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에너지너머’의 2022년 마지막 모임을 가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모임에 어떤 분들이 계시는지,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정확히 알 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참여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여 간의 모임을 통해서 새로운 삶의 형태와 가치관이 이 사회에 자리잡아야 한다는 절실함을 한 번 더 확인했고, 그것들을 위해서 지금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실천하시는 분들이 곳곳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소개해 주신, 작지만 희망을 보여주는 여러 공동체들이 그 증거였다고 생각합니다.
희광님께서 소개해 주신 내용 중에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예전에 그곳의 김소영 이사장님께 직접 에너지자립마을에 대한 소개를 들었던 때가 기억났습니다. 자립마을을 만들기 위해 했던 수많은 새로운 시도들 – 에너지 협동조합, 에너지 슈퍼마켓, 자체 전력회사 설립 목표를 위한 노력, 리빙랩, 우리집 그린케어, 마을 기술학교 등등 – 에 대한 내용 자체도 놀라웠지만, 이것이 한 두명의 노력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루어냈다는 점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그것도 전 연령대가 민주적인 방식으로 함께 했다는 점이 말입니다. 내가 아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렇게 크고 뿌리가 깊은 에너지나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 방식을 ‘각자도생’ 하거나 정치인 혹은 정부를 탓하는 것 외에는 잘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섣불리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내 자신이 각자도생하며 남 탓만 하는 무리들 쪽에 좀 더 가까운 삶의 방향으로 살아왔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원님께서는 기술이 이 거대한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의심하지 않고 믿는 사람들과 함께 엔지니어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민을 공유해 주셨는데, 역시 그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새로운 공동체를 소개해 주신 것 같았습니다. 몸 담고 살고 계신 공동체에서의 제로웨이스트, 공동체 텃밭, 음식물 퇴비, 친환경 건물 및 시설 구축 등의 활동은, 물론 책이나 신문 기사에서 심심치 않게 읽어본 바가 있었지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찾는 일부터 시작해서 장기간의 계획과 이행 등 결코 단순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 자리 잡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발표 내용에서 나온 그간의 활동이나 마을의 모습을 보면 그것이 괴롭거나 힘든 과정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 손 쓸 수 없을 정도의 무력감과 우울감이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내가 부딪치고 겪고 있는 나의 일상임에도, 내가 결코 통제하거나 바꿀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로 인해서 굴러가고 또 바뀌기도 한다는 것을 느낄 때가 그렇습니다. 저는 더위에 무척이나 취약한 체질이라 매년 높아지는 여름 기온 앞에서 속수무책일 때가 그렇습니다. 매일 먹고 마시는 물과 음식이 미세플라스틱이나 환경호르몬으로 잔뜩 오염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는 때가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의 다수의 사람들은 사업에 성공하거나 승진해서 돈을 많이 벌고 이름을 날리는 것에 가치를 두고, 그 돈으로 큰 고생 없이 쾌락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을 성공적인 인생이라 부르는 것을 목도할 때가 그렇습니다. 그렇게 잘 나가는 사람이 되지 못했는데 어떡하지 하고 무의식적으로 걱정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며 흠칫 놀랄 때가 그렇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성공이나 성장이라는 것이 사실 얼마나 나를 나답게 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인지, 나아가 그것이 인류와 생태계 전체를 파괴하는 것인지를 말해주고 공감해 주는 공동체가 있다면, 그리고 제가 그 공동체 안에서 충실히 살아갈 수 있다면 이러한 무력감과 우울감은 해소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곳이기에 그곳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공동체라 하더라도 갈등이나 문제 발생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인간-비인간 모두를 위한 것인지 주도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는, 무엇보다도 함께 희망을 나눌 수 있는 곳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첫댓글 정화님, 진솔한 나눔 고맙습니다. 전 살면서 부딫히는 문제의식을 넘어, 함께 더 나은 오늘을 만들어가는 경험이 너무나 소중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우리 모임이 그것을 가능케 하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라 믿으며 참 고마워요!
진솔한 나눔 고맙습니다. 무력감은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정서가 아닐까 싶어요. 코로나를 거치며 더 그렇지요. 그래서 희망이 계획이나 정책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있어야 할 이유도 더 뚜렷해 진 듯 합니다. 한국 오시면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