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강화 수필
<13> 진풍이 이야기<2>
⑤ 진풍이 2세
진순이 새끼 여섯 마리를 낳았습니다.
한 마리는 사산(死産)되었고, 온전한 것은 다섯 마리인데 진풍이를 닮은 흰 색깔이 세 마리, 어미를 닮은 붉은 털빛이 두 마리입니다.
낳을 때마다 한 마리씩 손으로 받아내어서는 깨끗이 닦아 내어 마른 곳에 놓았는데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우유 먹여 키운 진풍이 2세라니.... 마치 내 자식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젖 뗄 즈음하여 아낌없이 분양하였습니다. 내가 처음 분양받을 때와 같은 조건을 걸었습니다.
정말 사랑으로 보살펴 주실 분들에게만, 그리고 무상으로 분양하였습니다.
한 마리는 특별히 아들 친구의 아버님에게로 분양하였는데 경북 구미까지 갔습니다.
후에 들었더니 그놈도 진풍이 마냥 늠름하고 영리하며,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고 있다고 하여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큰 녀석을 외출할 때마다 친구 아버님은 차에 태워 다니신다고 합니다.
⑥ 진풍이와 해후
진풍이를 보낸 후 한 번 보러 가야지 벼르면서도 선뜻 나서지를 못했고 또 아들 녀석은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내가 그만 강화에서 인천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자연히 멀어져 버렸습니다.
그러다가 10개월 정도 지난 후 우연히 기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마침 쉬는 토요일이라 아들 녀석이 오리 바비큐를 대접하겠다고 하여 집사람과 셋이 강화로 내려갔습니다. 마리산 뒤 흥왕리에 있는 음식점 ‘토가(土家)’에서 오리 바비큐를 먹다가 갑자기 진풍이 이야기가 나와서 보러 가기로 한 것입니다.
진풍이가 있는 곳은 강화 읍내 강화중학교를 지나 대월초등학교 부근의 대산리라 상당히 먼 거리를 가야 합니다.
가는 동안 과연 진풍이가 우리를 알아볼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헤어진 지가 거의 1년이 되어 가는데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대산리에 도착하여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아들과 둘이 포도밭을 향하여 갔습니다.
모퉁이를 돌아야 개집이 보이는데 우리의 발자국소리를 들었는지 진풍이의 우렁우렁 짖어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우리의 모습이 먼발치로 보이자 진풍이가 무섭게 짖어댑니다. 앞발을 치켜들고 목줄이 끊어져라 버둥거리며 사납게 짖어대는데 아들과 내가 “진풍아~~!” 하고 큰 소리로 부르며 다가갔습니다.
무섭게 짖어대던 진풍이가 갑자기 짖기를 멈추고 꼬리를 곧추세우더니 한참 동안 빤히 쳐다봅니다.
우리가 다시 다가가며 “진풍아~~, 잘 있었냐?” 했더니만 꼬리 끝이 조금씩 흔들리더니 갑자기 꼬리를 냅다 흔들며 어쩔 줄을 모르고 난리가 났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오줌을 질질 흘리며 반가움에 어쩔 줄 모르는 몸짓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목욕을 시키지 않아 온통 흙으로 흰 털이 붉은 털로 보일 정도인데도 몸을 비벼대고, 앞발을 쳐들고 덤벼들고, 머리를 흔들어 대며 어쩔 줄을 모릅니다.
우리는 옷에 흙이 묻는 줄도, 진풍이 침으로 온 손이 다 젖는 것도 모른 채 마냥 진풍이를 쓰다듬었습니다.
아들 녀석은 아까 먹다가 남아서 집에 가 먹겠다고 싸서 차에 싣고 온 오리 바비큐를 가지러 차로 뛰어갑니다.
아들이 먹으라고 갖다주자 바비큐를 먹으랴, 우리를 쳐다보랴 어쩔 줄을 모르는 진풍이를 바라보노라니 갑자기 코허리가 시큰해졌습니다. 진풍이는 우리를 잊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