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75. 소년 비의, 부처님께 욕성를 퍼붓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당시 비의(畀嶷)라고 하는 소년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직접 부처님 앞에서 좋지 못한 말과 뜻으로 세존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으면서 온갖 비방을 가하며 괴롭히려고 하였다.
여래께서는 그의 말을 다 보고 들으시고는 비의에게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세상에서 큰 명절의 모임인 거무제(鋸無提) 날이 오면 그날 밤 너는 의복과 영락 및 가지가지 음식을 친척에게 주느냐?”
비의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줍니다.”
부처님께서 비의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그들이 네가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주는 그 물건은 누구에게 소속되겠느냐?”
비의가 대답하였다.
“그들이 받지 않으면 제가 도로 갖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도다. 비의야! 네가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 면전에다 욕설을 퍼부으면서 온갖 비방을 하며 갖가지 괴로움을 나에게 주지만 나는 그것을 받지 않노라.
비유컨대 세상 사람이 어떤 것을 줄 때 상대방이 받아 가지면 그는 주었다고 말하며, 또한 받아 가졌다고 말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 보시를 하더라도 상대방이 받지 아니하면 그는 보시했다고는 말하나 받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꾸짖고 성내며 구타하고 헐뜯는 것에 대하여 보복한다면 이는 주고받는다고 말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이 꾸짖고 성내며 구타하고 헐뜯는 것에 대하여 참고 보복을 가하지 아니하면 이는 주긴 했지만 받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비의가 말하였다.
“구담(瞿曇)이시여! 저는 예전에 늙은 장로와 덕이 높은 이들이 모두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세상에 부처님이신 무상지진등정각(無上至眞等正覺)을 면전에서 꾸짖더라도 그는 결코 번뇌를 일으키지 않는다.’
지금 제가 욕설을 퍼붓는데도 부처님께선 번뇌를 일으키지 않으십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성냄이 있지 않는 이라면
도대체 무엇에 대해 성을 내겠는가.
조화롭게 바른 생활 따르는 자는
성냄이 없다는 걸 너는 알아야 하리.
가령 성냄을 성냄으로 보복 않으면
그와 싸워도 이기기 어려우리니
만약 보복을 가하지 않는 이라면
그야말로 최상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성내지 않음이 성냄을 이기고
착한 일 하는 것이 악함을 이기고
보시가 인색함과 탐냄을 이기며
진실한 말이 망령된 말을 이긴다네.
성내지 않고 해치지 않는 이는
항상 성현과 더불어 함께 하지만
나쁜 사람을 가까이하는 이는
성냄을 쌓는 것이 산더미와 같으리.
성냄은 미친 말과 같나니
고삐로써 그것을 억제하려 하지만
고삐로 억제함은 견고하지 않으니
마음을 다스려야만 견고하다고 하리라.
그러므로 나는 이제 스스로를
훌륭히 다스리는 이라고 말하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