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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기도 힐링 상담 센타 원문보기 글쓴이: 김현옥(상담1급)
o 과 제 명 :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전업주부’
- 목 차 -
1. 서론
1) 문제제기
2. 본론
1) 하소연 할 곳 없는 전업주부의 스트레스
2) 남성보다 심각한 여성노인 빈곤
3) 왜 사회적 위험인가?
3. 문제해결 방안
4. 과제를 마치면서
5. 참고문헌
1. 서론
1) 문제제기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아이가 없지만, 내 주위에는 결혼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자녀를 둔 친구도 있다. 가깝게는 내 동생만 해도 4살이 된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근처에 살다보니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이나 동생의 고민 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요즘 동생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회사일로 바쁜 제부에 대한 서운함과 그로 인해 자신이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육아, 그리고 다른 사람에 비해 뒤쳐지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나도 일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사회생활을 하는 제부를 이해하라든가, 네가 원해서 낳은 아이이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하지 않느냐, 또는 모성에 대해 언급하며 엄마이기 때문에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로 해왔다. 동생도 그런 이야기들에 대해 감정적으로 힘은 들지만 이성적으로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다 사회복지개론 과제로 ‘보육’에 대한 주제를 정한 후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가진 동생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동생 친구가 했던 말들 가운데 하나가 나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했고, 과제의 주제까지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 친구의 말이 자신도 처음부터 모성이 강한 엄마가 아니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모성이 생기고 엄마가 되어간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들도 아빠가 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바로 모성과 부성이 생기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 이야길 들은 후 오래 전 이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친구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자신은 모성이 없는 엄마인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아이에게 잘해주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자신은 불량엄마가 되고 모성이 부족한 엄마가 되어 버린다고 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를 듣고 지금 시대의 한국의 엄마로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지, 너무나도 당연시 생각했던 모성의 희생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남녀평등을 외치며 본인의 일에 충실하며 살았지만, 결혼 후 그녀들은 주부라는 직업과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됨으로써 자의든 타의든 자신을 지워가며 꿈과 미래를 한없이 보류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내 주변에 어디에나 있는 전업주부들의 육아 스트레스와 소외, 고립감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과 평균 수명이 길어져 노인시기의 연장에 따른 여성노인의 빈곤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려 한다.
이 문제는 내 동생이나 친구들 뿐 아니라 우리 엄마의 문제이기도 하고 먼 미래의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 출산과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이다.
2. 본론
1) 하소연 할 곳 없는 전업주부의 스트레스
현재 한국의 일반적인 가족 형태는 부부와 아이로 이루어진 핵가족이다. 가족의 형태나 구성이 변함에 따라서 아이를 키우는 여건에 따라 상황도 달라지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가족의 형태로는 아빠는 직장에 나가 가족의 수입원이 되고 엄마는 집에서 남편의 뒷바라지와 아이 양육을 하는 것이다. 여성들의 고학력과 사회진출로 인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직장맘으로 살아가는 엄마들도 많다. 그런 직장맘들은 직장맘대로 아이와 함께하지 못한 죄책감을 장난감을 사주는 등의 물질적인 보상으로 위안 받으려 한다.
또한 출산과 육아를 여성의 역할과 책임으로 구분지어 강조하는 모성 이데올리기와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가정을 돌봐야 한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남아있다. 얼마 전 보육교사의 유아 폭행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할 때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업주부가 불필요하게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수요를 줄이겠다.”고 언급해 전업주부들의 반발과 항의를 받았는데 이는 표면적으로 돈이 안 되는 전업주부의 육아에 대해 무시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1)
그리고 일을 하는 남편이 육아나 집안일에 잘 참여하지 않는 경우는 당연히 돈을 벌어오는 남편을 위해 전업주부인 본인이 참고 이해해야한다는 생각도 일반화 되어있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던 주부들 역시 자신들이 좀 더 참으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대답에서 자신의 희생을 가족의 행복으로 여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가사노동이나 육아를 남편의 임금노동에 비해 낮추어서 생각하는 경향이 어쩌면 그녀들만의 생각이 아닌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것을 참고 이해해야 하는 주부들의 육아스트레스나 우울증, 고립감 등은 할 일 없고 철없는 여자의 감정 표현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엄마의 스트레스가 아이의 정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듯이 주부들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양육 스트레스가 높은 엄마 일수록 아이의 TV나 핸드폰 등의 미디어 사용이 길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엄마 자신이 미디어 기기에 의존하여 베이비시터처럼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2)
요즘에는 ‘아빠 어디가’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아빠의 육아 참여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실제로도 많은 아빠들이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경쟁적인 기업문화와 성 역할을 구분하는 인식 때문인지 한국의 남편들 10명 중 6명 이상이 '가정보다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아내와 집안일을 분담하는 데도 소극적인데, 가사참여율이 유럽지역 7개국과 멕시코·필리핀·대만·일본 등 12개국 가운데 11위다. 식사 준비, 세탁, 집안 청소, 장보기, 아픈 가족 돌보기, 소소한 집안 수리 등 6개 항목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아내와 공평하게 세탁, 식사 준비를 하는 비율은 9% 안팎으로 북유럽 국가들의 2분의1~3분의1에 그친다고 한다.3)
아빠의 육아 참여도가 높을수록 아이의 친사회적 행동 수준이 높고, 도덕 판단 능력과 정서지능이 높고, 육아 참여도가 낮아질수록 엄마들과의 다툼이 일어나고 엄마의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그리고 심한 경우는 가정이 해체되기도 한다. 이처럼 아빠의 육아, 가사 참여도가 아이뿐 아니라 부부관계에도 영향을 끼쳐 가족 전체의 위험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4)
그 외에 쉬지 않고 아이를 돌보는 데서 오는 피곤과 짜증, 사회와의 단절, 소외감, 고립감, 무능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 남편에 대한 원망에 따르는 죄의식 등 주부들에게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우울한 감정들이다.
