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섰더니 어느덧 광산현(光山縣)
내친 김에 극락정(極樂亭)을 오르는데
강은 둘로 나뉘고 들은 광활하고
비는 먼발치 푸른 산을 씻어내네
路出光山縣
行登極樂亭
江分平野闊
雨洗遠峯靑
드넓은 세상에 이네 몸은 한낱 작은 잎새
풍진에 살쩍만 희어갈 뿐
떠도는 인생 모질게도 길기만 하여
옛일을 가슴에 묻고 다시 길을 재촉할 뿐이네.
宇宙身如葉
風塵鬢欲星
浮生長役役
猶記昔曾經
/河陰先生文集卷之三
17세기에 이곳을 지나간 경북 상주 출신 신즙(申楫 1580~1639)이 호남기행(湖南紀行) 중에 무등산을 오르는 길에 광산의 극락원에 달린 극락정에서 읊은 시(題光山極樂亭)다.
무등산에서도 시를 남긴다. 瑞石山 次鄭綾州夢賚 良弼 韻 甲戌
穿林轉壑路千回
瑞石峯前步步來
寫景方看詩似錦
憑虛旋覺氣如雷
龍山興味風吹帽
滕閣逢迎酒滿盃
只爲明朝塵事出
幾勞淸夢碧雲臺
그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요 광해군의 실정으로 벼슬을 그만두고 유랑생활을 하다 정묘호란 때는 강원도사로 종군하였고, 1636년 병자호란 때는 의병장을 지냈던 인물로 강진현감을 지내며 광주 무등산, 영암 월출산 등을 떠돌며 많은 시를 남겼다.
그는 호남기행을 하면서 140수의 시(湖南紀行書懷一百四十韻)를 남긴다.
무안 화설당(花雪堂)에 들려 시를 지어 고부립에게 준다.
柳健叔 運 花雪堂 贈高君誨 傅立 霽峯適孫
十載吟江渭
三盃醉習家
相逢還惜別
落盡半庭花
與東野會于柳健叔 次花雪堂韻
小閣生秋月滿堂
好風吹送白蓮香
萍蓬此會知多幸
大醉寧辭勸客觴
또 무안군의 객사에서 현감 박무회(朴无悔)와 자리하고 시(用綿城客舍壁上韻 和朴无悔)를 남긴다.
天涯羈絆坐韝鷹
匣裏空悲劒氣騰
陶令北牕歸未得
汲君東閤臥難能
疲氓政苦催科拙
猾吏還嫌用法繩
今日與君相對處
怳疑消渴飮淸冰
조선 중기의 문신 겸 학자 신즙은 1627년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강원도 도사에 임명되어 군사를 모았고, 1636년 병자호란 때에는 의병을 일으켰다
본관 영해. 자 여섭(汝涉). 호 하음(河陰). 경상도 상주 출생. 정경세(鄭經世)에게서 배웠다.
1606년(선조 39) 문과에 급제하였는데, 그에 앞서 이언적(李彦迪)을 두둔하는 유생(儒生) 상소를 올리기도 하였다.
성균관 전적 등을 지냈으나 광해군대 대북(大北)의 독주(獨走)가 심해지자 벼슬을 버리고 명승지를 유람하였다.
1627년(인조 5)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강원도 도사(都事)에 임명되어 군사를 모았고, 1636년 병자호란 때에는 의병을 일으켰다.
1628년 유효립(柳孝立)의 모반을 진압한 데 참여하여 영사원종공신(寧社原從功臣) 1등에 녹훈되었으며, 벼슬이 사복시 정(正)에 이르렀다.
무안 한호 임련의 정자 식영정에서 오래머문다.寄呈林東野 堜 號閒好
湖上 奉送林東野歸會津別墅
官事紛紛不盡休
那堪簿牒日籠頭
牕前此日來丹鵲
湖上何人伴白鷗
赤葉自能留勝景
黃花猶得挽殘秋
寧嫌野外煩塵躅
聊把三盃送客舟
그곳 곡강에 배를 띄우고 뱃놀이하며 시를 남긴다.船遊和呈東野
正是三秋桂子香
無邊風物似蘇杭
地竆月出千峯遠
天入滄江萬里長
竹葉莫辭供醉興
蘭槳端合泝流光
良辰勝事何終極
聖代于今海不揚
영암에 들려 영암 군수 이수호와 함께 월출산에도 오른다.月出山吟 奉李靈巖守吾 志宏 號東溟
五十年前夢
三千海上山
他時曾有約
今日幸偸閒
落照倉茫外
平湖杳靄間
登臨仍送目
紅葉滿林斑
1623년(인조 1)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이 물러가자 다시 관직생활을 구례현감(求禮縣監)으로 시작한다. 1630년(인조 8)에는 무안현감(務安縣監)에도 부임했다.
