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만원의 인생 경험 🍒
"아저씨!… 아저씨! 잠깐만요."
지난 어느 날 영동고속도로 ○○휴게소.
한 중년 부인이 승용차 창문을 반쯤
내리고 부근에서 빗자루질하는
미화원 P씨를 불렀다.
P씨는 부인이 부르는 '아저씨'가 자신 이란 걸 뒤늦게 알고 고개를 돌렸다.
"이거(일회용 종이컵) 어디에 버려요?"
" 이리 주세요."
'그걸 몰라서 묻나. 쓰레기통까지 가기가 그렇게 귀찮은가?!!!…'
P씨는 휴게소 미화원으로 일한지 이 날로 꼭 한 달째다.
그런데도 아저씨란 호칭이 낯설다.
지난 27년 동안 신부님이란 소리만 듣고 살았기 때문이다.
안식년을 이용해 휴게소 미화원으로 취직한 청소부가 된 P신부~
그는 오전 8시부터오후 8시까지 12 시간 동안 휴게소 광장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며 빗자루질을 한다.
그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주변에 한 명도 없다.
기자의 기습에 깜짝 놀란 그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 일인데.." 하며,
사람들 눈을 피해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사람들 사는 게 점점 힘들어 보여서
삶의 현장으로 나와 본거예요.
난 신학교 출신이라 돈 벌어본 적도 없고 세상 물정에도 어두워요.
신자들이 어떻게 벌어서 자식들 공부 시키고 집 장만하고, 교무금을 내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그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소위 빽을 경험했다.
농공단지에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갔 는데 나이가 많아 받아주는 데가 없었 다.
아는 사람이 도와줘서 겨우 휴게소 미화원 자리를 얻기는 했지만 사오정
이니 오륙도니 하는 말이 우스갯 소 리가 아니란 걸 피부로 느꼈다.
그는 출근 첫날 빗자루를 내던지고 그만 두려고 했다.
화장실 구역을 배정받았는데 허리 펴 볼 틈도 없이 바쁘고 힘이 들었다.
대소변 묻은 변기 닦아내고, 발자국 난 바닥 걸레질하고, 담배 한대피우고
돌아오면 또 엉망이고….
그래도 일이 고달픈건 견딜 만 했다.
사람들 멸시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어느 날, 한 여성이 커피 자판기 앞에 서 구시렁거리며 불평을 했다.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커피가 걸쭉하 게 나와 도저히 마실 수 없는 상태였 다.
P신부는 휴게소 직원으로서 자신의 동전을 다시 넣고 제대로 된 커피를
뽑아주었다.
그랬더니 그 여성이 "고마워요. 저건 (걸쭉한 커피) 아저씨 드시면 되겠네"
라며 돌아서는 게 아닌가?
"제가 그 때 청소복이 아니라 신사복 차림이었다면 그 여성이 어떤 인사를
했을까요?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 하면 안돼죠."
P신부는 "그러고 보면 지난 27년
동안 사제복 옷 덕분에 분에 넘치는
인사와 대접을 받고 살았는지도 모르 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눈물 젖은(?) 호두과자도 먹어 보았다.
아침식사를 거르고 나왔는데 허기가 져서 도저히 빗자루질을 할 수가 없었 다.
하는 수 없이 호두과자 한 봉지를 사 들고 트럭 뒤에 쪼그려 앉아 몰래 먹 었다.
손님들 앞에서 음식물 섭취와 흡연을 금지하는 근무규정 때문이다.
그의 한달 세전 월급은 120만원.
그는 "하루 12시간씩 청소하고 한 달 에 120만원 받으면 많이 받는 거냐?,
적게 받는 거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또 "언젠가 신자가 사다준 반팔티셔츠 에 10만원 넘는 가격표가 붙어 있던
데…"라며 120만원의 가치를 따져 보았다.
이번엔 기자가 "신부님이 평범한 50 대 중반 가장이라면 그 월급으로 생활
할 수 있겠어요?"라고 물었다.
"내 씀씀이에 맞추면 도저히 계산을 못하겠네요.
그 수입으로는 평범한 가장이 아니라 쪼들리는 가장 밖에 안 될 것 같은데.."
"신자들은 그런데도 헌금에 교무금에 건축기금까지 낸다" 며
"이제 신자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 을 것 같다"고 P신부는 말했다.
그는 "그동안 강론대 에서 '사랑'을 입버릇처럼 얘기 했는데 청소부로
일해 보니까 휴지는 휴지통에,꽁초는 재떨이에 버리는게 사랑임을 깨달았
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누군가가 그 걸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혀야 합니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평 범한 일입니다. 또 과시할 것도 없고
누가 알아 주기를 바랄 필요도 없죠. 시기 질투도 없습니다."
"그게 참사랑입니다."
그는 "신자들이 허리굽혀 하는 인사만 받던 신부가 온종일 사람들 앞에서
허리 굽혀 휴지를 주우려니까 여간 힘 든 게 아니다"며 웃었다.
그는 "퇴근하면 배고파서 허겁지겁 저녁식사하고 곧바로 곯아 떨어진다"
며 "본당에 돌아가면 그처럼 피곤하 게 한 주일을 보내고 주일 미사에 온
신자들에게 평화와 휴식같은 강론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날은 그의 마지막 근무일이다.
애초에 한 달 계획으로 들어왔다.
그는 낮은 자리에서의 한달 체험을 사치라고 말했다.
난 오늘 여기 그만두면 안도의 한숨 을 돌리겠죠. 이곳이 생계 터전인
진짜 미화원이라면 절망의 한숨을 쉴 것입니다.
다시 일자리를 잡으려면 얼마나 힘들 겠어요.
나도 빽 써서 들어왔는데... 가족들 생계는 당장 어떡하고.. 그래서
사치스러운 체험이라는 거예요."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 곧바로 청소 하는 일터로 뛰어갔다.
한 시간 가량 자리를 비운 게 마음에 걸려서 그런 것 같다.
미화 반장한테 한소리 들었을지도 모 른다.
쓸고 닦고 줍고.. 몸을 깊숙이 숙인 채
고속도로 휴게소를 청소하는 P신부님!!...
그에게 빗자루질은 사제생활 27년 동안 알게 모르게 젖어든 타성에서
벗어나고 마음의 때를 씻어내려는 기도인지도 모른다.
월급 120만원 자리도 빽쓰고 들어가 야 되는데 복지국가라고 얘기 할 수 있나유??
우리 사회에 많은것을 시사하는 내용 입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는 생각이듭니다.
늘 감사합니다.^^ ❤️
첫댓글 신부님의 헌신과 일상생활에서 아름다운 체험이 주는 감동과 찔림을 느끼며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