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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문화재단이 20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전통문화도시 조사 기록화 사업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사진제공 전주문화재단. |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전주한옥마을.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한옥마을에 대한 비판과 우려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과도한 경쟁과 심각한 상업화로 인해 정체성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한옥마을의 물리적·외형적 변화에 대한 문제는 직·간접적으로 수없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자세한 심층 조사는 답보 상태에 그쳤던 터다.
그런데 전주문화재단이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여 간 ‘전통문화도시 조사·기록화 사업’을 진행한 결과, 실제로 한옥마을의 상업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불과 3-4년 새 부동산 가격 상승, 원주민 감소, 임대시설 증가, 상업시설 증가 및 구성원의 교체 등 급격한 변화를 보이며 이로 인한 폐해 또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지난 20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 전주문화재단의 ‘전통문화도시 조사·기록화 사업 전문가 좌담회’에 따르면, 근래 한옥마을에는 식음료시설, 숙박시설, 판매시설 등 상업시설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3년 조사·기록화 사업을 담당한 진양명숙 책임연구원은 ‘2013년 전주한옥마을 문화 및 상업시설 조사 결과’에서 상업시설의 급속한 증가는 짧게는 3-5년 사이에 진행됐다며, 그 변화폭은 숙박지, 카페, 판매시설 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4년 조사·기록화 사업을 맡은 허명숙 책임연구원에 의하면, 이러한 상업시설의 증가는 2014년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숙박시설은 64.2%, 식음료시설은 75.3% 증가해 예년에 비해 큰 변화폭을 보였다.
이에 대해 허명숙 연구원은 한옥마을 면적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상업시설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은 기존 상업시설이 일명 ‘쪼개기’를 통해 가게규모는 줄이고 임대가게의 숫자는 늘리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와 같은 상업시설의 양적 증가는 주거지역의 상업시설화로 인해 쓰레기, 소음, 주차문제 등을 야기하고, 주거목적의 주민이 마을을 등지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동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원주민들의 경우 한옥마을에 대한 기대만큼 한옥마을에 대한 불만도 높은 것으로 드러나, 한옥마을 생활환경 개선책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옥마을 거주자들의 주거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보면, 2009년 조사(5점 척도)에서 4점대를 기록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3.6점대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한옥마을 내 상업시설 중에서도 식음료시설은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2014년 조사에서 식음료시설은 카페 숫자가 식당 숫자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 중 길거리음식점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3년 조사에서 5개에 불과했던 길거리음식점이 2014년 40개로 늘어난 것이다. 허명숙 연구원은 “길거리음식점의 증가는 젊은 층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는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옥마을 정체성을 훼손시킨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10년간 문화시설의 변화폭은 가장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3년 뿐만 아니라 2014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더 큰 문제는 상업시설이 늘어나면서 문화공공시설의 비중은 2013년 14%에서 2014년 9.9%(11월)로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에 진양명숙 연구원은 “전주시의 적은 예산으로 운영되는데다, 열악한 환경에 놓여 관광객 수요나 문화 소비 패턴에 맞춰 발 빠른 대응을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버거울 것”이라며 “한옥마을 방문객들의 전반적인 만족도를 높이고, 소비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들을 유인할 다양할 콘텐츠 개발이 매우 시급하다. 문화시설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 당국에서 정책적으로 움직여줘야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날 두 연구원은 이제는 한옥마을의 ‘양적 성장’이 대신 ‘질적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양명숙 연구원은 “전주한옥마을이 전주시 랜드마크인 것은 분명하나, 도시관광을 랜드마크로만 접근할 수는 없다”면서 “전주라는 도시 전체를 브랜드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주시 도시관광의 권역화를 제안했다. 허명숙 연구원은 “원주민이든 이주민이든 한옥마을 내 단체에 소속해서 활동하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한옥마을에 대한 정서적인 면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마을주민 스스로 공동체 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행·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