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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경요집 제16권
24. 사위부(詐僞部)
[여기에는 여섯 가지 연(緣)이 있음]
24.1. 술의연(述意緣)
대개 지극한 도농 간격[隔]이 없으니 그 귀함은 충직한 말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그 말이 선하면 천 리 밖에서도 호응해 오고 그 말이 선하지 않으면 지척(咫尺)에서도 귀먹은 체한다.
다만 가르침이 말법 시대에 이르자 사람과 법이 거짓되고 바뀌어져서 혹은 진실을 핑계로 거짓을 엮어나가기도 하고 혹은 허황된 것을 꾸며서 진실을 속이기도 한다.
이것은 진실로 사람이 삿됨과 바름을 품고 있기 때문에 법에 참되고 거짓됨이 있는 것이다.
명예와 이익이 이미 침노하면 나와 남이 더욱 뚜렷해져서 현재 세상의 친한 사람들까지도 오히려 친근히 하지 않을 것이거늘 하물며 원래부터 소박(踈薄)했던 것이겠는가?
그런 까닭에 친구란 사귀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경전에서 말하였다.
“정직한 마음이 바로 도량(道場)이니, 허황되고 거짓되지 않기 때문이다.”
24.2. 사친연(詐親緣)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일체의 간사함ㆍ교활함ㆍ아첨ㆍ거짓ㆍ속임ㆍ현혹함 등은 바깥 모습은 정직한 듯하나 안으로는 간사하고 사사로운 마음을 품고 있으니, 그런 까닭에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잘 살펴야만 하느니라.
옛날에 어떤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의 나이 이미 연로했으나 나이 어린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다.
그 젊은 부인은 늙은 남편을 혐오하여 끊임없이 다른 사내들과 음행하면서 남편에게 권하여 연회를 베풀고 여러 젊고 씩씩한 바라문들을 초청하라고 간청하였다.
남편은 아내가 삿된 일을 저지를까 의심하여 초청하는 일을 마음내켜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전처(前妻)의 아들이 불구덩이에 빠졌는데, 그 때 젊은 부인은 그것을 보고도 건져주지 않았다.
그러자 바라문이 말하였다.
‘아이가 지금 불 속에 떨어졌는데도 왜 붙잡지 않았느냐?’
아내가 대답하였다.
‘나는 젊었을 적부터 오늘날까지 오직 내 남편만 가까이하였을 뿐 다른 남자는 가까이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로 하여금 이 남자를 붙잡으라고 하십니까?’
늙은 남편은 그 말을 듣고 난 뒤에 그녀의 말대로라고 생각하고는 곧 크게 연회를 열고 바라문들을 모아들였다.
그 때 젊은 아내는 곧 다른 남자와 정을 통했다.
늙은 남편은 그것을 본 뒤에 마음에 분한(忿恨)이 치밀어서 곧 보물들을 챙겨가지고 아내를 버리고 집을 떠났다.
길을 가는 도중에 한 바라문을 만나 함께 길동무가 되었었는데 날이 저물자 함께 자고서 이튿날 아침에도 전처럼 동행하다가
동행하던 바라문이 늙은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어젯밤 묵었던 곳에서 풀잎 하나가 내 옷에 묻어 왔소.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세간의 물건이라곤 노략질한 일이 없었소. 그러니 나는 이 풀잎을 저 주인에게 돌려 주어야겠소. 당신은 그냥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시오.’
늙은 바라문은 그의 말을 깊게 믿고 그를 갑절이나 사랑하고 공경하게 되어 그곳에 머물면서 올 때까지 기다리겠노라고 했다.
그는 거짓으로 풀잎을 가지고 어떤 도랑에 가서 한참 동안 누워 있다가 다시 돌아와서 그 풀잎을 본래 주인에 게 돌려주었노라고 말했다.
늙은 바라문은 대변을 보아야 했기 때문에 그 보물을 그 사람에게 잠시 맡겨놓고 갔었는데, 이 사람은 그 사이에 보물을 챙겨가지고 달아나 버렸다. 늙은 바라문은 자신의 물건을 도적질당하자 그 사람을 원망해 마지않았다.
조금 더 앞으로 가다가 어느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게 되었는데,
황새 한 마리가 입에 풀을 물고 여러 새들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서로서로 연민(憐憫)하면서 한군데에 모여서 함께 살아가자.’
그 때 여러 새들은 모두 그 말을 믿고 모여들었다. 그러나 바로 그 때 황새는 다른 새들이 모두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날아간 뒤에 다른 새들의 둥지에 들어가 그들의 알을 다 쪼아 먹었다. 다른 새들이 돌아올 때쯤 되어서는 다시 풀을 입에 물고 있었다. 여러 새들은 그에게 속임을 당한 줄 알고는 모두 그 황새를 버리고 떠나가 버렸다.
