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질과 비타민을 섭취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고기와 밀가루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밥 먹을 때 나물이나 김치만 있으면 초식동물이냐며 불평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편식쟁이 중에서도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상당하다. 과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당분 섭취가 늘겠지만, 적당한 과일 섭취는 건강에 좋은 비타민과 무기질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맛도 좋고 영양도 가득한 과일. 그런데 늘 먹던 과일 대신 조금 색다름을 추구해보면 어떨까? 아래에서는 이색 과일 10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신비복숭아
신비복숭아라는 이름을 처음 들으면 머리에 의문이 피어난다. 무엇이 얼마나 신비하길래 ‘신비복숭아’라는 걸까? 먼저 신비복숭아가 어떤 복숭아인지 알기 위해선 복숭아의 종류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복숭아는 과육의 색깔에 따라 백도와 황도로 나뉜다. 신비복숭아는 천도복숭아 중에서도 ‘신비’라는 품종인데, 겉모습은 천도복숭아와 비슷하지만 과육은 백도처럼 희다. 맛은 일반 복숭아보다 신맛은 적고 당도는 높다고 한다. 일 년에 3주밖에 수확하지 않는 매우 귀한 복숭아이다.
샤인머스캣
샤인머스캣은 가장 인기 많은 이색 과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샤인머스캣은 일본 농림수산성 산하 연구기구에서 ‘아키츠-21’과 ‘하쿠난’을 교잡시켜 탄생했다. 일본 외에도 로열티를 주지 않고 재배가 가능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곳에서 재배가 활발하다. 샤인머스캣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씨가 없고 껍질이 얇다는 것. 포도가 그렇게 맛있지만 씨와 껍질을 뱉는 것이 수고로운데, 먹기도 편한 게 당도도 높으니 인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과일이다.
블랙망고 수박
보통 수박 하면 떠올리는 색이 있다. 겉은 초록색에 검은 줄무늬, 속은 빨간 과일. 이런 인식을 깨트리는 것이 바로 블랙망고 수박이다. 블랙망고 수박은 겉모습도 초록색이 어두워서 줄무늬가 잘 보이지 않고, 갈라보면 안이 마치 망고처럼 노랗다. 노랗긴 하지만 맛은 엄연히 수박 맛. 일반 수박보다 크기가 작은 편이고 껍질도 얇다. 처음엔 노란색이라 약간 당황스럽더라도 당도가 높은 편이라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 다 충족시켜 준다.
블랙 사파이어
샤인머스캣에 이어 또 하나의 다채로운 포도가 요즘 뜨고 있다. 블랙 사파이어는 길쭉한 모양으로 ‘가지 포도’라고도 불리는데,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당도가 18~22브릭스로 높은 편인데, 100g에 31㎉라 당도 대비 칼로리는 낮다. 블랙 사파이어를 처음 사면 표면에 흰색이 얼룩지기도 하는데, 당도가 밖으로 나와 굳은 것이므로 씻어 먹기만 하면 문제는 없다. 과육 자체의 당도는 샤인머스캣보다 강하지만 껍질에선 약간 쓴맛이 돈다.
금향
멜론을 두고 ‘서양 참외’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창원에서 개발한 금향은 정말로 멜론과 참외를 교잡한 품종이다. 맛있긴 하지만 껍질을 깎기 어렵고 크기가 큰 멜론과는 달리 크기가 작고 껍질이 얇아서 먹는 데 불편함이 줄었다. 참외의 간편함에 멜론의 당도를 더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과육은 물컹하진 않아서, 단단한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선호할만한 과일이다. 상온에서 1개월 저장도 가능해서 미국 LA로 종자 수출 3만 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용과(드래곤푸르트)
이번에는 뷔페 샐러드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색 과일이다. 용과, 드래곤푸르트라는 예사롭지 않은 이 과일은 열매 달린 모습이 마치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상과 비슷하다고 하여 이렇게 이름 지어졌다. 붉은 과육 혹은 하얀 과육에 검은 씨가 박혀있는데, 독특한 모습과는 달리 단맛이나 신맛이 아주 강한 편은 아니다. 수분이 많고 상큼해서 샐러드, 주스 등으로 자주 쓰인다.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 성분이 많아 항암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애플망고
망고 하면 떠오르는 건 주생산지 동남아시아에 노란 껍질이지만, 애플망고는 껍질이 붉고 온난화기후로 최근 제주도에서도 재배된다. 노란 망고보다 새콤달콤한 맛이 강해서 신맛이 함유된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다. 과육도 망고보다 탱글탱글한 식감이라 호텔에서 고급 망고 빙수 재료로도 자주 쓰인다. 비타민A가 풍부해 눈 건강에 좋고, 비타민C는 20㎎ 정도 들어있는데 이는 사과나 배보다 2배 많은 수치라고 한다.
플럼코트
자두, 살구와 색은 다르지만 모양은 약간 비슷해 보이는 과일이다. 멜론과 참외를 교잡한 금향처럼, 플럼코트는 비슷하게 생긴 두 과일을 합쳐 만들었다. 플럼코트는 살구의 단맛과 자두의 향기로움이 함께 느껴진다. 농촌진흥청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68%가 플럼코트에서 자두와 살구 맛을 동시에 느꼈다고 답했다. 향이 좋은 과일이라 잼으로 만들어도 좋고 간식으로 먹기에도 적합하며, 파이 등 구워 먹는 요리에 써도 풍미가 좋다.
납작복숭아
말 그대로 납작한 복숭아인 납작복숭아는 유럽에서 많은 인기를 얻는 과일이다. 특이한 이름, 외관과는 달리 맛 자체가 보통 복숭아 맛에 가깝다고 한다. 여기에 당도는 14~15브릭스 정도로 달고, 익힐수록 단맛이 더 강해진다. 과즙이 풍부하고 껍질도 부드러워 수분이 많은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병충해에 취약한 편이라 국내에선 재배가 어려운데, 납작복숭아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국내에서도 재배 농가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루비에스
루비에스는 국내에서 개량된 품종으로 빨간 보석인 루비와 작다는 뜻의 영단어인 스몰의 S를 합쳐 붙인 이름이다. 스몰의 S가 붙은 과일답게 탁구공보다 조금 더 크고 무게도 90g이 안 된다. 당도는 약 14브릭스에 가깝고, 신맛과의 조화도 적절하다. 루비에스는 농가에서도 각광받을 만한 품종인데, 수확 전 낙과가 전혀 없고 상온에서도 50일 이상 유통 가능한 저장성을 지녔다. 다른 이색 과일이 맛이 좋아도 낙과나 보관 문제로 골머리 썩이는 걸 고려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박서연 press@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