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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법시험 존치 국민연대 원문보기 글쓴이: 양변호사
올바른 법조인 선발·양성 방안에 대한 검토
양재규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Ⅰ. 머리말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와 제4조 제1항에 의하면, 사법시험법은 폐지하며, 「사법시험법」에 따른 사법시험은 2017년까지 실시하되 2017년에는 2016년에 실시한 제1차시험에 합격한 사람 중 2016년에 제3차시험까지 합격하지 못한 사람을 대상으로 제2차시험 또는 제3차시험을 실시합니다. 결국 사법시험 제1차시험은 2016년을 마지막으로 하여 종료됩니다.
그러나 사법시험의 폐지는 올바른 법조인 선발·양성을 저해하고 공정사회나 사법정의에 배치된다는 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로스쿨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2007. 4. 12. 이미 대한변호사협회는 로스쿨제도 도입반대성명을 내면서 ‘로스쿨의 허와 실’, ‘변호사 양성제도의 개혁방안’이라는 2개의 소책자를 발간했는데, 여기에서 개혁방안의 골자는 법학교육과 사법시험제도를 연계시켜 법학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007. 5. 대한변협이 주최한 ‘바람직한 로스쿨 방안을 위한 심포지엄’에 참가한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은 당시의 로스쿨법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에 공감하였습니다.
최근들어 2012년 1월에는 수료를 앞둔 제41기 사법연수생들이 법무부장관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입법의견서’를 제출하고 일간지에 사법시험 존치를 촉구하는 의견광고까지 냈습니다. 또 2월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잘못 들어선 길이라면 하루 빨리 바른 길로 나가야 한다 -사법시험 존치 및 로스쿨 제도 개선 촉구-’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같은 해 6월에는 ‘법학교육 정상화와 법조인력양성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대토론회’가 전국법과대학협의회 주최로 개최되었으며, 11월에는 ‘사법시험 존치 및 기회균등을 희망하는 대국민 궐기대회’가 청년변호사협회 주최로 두 차례 개최되었고, 2013년 3월에는 ‘법조인력 양성 및 법학 교육의 정상화 회복 방안’이라는 주제로 대한법학교수회 창립기념 심포지엄이 개최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3년 1월, 2월에는 사법시험 존치(또는 예비시험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들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에 각 당선되었습니다. 그리고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기회의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기치 아래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2013년 4월 9일과 6월 4일에 개최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 도입을 주장하는 심포지엄과 성명서 발표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이에 현재의 사법시험-사법연수원 및 로스쿨-변호사시험의 이원적 법조인선발·양성제도가 장차 사법시험 폐지로 인해 로스쿨-변호사시험의 일원적 법조인선발·양성제도로 변경되었을 때 발생할 문제점과 그 대책을 검토하고자 합니다.
Ⅱ. 사법시험 폐지시의 문제점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제도로만 가는 경우에는 고비용과 실력저하, 로스쿨 입학전형과정의 불투명성과 법조인 채용기준의 불명확성 등으로 인해 많은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특히 2007년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일명 ‘로스쿨법’) 도입 당시부터 로스쿨은 ‘돈스쿨’이라 불리며 부작용의 우려가 컸는데, 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로스쿨법 제정안은 충분한 논의 없이 여·야가 사립학교법 재개정안과 맞교환함으로써 제268회 국회 임시회 종료 직전인 2007. 7. 3. 밤 11시 54분경에 임채정 국회의장의 직권상장에 따라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두 법안의 표결처리에 앞서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은 의장석 주변에서 3당의 강행처리를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1. 고비용과 서민층의 법조계진출기회 박탈
사법시험의 폐지는 서민들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합니다. 로스쿨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서민들이 변호사·판사·검사가 되기는 무척 어려워집니다. 서민층에 매우 불리한 입학전형방식과 고액의 등록금 등으로 인해 로스쿨제도는 서민들의 법조계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2012. 9. 21. 유기홍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은 ‘2012년 로스쿨 등록현황’ 자료를 보면, 25개 로스쿨 중 입학금을 포함한 연간 등록금이 2,000만 원을 넘는 곳은 연세대(2,354만 원) 등 6곳이었습니다. 3년간 6천여만 원에 이르는 로스쿨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서민층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영어시험 및 법학적성시험(LEET)에 대비하는 사설학원비가 약 1천만 원, 로스쿨 합격후 법학과목 선행학습과 방과후 학습 및 방학중 학습을 위해 3년간 지출하는 오프라인 및 온라인 학원비가 1천만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변호사시험에 낙방한 로스쿨 졸업생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합니다. 신림동 고시학원에서도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지출하는 사설학원비는 연간 500만 원 정도이고, 학원에 다니지 않고서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로스쿨을 졸업한 후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로스쿨 출신 검사에게는 국가가 월 300여만 원을 지급하면서 1년간 교육을 시키고, 재판연구원에게는 국가가 월 300여만 원을 지급하면서 2년간(1년씩 연임) 교육과 자료조사 등을 시킵니다(사법연수원 출신의 검사와 판사는 2주 정도의 교육으로 충분했습니다). 