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점점 가고 쌀쌀한 기운이 감돌자 김장이야기가 나온다.
여지껏 생각지도 않던 김장을 직접 하란다.
여러가지 김장에 필요한 재료를 직접 관구에서 가져와 김치를 담가야 한단다.
이제야 취사장 근처의 잠겨져 있던 작은 건물의 열쇠가 내게 온다.
들어가 보니 아무것도 없고 바닥은 2m이상 파고 콘크리트로 마감을 한것밖에 없다.
여기에 김장을 한단다.
우선 관구에 가서 마늘 두접을 수령해 왔다.
망할 놈들,,,,,
"xxxx부대 마늘 두 접!"
그러자 마늘을 엮은 것을 들어 한차례 바닥에 메어친 후 내 준다.
꽤 많은 마늘이 떨어져 나갔다.
김장용 말린 고추는 꼭지를 따지도 않은 채 준다.
저걸 어떡하지,,,,,? 하는데,
옆의 부대 일종계 하사가 연락이 온다.
고추를 빠러 가는데 우리도 같이 가잔다.
아침일찍 조수 한상병을 딸려 보냈는데 밤 늦게야 귀대를 했다.
대전까지 가서 가루를 내 왔단다.
이상한 구조다.
대전의 부대에 고추가루를 내는 곳이 있단다.
이곳에 가서 고추를 빻아 와야 한단다.
공짜도 좋지만 거기까지 가는 기름값은 어디서 나오누?
내가 제일 걱정되는 거가 있었다.
"야, 거기에 고추 꼭지를 따는 사람들이 있니?"
"네? 아니예요. 꼭지까지 모두 빻아 왔어요."
그렇다. 군대에서는 고추 가루에 고추 꼭지도, 고추씨도 모두 같이 빻아버린다.
그러자 문제가 생긴다.
근처에서 가족과 생활을 하는 중상사들이 고추가루와 마늘을 조금씩 부탁하는 것이다.
그거 다 조금씩 나누어 주면 우리가 먹을 김장은 맛없는 김장이 될것은 뻔하다.
그 와중에 배추와 무우를 수령하라고 연락이 왔다.
옆 부대의 차를 타고 경기도 어느곳의 배추밭으로 향한다.
이미 배추와 무우를 수확하여 일정량씩 둥그렇게 쌓아 놓았다.
그런데 아무거나 가져오는 것이 아니였다.
우선 사역하러 온 쫄병 몇명을 업자가 선별하여 데려간다.
그들을 두 파트로 나누어 배추와 무우 무더기중에 하나씩 맡으란다.
당연히 크고 좋은 무더기를 맡는게 원칙이지 않은가?
아니다.
그들이 맡은 무더기의 질과 무게로 그날의 배추와 무우의 값을 결정하는 것이였다.
미리 알았으면 작은 개체를 선택했겠지만 모르고 하는 것이니 당연히 크고 좋은 것을 택할수 밖에,,
어찌됐던 그건 군부대 윗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는 우리의 배당 량만 가져오면 되는 것이다.
김장 준비가 다 되었다.
큰 비닐을 사서 김장 탱크에 맞춰 잘라 불로 지저 이음을 붙여 탱크에 넣어 김장 넣을 준비를 끝냈다.
이제 중상사들이 바라는 조금씩의 마늘, 고추가루등을 어찌할까?
나는 궁리중에 묘책을 생각해 내어 주임상사님한테 이야기를 했다.
어차피 중상사 부인들이 와서 김장을 도와야 한다.
그런데 그해 배추값이 무척 저렴했다.
내가 생각해 낸 것은 이러했다.
부대에서 김장을 할 때 중상사들의 각 집에서 배추 몇포기 씩을 가져온다.
부대의 김장과 중상사들 집의 김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나는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각 중상사들의 집에서 배추를 가져오는 것을 사진을 찍어 뒀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증거로 내 놓을 것이다.
김장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우리들은 부인들이 만들어 놓은 김장을 지하 창고에 잘 쌓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가 수령해 온 무우가 김장하는데 사용되는 양보다 훨씬 더 많단다.
중상사 부인들에게 가져가면 어떠냐고 물으니 겨우내 보관이 어렵단다.
그런데 한 부인이 묘책을 생각해 냈다.
무우를 길게 토막을 내어 그것을 먼저 김장 탱크 바닥에 고르게 깔았다.
그리고 그 위에 김장배추를 올려 쌓았다.
김장이 무사히 마감이 되었다.
나는 중상사 부인들에게 고마웠고, 그분들은 김장 걱정 덜었다고 내게 고마워 한다.
그러면서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
"이번 김장은 양념이 많이 들어가 무척 맛있을 거라고,,,,,"
그분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년년이 해왔던 일이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김장은 특이하게 모든 집들의 김장맛이 똑같을 것이다.
똑같은 재료로 똑같이 만들었으니까,,,,
그 효과는 정말 부대 전원이 겨우내 맛있는 김치로 다른 반찬 없이도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더 더욱 진가를 발휘한 것은 김장을 다 먹고 난 후의 김장국물과 크게 자른 무우였다.
김장 바닥에 있던 무우를 반씩 잘라주면 그것 하나로 식사를 뚝딱 해치웠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었다.
솔직히 나는 제대 말년이라 겨우내 밥이 안 먹혔다.
라면을 삶아 물을 버리고 거기에 김장국물을 넣으면 천하 어디에도 없는 진미의 라면이 된다.
이것을 매일같이 석달이나 먹고 제대를 했다.
김장을 할 때,
내 말에 협력해주신 중상사님들, 그리고 부인님들, 정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