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 연기 인생 50주년 기념공연 이윤택 작/연출의 <어머니>를 보고
공연명 어머니
공연단체 연희단거리패
작/연출 이윤택
공연기간 2013년2월1일~17일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관람일시 2월2일 오후3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작/연출의 <어머니>를 관람했다.
1960년대 후반 명동국립극장시절 극단 동인극장에서 공연한 유진 오닐 작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에서 박근형, 백일섭 등과 공연한 손숙의 연기를 처음 보았고, 그 후 역시 명동국립극장에서 극단 동인극장의 테네시 윌리암즈 작 <유리동물원>에서 정혜선, 오지명, 최지민 등과 과 공연하는 모습, 그리고 김기팔 작 <그 여자에게 옷을 입혀라>에서의 호연을 눈여겨보았다. 당시 손숙은 미모와 연기력을 갖춘 신인여배우였고, 그녀의 대학 선배인 남편은 출중한 연기력을 발휘하던 중견 탤런트로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맹활약을 펼친 명배우였다.
그녀가 어느새 연기생활 50주년 기념공연을 하게 되었다니,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근래 <셜리 발렌타인> <신의 아그네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 등에서의 그녀의 연기를 관람하고, 평을 쓰면서 그녀의 식지 않는 열정과 노력에 감탄을 하곤 했다.
<어머니>는 20세기 중반부터의 한국의 역사와 그 맥을 이룬다. 한국의 생활과 풍습, 남존여비사상, 해방과 6 25사변, 서민들의 생활이 그 바탕과 배경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나이든 관객에게는 장면 하나하나와 배우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손숙 만이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연륜과 방언과 구성진 대사는 물론, 공연하는 배우들과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포용력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탁월한 기량과 체취를 이 연극에서 감지할 수가 있다.
무대장치는 무대 좌우에 창이 있고 그 옆으로 등퇴장 로가 만들어져 있다. 오른편 벽에 책장이 있고, 정면에는 시원스레 베란다의 창문처럼, 유리창 밖으로 맑은 호수와 아담한 동산이 풍경으로 펼쳐진다. 중간에 이동시켜 들어오는 고목형태의 조형물은 마치 등장인물처럼 느껴지는 친근감이 드는 장치다.
내용은 경상도의 한 조그만 마을에서 첫사랑의 남성이 아닌 다른 남성에게 시집을 간 여인이, 소리꾼인지 무녀인지, 여하튼 출중한 재주를 가진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를 하게 되고, 6 25 사변이 발발하자 남편과 헤어지게 되고, 피란길에서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첫사랑과의 관계에서 태어난 장남마저 저세상으로 보내며 그 유골을 신주단지에 담아 평생 간직한다. 실제로 많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전쟁으로 남편을 잃었듯이 이 연극에서도 남편 없는 여인의 삶이 장면마다 모든 어머니의 삶처럼 느껴지고, 말년에 요양원 장면은 근래 부쩍 늘어나고 있는 노인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생각나게 한다. 어머니는 남편에게서 태어난 방송작가인 둘째 아들과 살며 나이가 들어간다. 나이가 들어 던지는 어머니의 말은 차츰 잔소리처럼 가족들이 여기게 되고, 문맹인 어머니가 손자에게 한글을 배워 이름자를 쓸 수 있게 되기까지 이 연극의 어머니는 20세기를 살아온 우리 모두의 어머니들의 인생사로 여겨진다,
대단원에서 자신의 이름을 쓰고 저승으로 향하며, 거실의 문을 닫고 어머니가 돌아서서 객석을 바라보면, 어머니 주위로 모여선 출연자들의 정지된 모습은 한 장의 가족사진이나, 한 폭의 명화처럼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손숙, 하용부, 윤정섭, 김미숙, 김철영, 박정무, 김해선, 박혜린, 손청강, 홍민수, 배보람, 조영근, 김영학, 이민아, 이예선, 변정원, 황인택, 이혜민 등 출연자 전원의 일치된 호흡과 호연은 연희단거리패의 자세와 정신을 보여주는 연극인 듯싶었고, 기획제작 김소희, 무대디자인 장해근, 무대제작 김경수, 조명디자인 조인곤, 분장 김미정, 연습감독 이은주, 음악 이태원, 의상 김미숙, 소품 박혜린, 음향오퍼 민혜림, 홍보 마케팅 이채경, 노심동, 디자인 손청강 황유진 등 스텝진의 열정이 하나가 되어,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작/연출의 손숙 연기인생 50주년 기념공연 <어머니>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을 해도 좋을 명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2월2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