법률사무종사기관에 취업하지 못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에 교육비를 지급하고 6개월간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많은 로스쿨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데, 로스쿨의 재정적자와 장학금 지급 때문에 타학과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로스쿨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로스쿨 등록금을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액수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면 서민층의 법조계 진입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서민층의 법조계진출기회의 박탈은 ‘공정사회’ 시책의 취지에도 반합니다. 직업선택의 기회균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일 수는 없습니다. 누구에게든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게 공정사회의 기본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서민층의 법조계진출기회 박탈이라는 문제점은 로스쿨 교육과정의 개선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로스쿨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법조계 진입장벽의 설치와 사회계층의 고착화입니다.
2. 장학금과 사회적 배려대상자 특별전형의 문제
성적기준장학금, 출신학교·출신지역 등 연고기준장학금, 경제력기준장학금을 포함하여 로스쿨의 장학금 지급비율은 2012년도 기준으로 39.6%인데, 이로 인해 로스쿨의 재정난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2013. 7. 14. 윤관석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2년 등록금 총액은 약 923억 원이고 장학금 총액은 약 365억 원인데, 준조세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누가 부담하는지도 문제됩니다. 장학금은 국가·지방자치단체나 학교설립자·외부단체 등의 출연이 있어야 지급될 수 있는데, 그 출연에 한계가 있습니다. 등록금에서 장학금을 지급하려면 로스쿨생의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비로스쿨생이 납입한 등록금을 전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2014년 건국대·중앙대·서강대·성균관대·고려대·이화여대·강원대 등 10개 로스쿨이 등록금을 3~10% 가량 인상했고, 특히 건국대와 강원대는 설립인가 당시 약속한 장학금 지급률을 크게 축소했습니다.
그리고 장학금제도가 있다고는 하나 일반서민의 입장에서는 3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고 대여장학금은 이자를 붙여서 갚아야 하는 것이어서 로스쿨 진학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응시기회·응시연령의 제한이 없는 사법시험제도에서는 주경야독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유급제도와 변호사시험 응시기회의 제한이 있는 로스쿨제도에서는 학습과 근로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로스쿨에 기초생활수급자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정원 2,000명 중 2009년 38명, 2010년 20명, 2011년 31명에 불과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외의 사회적 배려대상자 중 국가유공자·산재보험급여수급권자·장애인·북한이탈주민·한부모가정자녀·소년소녀가장·복지시설재원경력자 등은 경제적 능력과 무관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한부모가정자녀로서 2012. 12. 영훈국제중학교에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합격한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이 부유층이나 고위공직자의 자녀들을 편법으로 입학시키는 방편으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당시 영훈국제중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을 비롯해 모두 3명이 주관적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 합격했는데,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는 영훈국제중 관계자로부터 ‘2013년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에서 점수를 조작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고, 2013. 11. 15. 법원은 학부모로부터 수천만 원씩의 뒷돈을 받고 성적 조작을 지시한 영훈국제중 이사장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성적 조작에 가담한 교사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로스쿨에도 서민층이 입학한다고는 하지만(경제적 또는 비경제적 특별전형 입학생은 총 6.1%), 그 비율이 사법시험 합격자에 비하면 너무나 낮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2014. 3. 26. 서울대 로스쿨 정상조 원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유층 집합소라는 비판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부유층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 교수들도 사회적 약자, 지방대 학생들을 많이 뽑고 싶은데 지원자 자체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뽑고 싶어도 뽑지를 못하고 있다. 이번에 취약계층 신입생 9명을 선발했다.”고 답했습니다. 2014년 서울대 로스쿨 정원 150명 중 사회적 배려대상자 정원은 9명(6%)이고 46명이 지원하여 5.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로스쿨에서 장학금 수급자들의 본인과 직계존속의 직업·소득과 재산세·자동차세·국민건강보험료 납부액 등을 공개하면 장학금 수급자들이 저소득층인지 어떤 사람들인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자료도 받지 않은 채 경제력기준장학금을 지급하지는 않겠지요?
