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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의 55일
원제 : 55 Days at peking
1963년 미국영화
감독 : 니콜라스 레이
음악 : 디미트리 티옴킨
출연 : 찰톤 헤스톤, 에바 가드너, 데이비드 니븐
플로라 롭슨, 존 아일랜드, 해리 앤드류스
레오 겐, 로버트 헬프만, 쿠르트 카즈나르
폴 루카스, 엘리자베스 셀라스, 마시모 세라토
1900년에 중국에서 외세 열강에 맞서서 벌어진 농민투쟁입니다. '농민' 투쟁이요. 농민이란게 뭘 의미할까요? 바로 농사짓는 사람들 입니다.
1900년, 서태후가 지배하던 중국, 북경에 상주하던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열강 11개국의 1천여명의 외국인들(군인 400여명 포함)이 의화단의 대규모 공격에 맞서서 55일간 필사적으로 성을 사수하면서 버티다가 연합군의 구원병 투입에 힘입어 대세를 바꾸고 승리한 역사를 다룬 '55일간의 북경 결사 항전'을 소재로 한 영화가 바로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북경의 55일'입니다.
니콜라스 레이 감독은 비운의 실력파 감독으로 분류되는 인물입니다. '이유없는 반항' '자니 기타' 등으로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졌는데 1960년대에 만든 '왕중 왕'과 '북경의 55일' 이라는 두 대작이 흥행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감독으로의 경력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오죽하면 이후 60년대에 1편만 더 연출했고, 73년에 또 한 편 연출을 하면서 사실상 감독으로서의 경력이 종지부를 찍은 셈이니.... '찰톤 헤스톤' '에바 가드너' '데이비드 니븐'을 비롯한 유명 배우들을 앞에서 거대한 제작비를 들여서 만든 '북경의 55일'은 한 명의 할리우드 재능 있는 감독을 좌초시킨 영화가 되었습니다.
서구 배우 플로라 롭슨이 연기한 서태후
찰톤 헤스톤
영화 초반부터 미군 장교 루이스 소령과
의화단이 대립하는 긴장감이 흐른다.
영국 외교관을 연기한 데이비드 니븐
대작 전문 배우 찰톤 헤스톤이 '십계' '벤허' '엘시드'의 여세를 몰아서 대작 배우로서의 명성을 이어가려는 목적으로 야심차게 출연한 작품으로 그는 미국인 장교 루이스 소령으로 출연하여 전투에서의 용맹함과 로맨스에서의 뜨거움을 함께 보여주는 주인공 역할입니다. 40-5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관능미의 화신 에바 가드너가 요염한 남작부인 역으로 출연하는데 좀 아쉽게도 너무 늙수그레해 보여서, 특히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찰톤 헤스톤의 근사한 외모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늙고 피곤해 보여서 그녀의 역할이 다소 빛이 바랜 느낌입니다. 외국인들의 리더 역할을 하는 영국인 로버트슨 경 역할로는 '80일간의 세계일주'와 '애수의 여로' 등으로 명성을 높인 신사 배우 데이비드 니븐이 출연합니다.
서태후 역과 영록장군, 단왕 등 비중이 큰 중국인 3명은 모두 서구 배우들이 연기하며 이들 3명의 중국인 캐릭터의 비중도 상당히 크고 개성있게 다루어집니다. 그 외에 'O.K 목장의 결투' '붉은 강' 등에서 카리스마 있는 서부 남자 역으로 기억되는 존 아일랜드가 루이스 소령의 오른팔격의 용맹스런 상사로 등장하고 감초 조연배우인 영국인 해리 앤드류스가 이번에는 가톨릭 신부 역으로 진지한 연기를 보입니다. 나름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대작 호와캐스트 시대극입니다.
찰톤 헤스톤과 로맨스를 펼친 에바 가드너
하지만 전성기인 40-50년대에 비해서 너무
나이든 모습이어서 어울리지 않았다.
의화단의 테러행위에 대해서 서태후에게 항의를 하러 온
영국의 로버트슨 경과 미국 장교 루이스 소령
1900년 중국 북경이 무대입니다. 북경 내의 외국인 거류지역, 11개 국의 국가가 연주되는 다소 기이한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북경에서 평온한 외교 사절로서의 삶을 누리는 듯한 외국인들, 어느날 독일 귀족이 대로 한복판에서 의화단의 습격으로 살해되면서 분위기는 싹 바뀝니다. 이곳에 상주를 시작한 미국 장교 루이스 대령(찰톤 헤스톤)이 부임해 오던 날부터 물고문으로 죽어가던 선교사 때문에 의화단과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고, 이어 댄스파티에서 벌어진 의화단과 루이스 대령과의 신경전, 이렇게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결국 외국인의 피격사건이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서태후에게 항의를 하러 간 영국 외교관 로버트슨 경(데이비드 니븐)과 루이스 소령은 단왕을 배후로 지목합니다. 하지만 서태후는 오히려 위험한 상황임을 고지하고 외국인들에게 24시간내에 철수할 것을 요구합니다. 어마무시할 정도의 숫자를 가진 의화단의 습격에 대한 위험 때문에 철수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이는 각국의 대표들, 다들 철수에 동조하지만 로버트슨만이 유일하게 남아서 투쟁할 것을 선언합니다. 지원병이 올때까지 버티겠다고. 결국 다들 로버트슨의 결의에 찬동하여 남게 됩니다. 1천여명의 외국인들, 군인들은 겨우 400여명, 성벽을 단단히 채우고 임전무퇴 항쟁을 준비하는 외국인 연합군, 의화단의 기습이 거행되고, 부족한 총과 탄약, 숫적 열세를 무릅쓰고 의화단의 인해전술에 맞서서 루이스 소령을 비롯한 연합군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성의 사수를 위해 55일간의 목숨을 건 전투를 벌입니다.