그는 성리학은 물론, 의약(醫藥) ·복서(卜筮) ·음양(陰陽) ·지리에 두루 밝은 학자이기도 하다. 우복집(愚伏集)이 있다.
월출산 구봉정에서 시를 남긴다.九井峯 和李守吾
峯在月出山
看盡蓬萊一萬峯
別來魂夢幾重重
如今又踏仙山路
慣耳猶聞上界鍾
그에게 월출산이 좋았을까? 그의 감흥을 멈출지 않고 이어진다.
次兒輩遊月出山韻 送鄭同甫 時亮 歸鄕
落南蹤跡似逃空
歲暮羇懷誰與同
危鬢已成秋柳色
衰顔無復少年紅
臨民政拙當居下
對客詩竆媿角雄
怊悵故園何處是
送君歸去望雲中
영암객사에서도 시를 남긴다.宿靈巖客舍 主倅李守吾受暇上京
初到山猶雪
重來麥已秋
郡齋人獨宿
明月滿虛樓
그의 발길은 해남으로 향한다. 두륜봉에 오르고 시를 남긴다.
頭輪峯 醉贈金海南水哉 汝水
矗海羣山立
登高一望通
碧知冬白樹
紅見晩丹楓
地主風流在
天公造化雄
三盃豪氣發
長嘯下琳宮
두륜봉에서 제주도 한라산이 보인다고 또 한 수를 남긴다.頭輪峯 望漢拏山
海外仙山在
三生有夙緣
頭輪峯上望
天闊水無邊
次權執義靜甫 濤 號東溪 韻 時靜甫言事忤 旨謫海南
學未升堂立面牆
自憐今日暮途長
多君好做男兒業
莫恨身投瘴癘鄕
朗城夜酌 與全德古 李守吾,白進士景觀 尙賓 聯句
紅燭淸罇宴綺筵 德古 夜深華館響哀絃 風塵歧路分南北 汝涉。高杜年齡忘後先。德古。 雪積遙山詩興動。景觀。 雲生古驛別愁牽。欲知異日相思處。守吾。 看取靑天片月懸。景觀
무안 綿城除夕夜酌。與全德古,朴學魯,李進士華伯聯句
臘雪飄飄朔氣寒 天涯爲客歲將闌。汝涉
盛筵正値羣公集 浮世從知一笑難。德古
詩酒百年今日勝 江湖千里此懷寬。學魯
他鄕邂逅眞萍水 別後相思道路漫。華伯
곡성을 다녀가며 시를 남긴다.和谷城金使君 嶷 韻
白首猶傷別
紅梅已放春
多君舊情在
贈句語淸新
조선시대 고산현, 지금의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 들려 시를 남긴다.
春水冷砭骨
春泥深沒膝
此路已多艱
高山將落日
진산읍(珍山邑中)
歷盡千峯裏
行穿十室間
黃茅繞官舍
卽此號珍山
전북 계화도를 지나며 시(入界火島 爲潮所阻)를 남긴다.
潮來吾卽退
潮退吾當進
進退不以時
其如生悔吝
조선시대 운봉현, 지금의 전북 남원시 운봉읍에 있었던 창취정(蒼翠亭)에 오르고 시( 雲峯途中呼韻)를 남긴다.
蓬蒿何幸倚長松
蒼翠亭亭保一冬
秦樹十年傷遠別
楚雲今日喜重逢
披來肝膽聯孤枕
說盡悲歡到曉鍾
最是明朝分手後
此心長在大倻峯
고막원 古幕院 吟寄朴亞使无悔 敦復 號滄洲
客舍春光上柳枝
雙眸寒盡故人遲
從知鴻燕皆關數
君正來時我去時
문화.오인교
[출처] 정자詩로 만난 인물-(4)신즙(申楫)|작성자 오인교의 녹색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