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삼소회 회원들의 대원사 수련기념>
한계레 신문 2004년 1월 15일자에는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100인’이란 주제로 신년특집이 실렸습니다. 그 중 종교부분 5인 중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여성 성직자 모임인 ‘삼소회三笑會’가 선정된 것을 보고 흐뭇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사회의 성숙도와 인류의 미래는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서로 교류하고 공동선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삼소회의 시작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처음에는 복자수녀회의 김옥희 수녀님과 원불교의 지정교무 하정교무님이 제 방에서 즐겁게 차 한잔 마신 인연이 삼소회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성당에서 큰 행사가 있으면 초대해서 그때 베풀어지는 (종신선언 등) 종교의식의 의미를 배우고 식사대접을 받으면서 우정과 친교를 나누고 갔습니다. 또 한번씩 북한산과 도봉산을 등반하고 원불교 성지가 있는 변산반도 등을 여행하면서 ‘영성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한 형제처럼 동참모임처럼 허물없는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성택교무님과 청전스님, 정목스님과 성심회 한옥자수녀님이 함께 했습니다. 그 후 1988년 서울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이 열리면서 장애인을 위한 자선음악회를 호암아트홀에서 열어 보자고 지정교무님이 제안했습니다. 자선 음악회는 여성수도자 중심으로 하기로 뜻을 모았으며 모임의 이름을 생각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즉각적으로 떠오른 이름이 호계삼소虎溪三笑였습니다. 호계삼소란 중국 남북조시대에 살았던 각 종교를 대표하는 세 사람의 현자들, 도연명(도교)과 육수정(유교), 혜원법사(불교)가 호계교 다리 위에서 호탕하게 웃고 있는 모습의 중국고사입니다. 그러나 세 사람의 생존연대를 살펴보면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없는 간격을 두고 있습니다.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만나게 한 호계삼소의 고사는 그 당시에 이미 종교간의 분쟁과 불화가 사회문제가 되고 국민화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호계삼소의 고사가 생긴 이후로 동양에서는 유?불?선 삼교가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큰솥을 받쳐주는 세계의 발처럼 함께 공존해 왔습니다. 세상의 예절은 유교를 통해서 배우고, 무병장수와 수행자의 몸을 만드는 길은 도교의 양생법을 따르고, 마음을 다스리고 깨닫는 지혜는 불교를 통해서 배우고자 한 것입니다.
역사에 실재하지 않은 동양의 호계삼소가 종교화합을 이뤄냈듯이 여성수도자 모임인 삼소회가 더욱 발전하여 우리 사회가 영적인 성숙을 이루고 아름다운 만남이 호수의 파문처럼 퍼져 가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은 마굿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말 이름이 말동이쯤 되겠지요. 부처님은 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길동이라고 불렸을 것입니다. 우리는 불교와 천주교가 만난는 것이 아니라 말동이네 가족과 길동이네 가족이 도나스 아줌마(원불교) 집에서 이름다운 만남의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영생의 꽃을 피우기 위한 시 한 구절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세계일화 만생일가世界一花 萬生一家 위타위기 자타불이爲他爲己 自他不二 이 세상은 한 송이 꽃이며 모든 생명은 나의 가족입니다. 남을 위하는 일이 자기를 위하는 일이니 나와 남은 본래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교황청 한국 전교기구에서 펴내는 \"땅끝까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