늙은 바라문은 이 나무 밑에서 다시 좀 더 머물다보니
출가한 외도(外道) 한 사람이 몸에 납의(納衣)를 걸친 채 편안하게 느릿느릿 걸어오면서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가거라, 가거라. 중생들아.’
늙은 바리문이 그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같이 길을 가면서 입으로 자꾸만 〈가거라, 가거라〉라고 말합니까?’
외도가 대답하였다.
‘나는 출가(出家)한 사람으로서 일체 중생을 가련하고 불쌍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벌레나 개미 따위가 내 발에 상하게 될까 두려워서 이렇게 외치고 다닌답니다.’
그 때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는 독실한 믿음이 생겨 얼마 후 그의 집에 이르렀을 적에 날이 저물자 그의 집에서 자게 되었다.
그런데 밤에 노래하고 춤추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곧 나가서 살펴보았더니 그 소리는 출가한 외도가 머물고 있는 방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땅 한 구덩이에서 어떤 부녀자 한 사람이 나와 그와 함께 서로 엉겨 기뻐하면서 거문고를 타고 춤을 추며 즐기고 있었다.
늙은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나서 생각하였다.
‘천하 만물은 어느 것 하나 믿을 만한 것이 없구나.’
그리고 게송을 설하였다.
남의 남자를 붙잡지 않고
풀잎을 주인에게 되돌려 주며
황새는 거짓으로 풀잎을 물고 있었고
외도들은 벌레를 상하게 할까 두려워했네.
그리하여 입으로 가거라 가거라 외쳐댔으니
이와 같은 것은 다 속이고 아첨하고 거짓된 것이라서
전혀 믿을 만한 게 없구나.
다가올 저 괴로움 진실로 감당키 어려우리ㆍ.
그러므로 『열반경(많盤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에 게송을 설하였었다.
일체의 강하(江河)에는
반드시 굽이쳐 돌아가는 곳이 있고
일체의 총림(叢林)에는
반드시 이름 있는 나무들이 있다.
일체의 여인들에겐
반드시 아첨하고 비뚤어진 것이 있고
일체의 자재(自在)로움에는
반드시 안락(安樂)함이 있다.’”
24.3. 사독연(詐毒緣)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때 제바달다(提婆達多)는 갖가지 인연을 만들어 부처님을 죽이려고 하였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 때 남천축국(南天竺國)에서 어떤 바리문이 왔다. 그는 주술(呪術)로서 독약을 화합하여 만드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제바(提婆)는 곧 독약을 조합하여 부처님 위에 뿌렸다.
그러자 바람이 불어 이 약은 도리어 자신의 머리 위에 떨어져 그는 곧 기절한 채 땅에 쓰러져 죽으려 하고 있었는데, 의사도 치료 할 수가 없었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가 독약을 맞아 죽으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가엾고 불쌍하게 여기시어 그를 위해 진실한 법을 말씀하셨다.
‘내가 보살이었을 때부터 부처가 된 이래로 제바달다에 대하여 항상 자비(慈 悲)한 마음을 내었고 악한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으나, 그 독은 곧 저절로 소멸 될 것이다.’
이러게 말씀하시자 독이 곧 소멸되었다.
여러 비구들이 말하였다.
‘참으로 희유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늘 여래(如來)에 대하여 악한 마음을 일으켰는데, 여래께서는 어째서 그를 살려 예전처럼 회복시켜 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가 비단 오늘만 나에게 악한 마음으로 대한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그러했느니라.’
비구들도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악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대했던 그 일들은 어떤 것들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에 가시국(迦尸國)에 바라내성(波羅奈城)이 있었다.
그 성 안에는 두 대신[輔相]이 살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그 이름을 사나(斯那)라 했고 다른 한 사람의 이름을 악의(惡意)라고 하였느니라.
사나는 항상 법을 따라서 행동했으나,
악의는 늘 악한 행위만 하면서 남을 모함하여 얽어 넣기를 좋아하였다.
그는 어느날 왕에게 말하였다.
〈사나가 반역하려고 합니다.〉
왕은 곧 사나를 잡아 옥에 가두었다.
그러자 여러 천신(天神)들이 허공에서 소리내어 말하였다.
〈이 어진 사람에게는 아무 허물도 죄도 없거늘 어째서 구속하였느냐?〉
두 번째로 악의는 왕의 창고에 간직해 둔 물건을 훔치고 도리어 사나가 한 짓이라고 덮어 씌웠다.