2) 남성보다 심각한 여성노인 빈곤
올해 58세가 되시는 우리 엄마는 전업주부로 30년을 살아오시다가 경제가 어려워지고 아버지의 일자리도 마땅치 않게 되자 늦은 나이에 일을 하러 나가신지 1년이 넘으셨다. 갚아야할 은행 빚과 이자, 집안 살림 등 사실상 생계를 위해 일을 하러 나가시지만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아오셔서 경력도 자격증도 없는 엄마에게 주어지는 일은 작은 식당의 주방 보조밖에 없다. 엄마에게 늦은 나이에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뭐냐고 물어보니 “생각대로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 다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하셨다. 또 “무언가 부당한 일을 당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다가 물어봐야 하는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고 하셨다. 게다가 “언제 해고당할지 모를 불안감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셨다.
남편 내조와 아이들 육아에 전념하던 4~50대 주부들이 가계부채 급증과 남편들의 조기 퇴직 압박이 커지면서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태기 위해 생업에 내몰리고 있다. 15일 통계청의 ‘2014년 연간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0~50대 여성 고용률은 각각 65.1%와 60.9%였다. 중장년층 여성 10명 중 6명은 일자리를 잡았다는 얘기로 관련 통계 기준이 변경된 1999년 이후 최고치다.5) 하지만 최소 15년 이상 전업주부로 살아온 탓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대부분 질 낮은 비정규직이나 파트타임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사실상 가정의 생계를 도맡고 있기도 하다.
한편으로 비정규직이나 파트타임의 일도 할 수 없는 노인들은 폐지를 주워 팔며 최저빈곤층으로 전락해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 되었다. 이러한 빈곤 노인들은 2015년 현재 100만 명을 넘어 섰다고 한다. 그들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연명해가며 위험하고 불안정인 삶을 살고 있다. 급격한 초 고령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의 노인 빈곤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데, 특히 여성노인의 빈곤은 훨씬 심각하고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은퇴로 인한 수입의 감소는 남성노인과 여성노인 모두 함께 겪는 빈곤의 원인이 되지만, 대부분 여성노인들은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살았기에 기댈 수 있는 연금도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없어 별 다른 수단 없이 자식에게 의존하거나 폐지를 주워 팔며 하루에 8000원의 수입만으로 살아가고 있다. 또한 여성노인의 경우 남편의 은퇴나 사별이후에 빈곤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남성보다 여성의 평균수명이 길기 때문에 상당기간 홀로 살아가게 된다. 독거가구의 비율도 남성노인이 7.2%인 반면, 여성노인은 30.6%로 약 4배나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여성 노인들은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주택이나 재산에 대한 처분권과 통제력의 행사에도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6)
부모세대의 어머니들은 결혼과 출산을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사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어머니들은 본인이 알고 있는 방식대로 열심히 살아오셨지만 먹고 살기 힘들어진 자식들은 자신들의 생계 걱정만으로도 바쁘고 국가는 모든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그 분들은 지금 소위 ‘뒤통수’를 맞고 있는 것이다.
3) 왜 사회적 위험인가?
가족은 기본적인 교육과 노동력의 생산과 재생산을 하는 곳으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지점이다. 동시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내는 곳이므로 사회적 문제를 잠재적으로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족을 한 사회의 소우주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가족의 문제는 개별구성원 개인의 문제나 그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의 문제이고 정치의 문제이다.
