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나라가 경시라는 광풍에 휩싸인듯 합니다.
마치 경시를 하면 모든 희망이 주어질 것 같은 학원들의 상술과 부모님들의 허황된 욕망으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블렉홀속으로 아이들을 내몰고 있는 듯 하여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내 앞에 있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의 장래를 생각하며, 냉정하고 정확한 통계의 의미를 부모님들께는 절대로 비밀로 할 수 밖에 없는 스스로의 양심으로부터 진정 자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네이버 한 카페에 올렸던 글을 여과없이 올림니다.
과고준비...꼭 가야할 이유가 있다면...갈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면...최선을 다하여 준비하되, 그 준비는 과연 얼마나 합리적인 근거에 의한 실현가능한 준비인가를 나는 알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실대로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내 앞에 마주하고 있는 부모님들께는 얼마나 양심적인 상담을 하고 있는지, 그것은 진정 교육이라는 직업군에 투신한 내 삶의 가치인가, 스스로를 정의함에 있어서 자유할 수 있는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바른 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올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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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중학교 한 학년의 학생수는 대략 60만명쯤 됩니다.
그 중 서울시에는 368개의 중학교가 있으며(특수목적의 학교제외), 한 학년 약 12만명이 다니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서울에는 3개의 과고가 있습니다.
입학가능한 정원을 보면, 서울영재과학고 120명, 한성과학고 160명, 세종과학고 160명으로 440명의 학생들이 매년 신입생으로 들어갑니다.
세 학교의 정원은 서울시 한 학년 학생대비 약 0.37%이며, 서울과고가 영재고로 전환되면서 경시특차가 없어졌기에, 과거의 경시특차가 있던 시기를 생각하여 수학,과학,정보올림피아드 입상자 특별전형을 통계로 보면, 세 학교 모두 조금의 차이가 있지만 대략 50명 전후로 전체 약 150명 전후의 경시특차입학이 가능했습니다.
서울시 한 학년 학생대비 약 0.13%정도의 비율을 차지합니다.
또 서울영재과고의 정원을 전체비율로 따져보면, 전교1등만 지원하여도 약 3:1의 경쟁율이 됩니다.
3개의 학교 모두를 합친 경우를 보면, 전교2등이내의 아이들만 지원하여도 1.7 : 1의 경쟁율이 됩니다.
한편 경시상황을 보면, 수학경시의 금상은 대략 120명정도이니 이 숫자만 하여도 서울영재과고의 정원과 비슷한 숫자이며, 과학의 4과목과 정보까지를 합친 금상수상자는 아마도 400~500명의 숫자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수상자의 숫자를 경시특차 정원(영재고 제외)대비 비율로 살펴보면, 경시특차 입학정원의 약 4배 이상의 숫자가 됩니다.
이 숫자는 물론 은상이나 동상 또는 장려상은 포함시키지 않은 금상이상의 숫자만을 계산한 것입니다.
과고를 지원했던 많은 학생들의 경우 수상실적과 입학가능한 바로메타가 불분명하고, 높은 수상실적을 득하였음에도 불합격의 통보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과거 대략 90년대 초반까지는 경시의 수상자를 무더기로 배출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경시 수업을 하셨던 선생님들은 익히 잘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수학, 서울시 예선의 경우 각 학교 학년 구분없이 교내경시를 통하여 한 학교당 2명씩 대표를 뽑고, 약 700명의 학생들이 지역예선을 치뤘습니다.
대상1명, 금상 3명, 은상5명, 동상12명, 장려상24명 (오래된 기억이라 조금 틀릴 수 있습니다)으로 서울과고의 경우 은상까지 안전합격, 동상1등 입학가능였으므로, 수상실적에 따라 곧 입학가부를 알수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수상분포과 비교하면, 당시의 장려상 수상자가 현재의 금상보다 더 높은 수상실적였습니다.
이 글을 쓰는 것은, 이러한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통계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너무도 많은 아이들이 학원들의 상술과 학부모님들의 맹목적이고도 막연한 집착으로 회복할 수 없는 경시후유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준비하되 그것이 얼마나 객관적으로 사실에 근거하고, 가능성에 근거한 목표치인가를 냉정히 따져서,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시는데 도움을 드리기 위함임니다.
이렇게 숫적으로 그 몇 배의 수상자를 배출하다 보니, 경시의 수상실적과 합.불학격의 가늠자가 사라지고, 그저 최소한 이정도의 자격조건은 갖춰놓고, 그 이후는 하늘에 맡긴다는 식의 불안심리가 함께 작용하여 수학,과학 모든 과목의 경시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가장 높은 수상실적 하나만 반영함) 안타까운 현실을 또 보게
됩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합격을 한 아이들 역시 몇 개 과목을 준비하느라 심한 과목간의 불균형(특히 영어)으로 인하여 보다 높은 학문의 길을 가고싶지만, 유학의 길이 차단되는 현실을 봅니다.
과거에 지금처럼 무더기로 경시에 목매달지 않고, 특별한 재능이 있던 소수의 아이들만 경시준비를 하던 시절, 많은 아이들이 유학을 갔던때와 비교되는 이유임니다.
현실이 이러한데, 아직도 겨란으로 바위를 깨겠다고 경시에 목숨거는 너무도 많은 학생들을 보면서....좌절을 미리 맛보라는 메세지가 아니라...준비하되...현실이 어떠한지 냉정히 따져보고...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목표가 얼마나 무모한지...사실에 근거한 목표를 두고 있는지...가능성이 있는 목표를 설정한 것인지......
어쩌다 하늘에서 행운라도 내려주기를 막연히 기대하는 황당한 목표인지를 깨닫고, 지혜로롭고 보다 멀리보는 혜안으로 준비하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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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학교성적 3%이내라고...목표가 과고라고 당당히 말씀하시는 학부모님께.....
서울시엔 3%이내의 아이들이 3600명이고, 2%이내의 아이들이 2400명이나 있고
1%이내의 아이들도 1200명이나 있습니다. 정원은 440명이구요....
무엇으로 설명을 드려야 할지..그저..앞이 캄캄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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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고 맹목적인 그 도전은 2010년 서울영재고입시 17.7 :1이라는 사상초유의 경쟁율을 낳았고, 얼마나 무모한 도전의 결과인지를 모른체, 아이들과 함께 좌절할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도전하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도전하되...그것이 얼마나 가능성에 근거한 도전인지를 알고 할 때,
그것이야 말로 진정 값지고 귀한 도전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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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무슨 줄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줄 세워놓고 이렇게 공부하여 남는 것이 무엇이다를 주장하는
내 양심속에.....내 안에 있는 무수한 또 다른 나는 누구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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