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지고
이중환
양지쪽이 반갑다 했더니
가을은 깊었는가요
밤새 내린 무서리에
힘없이 떨어진 낙엽
스산하게 부는 바람에
포도 위를 뒹굴어
버려진 듯 한 자취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 런지
종종걸음 재촉하며
또 한 계절을 넘어가나
이별 붙잡지 못하니
나만 남겨 지는 듯
눈물 그렁그렁한 내 눈 앞에
나목들 버티고 서서
반갑지도 반갑지 않은
세월만 하나 얹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