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이렇게 따뜻하다니
여기가 분명 제주도인게야~
유난히 따뜻한 제주의 날씨를 칭찬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여느 박물관을 찾듯
나는 그렇게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평화 박물관으로 들어섰다.

화창한 가을날의 햇살이 이곳에도 조용히 내리고
평화박물관의 모습은 평온했다.

그러나...
영상관으로 들어선 나는 갑자기 가슴이 먹먹 했다.
일제강점기의 그 잔인한 아픔이 흑백 사진속에
여전한 아픔으로 담겨 있었다.
몰라도 나는 너무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세계평화의 섬"
평화로운 섬이 아니라 평화를 가져야 하는 섬인지도 모르겠다.

일본군 지하 요새였던 땅굴로 옮기는 발걸음들이 무겁다.
왼쪽에서 걸어가시는 분이 평화박물관 이영근 관장님
관장님의 아버지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이곳에 끌려와 강제노역을 하셨다 한다.
그리고 그 고통과 아픔을 들으며 가슴에 새기셨다.
그래서 이 박물관을 개관했고
후세들이 전쟁의 현장에 찾아와
과거의 역사를 바로 배우고 반성함으로써
화합의 꽃이 피어나길 바란다고 하셨다.

가마오름 지하요새로 들어가는 입구
일본군이 군사기지로 사용했던 지하요새를 체험장으로 만들어
평화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어둠과 서늘함이 엄습한다.
지금은 아니다.
그때의 현장이다.
이렇게 속으로 말하면서도
서늘함이 피부를 지나 핏속까지 스며듬을 느낀다.

일본군에 의해 이곳에 끌려와 어둠과 공포를
이 작은 등잔불에 의지했을 젊은 청춘들의 고통을
밝은 불빛 아래 사는 내가 어찌 감히 짐작이나 할수 있을까?

지하요새 안에는 수십개의 방이 만들어져 있고
가마오름 2km에 3층 구조로 완전 미로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입구가 33개 출구가 17개
현재 15%만 복원되어 있다고 한다.

땅굴...붉은 흙...
맨손에 곡괭이 하나로 이곳을 파고 또 파고...
울컥 목구멍이 막혀 온다.

주먹을 대어 놓은듯 더욱 먹먹해진 가슴으로
지하요새에서 나왔다.
숲속의 상쾌한 공기는 숨을 쉬게 만들어 주지만
폐속까지 들어가지 못하는 듯 했다.

평화박물관의 전시관에는
일본 정보국, 조선총독부 등이 발간한 주보와 통보를 비롯
태평양전쟁과 관련 세계각국 신문등
각종 문서와 도서들이 전시 되어 있다.

당시의 군수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고통의 산물...아픔의 역사...
평화는 내게 있는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문앞에서의 나를 돌아 본다.
그저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을
선조들이 흘린 피가 있어 오늘의 평화가 있게 된것을...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울수 있는 이곳에 젊은 세대의 발길이 이어지길 바래본다.
가마오름 평화박물관 : http://www.평화박물관.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