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교통사고 이후 겨울에 머물러 살던 열다섯 고울이 아픈 기억을 끌어안고 다음 계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 끝없이 반복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블랙박스 속 사고의 목격자이자 당사자인 고울은 쉽게 영상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함부로 죽음을 소비하지 말라고. 밀어내려던 관계 속에서 다시 희망을 발견하며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는 고울의 뒷모습을, 독자들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바라보게 된다.
이 작품은 셰어런팅을 소재로 한 『리얼 마래』로 제14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하고, 십대들의 사이버 공간 속 갈등을 다룬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황지영이 온라인 세계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를 또렷하게 포착해 낸 첫 청소년 장편소설이다. 여과 없이 퍼져나가는 사고 현장 영상, 블랙박스 영상을 소재로 공감과 연대는커녕 이를 한낱 논란거리, 흥밋거리로 여기며 무감각하게 타인의 고통과 죽음을 관망하는 세태 속에서, 서툴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에 맞서는 십대들의 이야기가 쉽게 잊히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충격, 절체절명, 사망, 놀람 주의, 심약자 클릭 금지, 혐오 주의…….
제목과 섬네일만 봤는데도 온몸이 저릿하다. 닫아도 돼. 양고울, 닫아도 된다고. 나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세상은 사고로 가득 차 있고, 인터넷 세상도 마찬가지다. 현실에서 사고는 수습되지만, 인터넷에서 사고 영상은 무한히 반복 재생된다. 흥미진진한 배경 음악과 경쾌한 광고들. 그리고 낄낄거리는 댓글들.
죽었나? 최소 전신 마비. 저렇게 인구 한 명 감소. 그러게 왜 차를 끌고 나와서. 무개념. 경차를 왜 타서. 쯧쯧.
다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조금 더 깊이.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나는 키보드를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