그러나 왕은 그 말을 믿지 않고 곧 악의를 잡아들여 사나에게 위임하면서, 부디 마음대로 처단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자 사나는 곧 악의로 하여금 왕에게 참회하게 하였다.
악의는 자신에게 죄가 있음을 깨닫고 곧 비제혜왕(毘提醯王)의 처소로 달아나 한 개의 보배 상자를 만든 뒤에 그 안에 두 마리 사나운 뱀을 담아 그 독기가 완전하게 갖추어진 것을 보고 나서
비제혜황으로 하여금 사신을 보내 저 나라 왕과 사나에게로 보내 두 사람만 그것을 보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말라고 했다.
왕은 그 보배 상자가 지극히 잘 장엄된 모습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여 곧 사나를 불러 함께 열어 보자고 하였다.
사나가 대답하였다.
〈멀리서 보내온 물건은 직접 보아서는 안 되고 멀리서 보내온 음식은 직접 먹어서도 안 되며, 또한 멀리서 보내온 과일도 직접 먹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 하면 그것은 어떤 악한 사람이 혹시라도 악한 것을 보내 와서 해를 입히지나 않을까 해서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래도 나는 꼭 보고 싶다.〉
은근하게 세 번이나 간하였으나 끝내 듣지 않았다.
사나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신의 말을 듣지 않으신다면 대왕님 혼자만 보십시오. 신은 볼 생각이 없습니다.〉
왕이 그것을 열어 보는 순간 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사나는 왕이 곧 죽으려 하자 근심과 고통으로 초췌해진 끝에 사방으로 사람을 보내서 여러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며 멀리까지 가서라도 좋은 약을 구해 오도록 하였다. 이윽고 좋은 약을 구해다가 왕의 눈을 치료하자 예전대로 회복되었다.
그 때의 그 왕은 바로 지금의 사리불(舍利弗)이요, 그 때의 사나는 바로 지금의 나이며, 그 때의 그 악의는 바로 지금의 제바달다(提婆達多)이니라.’”
24.4. 사귀연(詐貴緣)
『승기율(僧祇律)』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세상 어느 때에 어떤 성이 있었으니, 그 성의 이름은 바라내(波羅奈)였고, 그 나라의 이름은 가시(伽尸)였느니라.
그 때 큰 학자이며 바라문인 불로혜(弗盧醯)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국왕의 스승이 되어 항상 오백 명의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때 바라문의 집에 한 남자종이 살고 있었으니, 그 이름을 가라가(迦羅呵)라고 하였는데, 그 사내종을 시켜 여러 동자들에게 물품을 공급하게 하였다. 이 사내종은 근기가 영리하여 설법하는 말을 들으면 다 기억하고 간직했다.
이 사내종이 어느 때에 여러 아이들과 함께 조그마한 원한이 생겨 곧 다른 나라로 달아나 스스로 자처하며
〈나는 바로 불로혜바라문의 아들인데, 이름은 야야달다(耶若達多)이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이 사람은 국사(國師)에게 말하였다.
〈나는 바로 바라내국의 왕사(王師)인 불로혜의 아들인데,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대사에게 바라문에 대하여 배우려고 합니다.〉
법사가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이 사내종은 총명하여 이미 전에 들었던 것을 지금 다시 거듭 듣게 되었으므로 듣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다 기억해 간직하곤 하였다.
그 스승은 크게 기뻐하여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오백 명의 제자들을 대신 가르치라고 하면서 말하였다.
〈네가 내 대신 이들을 가르쳐라. 나는 장차 대왕님께 갔다 와야 하겠다.〉
그런데 이 스승에게는 아들이 없었고 오직 딸 하나만 있었는데, 곧 그에게 말하였다.
〈야야달아, 너는 꼭 내 말을 들어야 한다. 너는 너희 나라로 돌아가지 마라. 내가 지금 내 딸을 네 아내로 주겠다.〉
야야달이 대답하였다.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야야달은 아내를 얻어 그와 함께 생활하게 되어 집안이 점점 풍요롭고 안락해졌다.
야야달다는 사람됨이 못내 까다로워 아내가 음식을 만들면 항상 설었다느니 너무 익었다느니 하면서 성질을 내어 도저히 그의 구미를 맞출 수가 없었다.
아내는 항상 생각하였다.
〈혹 행인(行人)들 중에 바라내국에 오는 사람이 있으면 꼭 그에게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운 연후에 남편을 공양하리라.〉
저 불로혜바라문은 이러한 사실들을 다 듣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의 사내종 가라가는 다른 나라에 도망가 살고 있다.
