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포의 송영진신부입니다.
12월 들어서 지금까지 줄곧 내리던 눈이
어제는 거의 집중호우 쏟아지듯 퍼부어졌습니다.
그동안 내린 눈에 어제 내린 눈이 더해져서
지금 사제관 앞에는 작은 언덕이 하나 생겼습니다.
사제관과 성당 사이, 성당과 대문 사이로
마치 군대 참호를 파듯 좁은 통로를 내는데도 몇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른 허리 높이로 쌓인 눈을 치우는 것은 전쟁입니다.
이건 폭설이 아니라 폭격입니다.
성탄절 행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미사라도 드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제도 미사를 드리지 못했는데,
과연 길이 뚫릴지 어떨지...
버스도 택시도 다 멈추고 길은 항상 빙판이고
신자들이 성당까지 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난 주일날에도 이삼십명의 신자들만 올 수 있었습니다.
낮에는 눈이 내리고 밤에는 그것이 얼어붙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축사, 창고 등이 무너져 내리고,
성당도 일부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난 여름의 집중호우 때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저는 날마다 눈과 싸우다 몸살이 날 지경입니다.
언젠가는 이 상황이 끝날 것이고
내년 봄에는 다시 벚꽃구경을 갈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의 상황은 한숨만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