가족의 형태와 기능은 전통사회에서 근대 산업사회로 변화를 거치면서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자급자족의 생활에서 임금노동의 생활로 변화하면서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고 사회로 진출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그에 따른 혼인율의 감소, 출산율의 저하, 이혼의 증가 등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는 여성의 빈곤으로도 이어지고 있다.7)
특히 교육의 기회가 평등해지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자각하는 여성들이 늘어가면서, 젊은 여성들이 사회에서 요구 받는 남녀평등의 새로운 의식과 가족 내에서 주부로서 엄마로서 요구받는 전통적인 성역할의 낡은 조건 사이에서 혼란을 느낀다. 또한 이러한 모습을 어머니 세대부터 언니들의 세대까지 직접 지켜보고 있는 젊은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실제로 주위의 젊은 여성들은 남편이 아닌 ‘아내’, 즉 새로운 엄마를 원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전히 주부들에게 예전 전통사회의 모성을 강요하고 억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폭력이다. 그리고 위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주부들에게 가해지는 강요와 억압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나약한 존재인 아이와 더 나아가서는 가정의 파탄까지 불러오는 심각한 사회적 위험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바라는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이 살고 있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의 모습이 사실 남녀차별과 가부장제의 이데올리기, 주부들의 희생으로 지어진 허상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복지국가는 ‘자각한 시민과 조직된 시민들이 관료와 군부의 통치가 아닌 스스로를 통치하는 제도화의 과정, 시민의 자기 통치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결과물’이다.8) 즉, 자각한 주부들이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그것을 요구해야하는 것이다.
3. 문제해결 방안
그 사회의 수준은 그 사회의 약자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본인들 스스로 사회의 약자임을 인식하고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주부들을 위한 인문학, 심리학 강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실제로 인터뷰한 주부들도 문화센터나 동사무소에서 하는 프로그램의 참여를 많이 하는 편인데 취미가 아닌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을 원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예를 들어 재취업을 위한 컴퓨터 활용 자격증이나 경제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등을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두 번째로는 육아 스트레스와 소외감 등으로 주부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30대 이상 여성 우울증 환자가 5년 새 20% 이상 증가해 4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 원장은 “전통적인 역할기대에 따라 주부들이 가족 구성원들의 과도한 스트레스를 모두 떠맡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9) 이런 주부들의 심리적인 상담을 해줄 수 있는 공간이 지역마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핵가족화로 가족과 떨어지고 타인들과의 경쟁의식 때문에 자신의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없는 주부들은 혼자 참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우울증의 희생자가 되고 만다. 인터뷰 했던 주부들도 자신들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우울증세를 약간씩 보이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정신과를 찾는 게 부끄러운 일이고 숨겨야할 일인 우리나라에서 쉽게 병원에 가보라고 할 수는 없기에 오픈되고 밝은 장소에서 운영하는 심리상담소라면 주부들에게는 문턱이 낮아질 것이다.
세 번째로는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시점에서 많은 주부들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없어 쉽게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집 폭행사건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이에 대한 실재적인 경험과 이해가 없는 젊은 보육교사가 아이를 돌보고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폭력을 행한 것이다. 대부분 많은 어린이집 원장들이 적은 임금으로 많은 노동력을 얻기 위해 젊은 여성들을 보육교사로 쓰고 있다. 하지만 일본 같은 경우는 ‘할머니 보육교사’가 있다고 한다. 8시간의 근무를 지키고 교대근무, 휴가, 힘든 일을 담당해주는 인력이 별도로 존재하는 등 보육교사에 대한 여건이 좋기에 일본 어린이집 교사는 수명이 길다.10) 우리나라도 오래된 경력의 보육교사가 있는 어린이집이라면 폭행사건이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는 일자리를 원하는 중년의 전업주부들에게 교육을 제공하여 보육교사로 활용한다면 개인의 욕구와 사회의 필요가 잘 맞아떨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들이 가정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취업하기도 힘들지만 직장에서 살아남기도 힘들다. 국가나 기업에서는 생존을 담보로 잡고 가정에서 아버지들을 빼앗아가고 있고 아버지를 잃은 가정은 방황하고 있다. 실제 인터뷰에서 모든 주부들은 남편이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이 되고 위안이 된다고 말한다. 그만큼 남편의 부재의 유무는 주부들에게 크게 다가온다. 또 아이들에게도 아버지의 자리는 점점 사라져 아버지들이 나이 들어 가정으로 돌아왔을 때 아이들과 아버지의 어색한 모습을 TV프로그램을 통해 종종 볼 수 있다. 아버지들의 입장에서는 돈을 열심히 벌어다주면 집안에서의 역할을 다 하는 것 같지만 아내에게나 아이들에게는 그게 전부는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 아버지들의 상황과는 다른 복지국가의 모델이 되고 있는 북유럽의 아버지들을 살펴보면 오후 5시면 귀가해 아이를 돌보고 유치원 픽업이나 저녁식사는 거의 대부분 아버지들의 몫이다. 게다가 육아휴직제가 뿌리 깊게 자리 잡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조기 퇴근도 쉽다. 덴마크에서는 출산 6주 전부터 휴가를 쓸 수 있고, 산후 1년까지는 월급의 80%를 받는 유급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아빠의 역할을 중시하는 문화 덕분에 회사에서도 오히려 부모 모두의 육아휴직을 권장하는 분위기이고 당연히 승진이나 커리어에 전혀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11) 이렇게 아버지들이 가정으로 돌아오고 주부들은 사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꼭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활동 등을 통해 회색 감옥인 가정 밖으로 나아감으로써 정체성을 획득하고 고립감과 소외감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다. 아버지를 다시 아버지의 자리로 되돌려 놓고 주부들에게 아이와 남편이 아닌 ‘나’를 찾아주기 위해서는 사회적,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가 건강하고 가정이 건강해 진다. 어쩌면 이 사회의 큰 문제를 아주 작게 들어가 보면 가정의 문제이고 결국 엄마의 문제가 아닐까?
