 워크아웃 대상이이었던 삼능건설은 이번 계열사인 송촌건설의 워크아웃으로 결국 주력 2개기업이 워크아웃이 됨에 따라 앞으로 심각한 경영난이 예상된다. 이밖의 계열회사로는 (주)삼산기공, (주)목우강재, 담양리조트온천호텔, 전남매일, 엔터시네마 등을 운영중이다.
중도건설은 블루시안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를 분양했으나 대부분 분양완료된 상태이며, 한국토지신탁으로부터 봉선지구에 블루시안아파트 330억원 규모의 189가구를 수주받아 올 3월 착공에 들어가 2010년 12월 완공예정으로 있다. 또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인 나주 금천면 일원에 광주광역시도시공사로부터 2개 공구에 대해 토공과 포장 등 170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받아 약 3년 동안 공사할 예정으로 있다.
대주그룹 계열사인 YS중공업은 퇴출대상이 됐는데 여수 돌산에 소재한 조선소로 MPC(다목적선) 8척과 일부 수주잔량이 남아있고 고용인원이 120명에 달한다. 또 협력ㆍ납품업체도 200여개 사에 이른다.
금광기업 계열사라고 하기는 어정쩡하지만 최대주주로 있는 영광 홍농에 소재한 TKS조선도 벌크선 8척과 일부 수주잔량을 갖고 있고 정상 가동시 2011년이면 고용인원이 26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전남도는 TKS조선이 최대주주(고제철)의 투자금 350억원을 출자전환하지 않으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져 C등급으로 결정된 만큼 투자금을 즉시 출자전환하고 주거래은행에 소명자료를 제출할 경우 정상화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Q> 광주은행이 주거래은행으로 있는 기업들의 경우 광주은행에 타격이 어느 정도인가요.
A> 광주은행은 "2차 신용위험평가 결과 주채권 기업 7곳 가운데 새한종합건설과 TKS가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기업개선작업)으로 분류됐고, 다행히 D등급(퇴출)은 없었다"고 밝혔다.
건설.조선사 2차 구조조정에서 워크아웃 대상으로 확정된 새한종합건설과 조선사 TKS 등 이들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 대해 광주은행이 보유한 채권은 새한 140억원과 TKS 60억원(일람불수입지급보증은 별도) 등 모두 2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은행측은 그러나 "새한의 경우 사옥을 비롯한 부동산과 예금이 담보로 제공돼 있으며, TKS의 경우도 전액 예금담보 대출이고 일람불수입지급보증은 리스크가 매우 적다"며 "2개 업체에 대해 은행측이 추가로 설정해야할 대손충당금도 매우 적어 손익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은행측은 담보설정 등으로 파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며, 기업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은행측은 "새한은 관계사 사업장의 구조조정으로, TKS는 신설법인으로서 향후 워크아웃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은행 역시 기업정상화절차인 워크아웃을 통해 조기에 정상화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Q> 채권금융기관들이 건설·조선업계에 대한 제2차 신용위험 평가 결과를 내놓으면서 기업 구조조정의 ‘제1막’은 끝이 났는데요. 전국적으로 모두 36개 기업, 우리 지역에서는 10개 기업이 구조조정의 ‘단두대’에 올라서게 됐습니다. 금융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A>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외적으로 자산건전성이 크게 저하된 것처럼 오해를 살 것을 우려해 여신평가를 소극적으로 했기 때문에 결과가 당초 기대치에 못 미쳤다”며 “사실상 기업 회생 쪽에 더 무게가 실려 구조조정 대상 기업 수가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은 채권금융사를 주축으로 기업에게 강도높은 자구 노력을 요구하는 대신 추가적인 금융 혜택을 지원해 기업정상화로 유도하는 제도로, 이번 금융당국의 구조조정도 기업 살리기라는 기본취지에 맞춰져 있다고 은행측은 덧붙였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신용위험 평가로 인해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협력업체에 대해선 중소기업 '패스트 트랙(Fast Track)' 프로그램을 우선 적용하고, 중소기업 유동성지원반과 '사전 채무조정제도 (Pre-Workout)' 등 다각적인 방안을 통해 지역 중기 살리기에 적극 노력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은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을 네 등급으로 분류해 상위 두개 그룹인 A, B등급은 유동성을 지원해 회생시키고, C와 D등급은 구조조정과 회사정리절차에 착수하는 제도다.
워크아웃 (Work out)은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뜻한다.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 회장에 의해 대중화됐다. 기업이 주도해 부실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을 턴어라운드라고 한다면 채권 금융기관의 주도로 수행하는 구조조정이 워크아웃이다.
기존 워크아웃은 이미 부실해진 기업이 대상인 반면 프리워크아웃(Pre-work out)은 일시적 자금난으로 흑자부도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기업에 적용하는 선제적 처방이다. 광주은행은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1일부터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프리워크아웃 (Pre-workout)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기한이 도래되는 대출금의 기한연장, 분할상환 대출 유예 및 신규지원 등의 각종 지원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자체 프리워크아웃 업체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는 30여개 업체 중 점진적으로 재무지표가 개선되어 사업이 정상화 된 업체에 대하여는 2009년 상반기 중 프리워크아웃에서 졸업이 가능한 업체도 있다고 밝혔다.
Q> 그렇다면 이번 구조조정 작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우리 경제의 ‘환부’로 여겨져 왔던 건설·조선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부실한 평가’라는 지적이 그치지 않고 있다. 1차 평가 때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옥석가리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고,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2차 구조조정 대상업체는 20개로 1차 때의 16개보다 다소 늘어났다. 전체 평가 대상 기업의 27%가 선정돼 1차 때의 14.3%보다 비율이 높아졌다.
그러나 퇴출대상 기업들 대부분이 이미 부도가 난 상태이거나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 사업주가 도주한 상태여서 구조조정의 효과가 제대로 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차 구조조정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사실상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구조조정에 고삐를 당기겠다”는 계획과 달리 C~D등급을 받은 워크아웃 및 퇴출 대상 기업들이 당초의 예상을 밑돌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은행들이 평가한 지방 소재 기업들은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지적이다.
은행권과 금융감독당국은 ‘이 정도면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지만 구조조정 효과가 미흡하다고 보는 시장 반응도 만만치 않다.
구조조정 명단에 오른 기업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 특수한 상황으로 경기가 악화되던 2008년 재무제표만으로 기업의 생사를 판단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올해 초 은행들이 1차 구조조정 대상 기업 111곳 중 16곳을 C~D등급으로 확정했던 것보다 다소 많지만 이중 이미 부도가 났거나 사장이 도주한 기업 등 껍데기만 남은 회사들을 제외하면 1차 때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