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체험한 '초월의 신비'"
정신건강 위해 가끔 초월을 경험하라"
현대인들은 복잡한 산업사회와 인간관계, 그리고 흘러넘치는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디지털 문명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일상생활이 늘 긴장되고, 지치고, 마침내는 탈진증후군(burn-out syndrome)에 빠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탈진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은 무기력해지고,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여 감각적인 쾌락을 추구하기도 하는데, 반면에 또 어떤 사람들은 외로움과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안나 렘키(Anna Lembke) 교수는, 미국과 같은 부유한 나라들에서 우울증과 불안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사람들이 문자, 트위팅, 온라인 쇼핑 등 디지털 즐거움으로 도파민(dopamine)에 푹 빠지게 된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 날은 또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팬데믹(pandemic)으로 코로나-블루라는 우울증에도 시달리고 있다. 이래저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신건강학적으로 매우 위험한 시기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정신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처방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나는 정신건강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명상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명상 중에 초월의 절정경험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명상을 하다 보면, 세상의 현상세계를 넘어서는 어떤 초월의 신비체험을 하게 되는데, 나는 이런 초월의 신비체험을 명상에서 경험하는 절정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 단계는 느낌도 깨달음도 초월하여 비움을 극치에 달하게 하고, 단지 절대자와 하나가 되어 그 안에 머무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절대자란 기독교의 하느님이어도 좋고, 불교의 깨달음이어도 좋고, 그냥 우주의 정신이라고 해도 좋다.
명상에서 초월의 신비 체험은 내면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그러기 위해서 옛 명상가들은 복잡한 도시를 떠나 절대 고독과 침묵이 있는 곳으로 가서 눈을 감고 고요 속으로 들어갔다. 고요 속으로 들어가면 정신이 맑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면 초월을 경험하게 된다.
인간의 내면 깊은 곳은 무한한 어둠의 세계이지만, 그 안에는 또한 강렬한 빛이 있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내면의 어둠 속에 존재하는 이 강렬한 빛은 엄청난 생명력을 가지고 인간의 정신을 맑고 밝게 만들어 지극한 기쁨(bliss)을 맛보게 한다. 이 강력한 빛은 우울증도 스트레스도 번아웃 증후군도 녹여버린다. 나는 이것을 명상 중에 경험하는 초월의 절정경험이라고 부른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하는 멍때리기는 명상의 초월 경험을 잠깐이라도 경험하게 해주는 것 같다. 어떤 여성 변호사가 신문에 이런 글을 쓴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그녀는 너무 복잡하고 과중한 업무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이러다 자신이 미쳐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한다. 그런데 그녀가 이런 스트레스를 견디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것은 바로 출근하면서 시동을 걸기 전에 차 안에서 잠깐 동안 행하는 멍때리기라는 것이었다.
라스무스 호가드(Rasmus Hougaard)는 이런 효과를 임상적으로 경험하여 <1초의 여유가 멀티태스킹 8시간을 이긴다>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가능하면 멍때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명상을 하도록 해 보라. 명상은 진실로 우리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도구이기도 한 것이다.
글 | 윤종모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