한편 중학교·고등학교에도 장학금 제도가 있지만, 중학교·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입·대입 검정고시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3. 입학전형과정의 불투명성
로스쿨제도는 입학전형방식의 불투명이라는 문제점도 안고 있습니다. 로스쿨 입학전형방식은 학교별로 다르고 항목별 반영률 같은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어 있지도 않은데, 학력·자격증·경력·경험 등 외적 조건과 면접 점수 등을 주요 요소로 하여 정성평가의 방식으로 합격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객관성과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로스쿨 입학전형과정에 참여한 몇몇 교수들의 말에 의하면, 지원자의 가족·친척들로부터 청탁전화가 많이 걸려 온다고 합니다. 지금과 같은 불투명한 정성평가의 방식으로는 입학전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회활동경험 등을 고려하는 면접의 반영비율(10~40%)이 높은 점은 생계와 학업을 병행해온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로스쿨의 저소득층·사회배려대상자 특별전형 선발규모는 정원 2,000명 중 2009년 125명, 2010년 123명, 2011년 124명이었는데, 2012. 1. 감사원이 그 특별전형에 대해 감사한 결과 부유층임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신분으로 위장하거나 자격미달자가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사례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었습니다. 이러한 부정입학 사례들이 밝혀짐에 따라 비단 특별전형에서만 그렇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익성이 강한 법조직역에 종사하는 인재를 선발함에 있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신뢰성이 더욱 더 담보되어야 하는데, 로스쿨제도의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4. 변호사시험 응시기회의 불균등 - 학력에 의한 차별
변호사시험 응시기회의 불균등, 즉 학력에 의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도 로스쿨제도의 큰 문제입니다.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제도에서는 4년제나 2~3년제 대학 졸업자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고졸자, 변정수 전 헌법재판관을 비롯한 중졸자, 판사를 거쳐서 3선을 했던 박헌기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자도 법조인이 될 수 있고, 사법연수원 41기 중에도 고졸 학력자가 2명 있습니다.
그러나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대학원 출신만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데, 이는 법조인 선발에 있어서 학력에 의한 차별을 두는 것입니다. 적어도 로스쿨 졸업생과 동일한 능력을 갖춘 법학부 출신에게도 방통대 출신이건 독학사 출신이건 묻지 않고 응시자격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고 로스쿨에서 3년간 법학교육을 받은 사람이 응시할 수 있는 변호사시험이라면 학부에서 4년간 법학교육을 받은 사람도 응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법학부 교육과 로스쿨 교육에 큰 차이가 없고 로스쿨에서 하는 실무교육을 법학부에서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법시험 합격자 중에는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20% 정도 되고 2001년에는 34%에 이르렀습니다. 2013학년도 로스쿨 입학생 2,099명 중 법학사 출신은 1,162명으로 55.4%에 이릅니다. 로스쿨 합격자보다 사법시험 합격자의 평균연령이 더 높고, 사법시험 합격자 중에는 변리사·공인회계사·의사·약사·경찰관·군장교·공무원·은행원·일반회사원·자영업자 등 다양한 사회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또한 사법연수원에서도 다양한 전문분야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전공과 사회경험을 갖춘 사람들이 법조인으로 진출하도록 하는 데에는 사법시험으로 충분합니다.
한편, 다양성은 법적 쟁점의 훈련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지 법적 쟁점과 무관한 학부 전공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예컨대, 전자공학과 관련된 법적 쟁점을 훈련받은 변호사가 필요한 것이지 전자공학을 전공한 변호사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로스쿨에서 3년간 법률공부를 했더라도 전자공학과 관련된 법적 문제의 전문가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관련분야에 전문지식이 있는 로스쿨생들도 기본적인 법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전문지식과 연계해 사고하는 훈련도 전혀 되어 있지 않아 무용지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로스쿨 졸업으로 제한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매우 높습니다. 일본은 예비시험을 도입하여 로스쿨을 다니지 않은 사람에게도 (신)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주고 있고, 미국에서도 다수의 주에서는 비인증 로스쿨 졸업자, 통신강좌 이수자 등에게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5. 질저하
로스쿨제도는 부실교육과 부실평가로 인해 법조인의 실력저하와 법률서비스의 질저하를 초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판례법을 기본으로 하여 상하위법의 서열관계나 특별법의 위치관계가 복잡하지 않은 영미법계와는 달리, 독일·일본·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에서는 복잡한 이론을 바탕으로 방대한 성문법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그 체계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공부가 필요하고 실체법 실력이 탄탄해야 소송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 이론교육과 실무교육을 모두 실시하는 미국식 로스쿨제도는 대륙법 체계에 맞지 않습니다.