4. 과제를 마치면서
과제를 하기 전까지는 전업주부들이 복지 대상이 될 것 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는 것은 순전히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지 그것을 사회가 도와줄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과제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논문과 기사를 접하고, 책들을 읽으면서 내가 굉장히 잘 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지 그녀들의 상황 때문만이 아니라 복지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복지의 대상이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에 대해 ‘좌파의 저급한 감성논리’라고 말한 것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어떤 프레임으로 복지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가장 위험한 사람은 평생 한 권의 책만 읽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있듯이 한가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지만, 한가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정책을 만들어 나갈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지 알게 해주었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 세대의 어머니들을 생각해 봤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인내하며 살아오신 어머니들에게 지금 주어진 현실은 생계를 위해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여성들의 실업과 빈곤은 한 세대의 일이 아닐 것이다. 얼마나 교육을 많이 받았던 얼마나 좋은 회사를 다녔던 결혼과 출산은 모든 여성들을 평범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건 국가적으로도 매우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결혼과 출산은 주부들의 문제나 각각의 가족의 문제가 아닌 큰 틀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막스 베버는 ‘근대화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다음 모퉁이에서 내릴 수 있는 승용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시간은 앞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어머니들에게만 가부장적인 시대의 삶을 살라고 하는 건 옳지 못하다.
5. 참고문헌
1) 유범상, 김종해, 여유진 공저, 『사회복지개론』,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14
2) 울리히 백 지음, 홍성태 옮김, 『위험사회』,새물결, 2006
3) 공동육아 연구회 펴냄, 『함께 크는 우리 아이』, 또 하나의 문화, 2001
4) 김동희, 「미취학 아동의 미디어 사용과 아동의 기질, 양육 스트레스와의 관계」, 스트레스 硏究 제 22권 4호
5) 안설하, 「아버지의 일상적 스트레스와 양육참여도가 유아의 정서지능에 미치는 영향」, 한국가정관리학회지 제 30권 4호, 2012
6) 장미혜, 「여성노인의 노후빈곤 현황 및 대응정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3,
1) 김진우, “원유철 "0~2세 영아 전업주부 어린이집 이용 제한 검토", 『이데일리』, 2015.2.6
2) 김동희, 「미취학 아동의 미디어 사용과 아동의 기질, 양육 스트레스와의 관계」, 스트레스 硏究 제 22권 4호, 2014, p.207
3) 잉웅재, “남편의 가사 참여“, 『서울경제』, 2015.1.07
4) 안설하, 「아버지의 일상적 스트레스와 양육참여도가 유아의 정서지능에 미치는 영향」, 한국가정관리학회지 제 30권 4호, 2012, p.90~91
5) 김준일, “지난해 40·50대 여성 고용률 99년 이후 최대“, 『동아일보』, 2015.1.15
6) 장미혜, 「여성노인의 노후빈곤 현황 및 대응정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3, p.3~17
7) 유범상, 『사회복지개론』, 한국방송대학교, 2014, p.182~184
8) 유범상, 『사회복지개론』, 한국방송대학교, 2014, p.11
9) 이근평, “자녀 살해·방화… ‘우울증 주부 범죄’ 위험수위“, 『문화일보』, 2014.11.21
10) 여정민, “나는 어린이집 교사입니다“, 『다음 뉴스펀딩』, 2015.3.31, ”11화. 좋은 어린이집, 이렇게 하면 가능하다“
11) 베스트 베이비, “엄마들의 로망, 북유럽 스타일 육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