의화단의 습격
위험한 상황은 로버트슨의 가족에게도 닥치고
마치 1960년 작품 '알라모'의 중국 버전을 보는 느낌입니다. 고립된 상태에서 숫적으로 한참 열세인 병사들이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성을 사수하면서 밀려오는 폭도(?)들의 무자비한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며 성을 사수하는 내용, 근데...... 원래 그 북경은 중국땅이고 성도 중국 소유였지요. 2019년 현재 검색해도 '의화단의 난'은 '의화단 운동'이라고 나오고, 더구나 농민투쟁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의화단은 야만스럽고 무자비한 폭도들이며 정의로운 서구인들이 이 야만적 침략군에 맞서서 가족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싸우는 내용입니다. 열강 서구인들 선, 의화단 악, 서태후 및 중국 지배계층은 이러한 의화단의 폭도들을 보고도 모른척 묵인하는 역할, 다분히 서구의 입장에서 만든 영화입니다. 중국의 관점에서 본다면 침략자인 서구의 열강들에 맞서서 정규 병사가 아닌 민간인 농민들이 궐기하여 많은 희생과 피를 흘리며 필사의 투쟁을 벌인 '외세대항 항쟁'의 역사겠지요.
뭐 할리우드에서 만든 오락 대작이고 할리우드와 유럽 배우들이 출연한 서구영화이고, 그래서 그들의 관점에서 만든 영화입니다. 의화단의 폭력성과 폭도로서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꽤 대작이고 근사한 외관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페인에 설치한 중국 북경을 재현한 거대한 세트, 수많은 의화단 엑스트라, 유명 배우들의 벌이는 인물 본위의 여러 이야기 '알라모'에서 보여준 결연한 임전무퇴의 투쟁, 거대한 전쟁영화이고 대작입니다.
알라모 전투를 방불케 하는 내용
스페인에 설치된 거대한 북경을 재현한 세트
이런 의화단의 난 이라는 전투 소재 속에서 찰톤 헤스톤과 에바 가드너는 그리 깊이는 없지만 로맨스를 벌이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러시아의 남작 부인인 나탈리(에바 가드너)는 중국의 영록 장군과 바람을 피웠고, 그 스트레스로 남편이 자살하여 시숙에게 미움을 사서 빈몸으로 쫓겨날 상황이었는데 루이스 소령이 그에게 반해서 호의를 베풀고 겨우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루이스 소령과 사랑에 빠지지만 루이스 소령은 전투에 집중하고, 나탈리는 요염한 귀부인에서 헌신적인 간호사로 변신하게 됩니다. 로맨스 영화가 잘 어울리지 않는 찰톤 헤스톤 답게 두 사람의 로맨스 스토리는 밋밋하고 재미없습니다. 더구나 찰톤 헤스톤에 비해서 에바 가드너가 상대적으로 너무 늙고 지쳐보이고.
고전 서부영화 음악의 거장 디미트리 티옴킨이 음악을 맡아서 웅장한 음악을 선사하고 있고, 2시간 30분을 훌쩍 넘기는 긴 영화입니다. 거대한 세트장만 봐도 제작비가 상당히 들어간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이 영화가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함으로써 가장 타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니콜라스 레이 감독입니다. 찰톤 헤스톤이 출연한 영화중 제작비로는 상위에 속하는 영화지만 '벤허' '십계' '엘시드' 혹성탈출' 만큼의 여운이나 감동을 주지 못한 영화입니다. 근사하게 만든 영화는 분명하지만 뭔가 서구인들 관점으로만 만든 일방적인 구도이고, 유명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사건 본위에 대한 치중보다는 인물 본위로 흐르면서 이야기의 군더더기가 많아진 느낌입니다. 전투는 볼만하고 드라마는 뭔가 아쉬운 영화랄까요. 구조상으로는 '안시성'과도 유사한 내용이지만 '안시성'과 비교하면 주인과 침략자의 역할이 바뀐 셈입니다. 우리나라에는 1964년 추석 특선프로로 개봉하였고, TV에서는 1981년에 처음 방영되었습니다.
ps1 : 찰톤 헤스톤은 이 영화의 흥행이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오면서 이후 대작 시대극 배우로서의 흥행력은 한계를 보였지만 5년뒤인 1968년 '혹성탈출'의 성공으로 SF영화나 현대물 방식의 액션 대작이라는 다른 장르를 찾아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기도 합니다.
ps2 : 찰톤 헤스톤이 '알라모'에서 리처드 위드마크가 연기한 짐 보위 역으로 캐스팅을 제안받았다가 거절했는데 '북경의 55일'에서는 매우 유사한 역할입니다. 용맹스럽게 전투에 참여하고 고생도 많이 하고. 아마 '알라모'에 출연했어도 많이 어울렸을 것입니다. 다만 '존 웨인'에게 포커스가 가장 맞추어진 '알라모'에서는 2인자였을테고 무참히 죽지만, '북경의 55일'에서는 가장 주인공으로 멋진 엔딩까지 장식하고 있으니 더 나은 역할이지요.
ps3 : 제목이 말해주듯이 55일만에 끝난 이 전쟁은 결국 서태후를 피신가게 만드는 굴욕까지 선사하면서 서구 열강의 승리로 막을 내리지요. 그래도 극중 중국은 잠을 깨우면 세계가 놀랄만한 위험한 상대라고 묘사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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