법무부가 2012. 3. 23. 발표한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1,451명입니다. 합격률은 응시자 1,665명 대비 87.1%이고 입학정원 2,000명 대비 72.6%입니다. 법무부가 로스쿨 입학정원의 75% 정도를 변호사시험에 합격시키려고 하다 보니, 변호사시험은 약 1.1 대 1의 낮은 경쟁률로 요식행위에 가까웠습니다.
오랜 기간 시험에 매달리는 낭인을 막기 위해 변호사시험을 쉽게 출제하고 응시자 대부분을 합격시키는 것은 변호사의 실력저하로 인한 폐해를 법률서비스 소비자인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점을 간과한 것입니다.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다루는 전문직업인인 변호사를 선발함에 있어서는 전문적 법률지식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2013년 9급 공무원 공채시험에 204,698명이 응시원서를 내어 경쟁률이 74.8 대 1에 이르고 지원자 중에는 50세 이상이 640명이나 되는데, 공무원시험 낭인을 막기 위해 공무원대학원을 만들어 졸업자 대부분을 합격시킬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일본의 경우 로스쿨 출신의 신사법시험 합격률이 2011년 23.4%, 2014년 22.6%에 그쳤는데, 그 원인은 로스쿨의 낮은 교육수준에 있다고 합니다.
고시낭인은 국가가 관여할 문제거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로스쿨제도에서도 LEET낭인, 변호사시험낭인, 심시어 변호사시험 합격후 취업을 하지 못하는 변호사낭인이 생기고 있습니다. 요즘은 연예인 지망생, 가수 지망생이 많아서 연예인고시, 아이돌고시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정치인 또는 선출직 공무원 지망자들도 재수, 삼수, 심지어는 칠수, 팔수까지 합니다. 자신이 가고 싶은 인생길을 가겠다는데 왜 국가가 나서서 말려야 합니까?
국가는 고시낭인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법조인의 질저하를 걱정하고 막아야 합니다. 질낮은 법조인에 의해 국민들이 법적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강구해야 합니다.
우리보다 5년 먼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서도 로스쿨 제도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로스쿨 제도의 본고장인 미국에서조차도 로스쿨은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국 로스쿨을 본받을 상황이 아닙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로스쿨 교수인 브라이언 타마나하는 ‘로스쿨은 끝났다’(Failing Law Schools)라는 저서를 통해, 종신재직권에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특권집단이 되어 버린 로스쿨 교수들이 법학교육을 고비용 저효율의 부패한 구조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로스쿨이 거대한 사기극의 소품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미국 로스쿨도 고비용과 질저하의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독일은 1971. 9. 10. 신설된 독일법관법 제5조의b ‘실험조항’을 통해 몇몇 주에서 로스쿨과 유사하게 교육에 의한 법조인력 선발·양성제도를 도입하였으나, 5년 6개월 이상의 교육과정에 학사와 석사학위를 동시에 부여하는 이 ‘한 단계 법조인양성제도’는 1984년 법개정으로 폐지되었습니다. 독일은 한 단계 법조인양성제도 폐지의 이유로 3배 이상 과도한 교육비 소요와 졸업자들의 실력저하로 인한 법률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들었습니다. 5년 6개월의 교육과정이 부실하다고 하여 6년 6개월간 교육시켰음에도 졸업자들의 실력이 낮아서 문제되었습니다. 3년제인 우리나라 로스쿨의 경우 실력저하 문제가 독일보다 더 심각할 것입니다.