마땅히 내가 가서 붙잡아 온다면 혹 그만한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곧 그 나라에 갔다.
그 때 이 사내종은 여러 문도(門徒 : 弟子)들과 함께 공원에 나가 놀고 있다가 길에서 원래의 주인이 멀리에서 오고 있는 것을 보고 곧 놀랍고 두려워서 가만히 문도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두 돌아가서 각자 스스로 글을 원고 익히도록 하라.〉
문도들이 떠나간 다음에 곧바로 원래의 주인 앞에 가서 얼굴을 그의 발에 대어 예배하고 그 주인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 나라에 와서 대가(大家)님이 바로 저의 아버님이라 자칭하면서 이 나라 국사에게 경전을 배우고 또 그 딸을 아내로 삼았습니다.
바라건대 존귀하신 분이시여, 오늘날 부디 나의 신분을 들추어내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마땅히 종의 신분으로서 대가님을 받들어 섬길 것입니다.〉
주인 바라문은 세상 일을 잘 이해하였으므로 곧 이렇게 대답하였다.
〈너는 정말로 내 아들이다. 다만 일찍 보냈을 뿐이다.〉
사내종은 곧 주인을 모시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말하였다.
〈나의 친 아버님이 오셨소.〉
그 아내는 몹시 기뻐하면서 온갖 음식을 장만하여 대접하고 식사를 마친 뒤에 잠시 조용한 틈을 엿보다 가만히 바라문의 발에 예배하고 그에게 물어보았다.
〈제가 남편을 섬길 때 음식을 공양하면 늘 마음에 맞지 않아 불만이 많습니다.
바라건대 부디 존귀하신 분께서는 제 남편이 본가에 있을 적에 어떤 음식을 먹었었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면 꼭 그 법대로 음식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바라문은 곧 벌컥 화가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이 놈이 남의 딸을 많이 괴롭혔구나.〉
그리고는 그녀에게 말하였다.
〈너는 빨리 길 떠날 채비를 해다오. 그러면 내가 떠나갈 때에 임박하여 너에게 게송 하나를 가르쳐 주어 네 남편으로 하여금 다시는 아무 말도 못하도록 하겠다.〉
여인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하직인사를 하고 물러나와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저 존귀하신 바라문께서 일부러 먼 곳에서 오셨는데 마땅히 일찍 떠나가시도록 해야 합니다.〉
남편이 곧 생각하였다.
〈아내의 말대로 마땅히 일찍 보내어 여기에 오래도록 머물지 말게 해야겠다. 혹 말이 새어 나가면 나에게 손해가 적지 않으리라.〉
그리고는 곧 재물을 많이 주어 아내로 하여금 음식을 만들게 하여 몸소 공양하고 남편은 주인으로서 짝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 방에 있지 않았다.
아내는 음식을 바쳐 식사를 마친 뒤에 바리문의 발에 예배하고 이별을 고하고는 앞에 말해 주겠다던 게송을 말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는 곧 게송을 설하여 가르쳐 주었다.
부모 없는 몸이 다른 나라에 나아가
천하 사람들을 속이고 있구나.
이 놈은 늘 거친 음식만 먹었었는데
부드럽고 맛있는 음식을 어이하여 싫다하는가?
바라문은 이어 말하였다.
〈지금 이 게송을 너에게 주겠다. 만약 그가 화를 내어 음식이 맛이 없다며 싫어할 때에는 곧 그의 곁에 있다가 돌아서서 가만히 이 게송을 외워 그로 하여금 듣게 하라.〉
이와 같이 가르쳐 주고 난 뒤에 그는 곧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 사내종은 주인을 보내고 난 다음에도 늘 음식을 대하면 다시 성질을 내곤 하였다.
그래서 그 아내는 남편의 곁에서 시험삼아 그 게송을 외워 보았다.
그러자 남펀은 이 게송을 듣고 마음이 매우 불쾌하여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쫓쫓. 이 늙은이가 내 미천한 신분에 대하여 말했구나.〉
그런 일이 있은 뒤로는 그는 항상 부드러운 말만 하면서 아내가 성내지 않기를 바랐으니, 그것은 아내가 다른 사람들을 향해서 자신의 비밀을 다 털어놓을까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부처님께서 계속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그 본래 주인이었던 불로혜바라문은 바로 지금의 나요, 그 때의 사내종 가라가는 바로 지금의 천타(闡陀)비구이다.
그는 그 때에도 나를 믿고 남을 업신여기더니 지금도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내 세력만을 믿고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