6. 특정지역·특정학교 편중의 심화 - 균형발전론의 허구성
지역균형발전은 참여정부가 중점을 둔 사항이고, 지역인재를 적절히 육성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로스쿨을 통해 지역인재가 육성되고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지려면 지방대 학부 출신이 지방대 로스쿨에 진학하고 지방대 로스쿨 출신이 그 지방의 공·사직에 취업해야 하는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비롯한 수도권대학의 학부 출신이 전국 로스쿨에 진학하고, 수도권 로스쿨 출신 위주로 취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로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25개교의 학부졸업생들이 로스쿨 입학생의 약 9할을 차지하고 있어서 로스쿨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대학교의 학부졸업생들은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조차 무척 어렵습니다. 지방대학교 출신이 로스쿨에 들어가는 것도 어렵고 지방로스쿨 출신이 취업하는 것도 어려워서 지역균형발전론은 로스쿨제도의 존립근거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한편 ‘2009~2012년 수도권 15개 로스쿨 입학생의 출신대학 현황’을 보면, SKY 로스쿨의 경우 SKY 학부 출신이 10명 중 8~9명(서울대 로스쿨 87.9%, 고려대 로스쿨 87.6%, 연세대 로스쿨 82.4%)에 이르렀는데, 이는 사법시험에 비해 법조계의 독점을 더욱 더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사법시험제도로 인해 일부 고교-대학교 출신이 법조계를 독점해 왔다는 비판은 로스쿨제도에서 더 강하게 받을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12년에 임용된 로스쿨 출신 검사들의 출신 학부를 조사해 보았더니, 사법시험 출신 검사들에 비해 SKY 학부 출신의 편중이 더욱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로스쿨 출신 검사 42명 중 85.7%(36명)가 SKY 학부 출신인데,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신규 임용된 사법시험 출신 검사의 경우 SKY 학부 출신은 64.4%(365명 중 235명)였습니다. 그리고 로스쿨 출신 검사의 경우 42명 중 52.4%(22명)가 서울대 학부를 졸업한 반면에 사법시험 출신 검사의 경우 365명 중 32.3%(118명)만이 서울대 학부를 졸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 공·사직 취업에서의 객관성과 공정성 결여 - 현대판 음서제
사법시험 성적은 합격자건 불합격자건 본인에게 공개되지만, 변호사시험 성적은 불합격자에게만 성적공개청구권이 인정되고 합격자는 성적을 알 수 없도록 되어 있어서 변호사시험 성적으로 인력을 선발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법률지식을 검증하는 객관적 시험인 변호사시험의 성적 비공개로 인해 특히 지방대 로스쿨 출신은 취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취업시 변호사시험 성적을 반영하지 않으면 학부나 로스쿨에 대한 외부적 평가가 크게 작용할 것이고 로스쿨의 학점을 신뢰할 수 없는 처지여서 취업기회가 서울권 로스쿨에 집중될 것입니다. 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서 “SKY는 성골, 수도권은 진골, 지방대는 육두품”이라는 자조섞인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대형 로펌들이 로스쿨 졸업생 채용시 집안이나 인맥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생겨나면서 변호사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지 않아 채용기준이 모호해졌기 때문에 돈이나 인맥, 사회경험까지 부족한 일부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소규모 법무법인에 입사해 월 200~300만 원을 받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입학과정의 불투명성과 취업기준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입학과 취업에 있어서 실력외적 요소가 많이 작용하여, 로스쿨제도는 권력세습을 위한 현대판 음서제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8. 법과대학의 존립과 학문으로서의 법학 발전의 저해
사법시험의 존치는 법과대학의 존폐 문제와도 연계되어 있습니다. 사법시험이 존치하는 동안에는 법과대학 학부생들이 사법시험에 대비하는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면서 법학실력을 차곡차곡 쌓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과정·박사과정을 거치면서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연구하고 교수로 양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종래와 같은 법학교수가 양성되지 못할 것이고 학문으로서의 법학은 명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우수한 인재들이 법과대학에 진학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로스쿨은 학문연구보다는 법기술자 내지 law businessman 양성에 치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과대학 교수들뿐만 아니라 로스쿨 교수들도 이론법학이 고사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을 것입니다.
사법시험의 존치는 우수한 인재가 법과대학에 진학하도록 하는 하나의 유인이 될 수 있고, 법과대학은 학문으로서의 법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우수한 인재가 법과대학을 거쳐 법과대학원으로 진학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9. 소결
로스쿨제도는 고액의 등록금을 부담할 수 있는 고소득층과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라는 고학벌자를 위한 제도이며, 사법시험제도에 비해 법조계 진입장벽을 훨씬 높이고 사회계층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로스쿨법 제2조는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에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습니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로스쿨의 실상을 보면, 로스쿨 수학비용의 과다와 입학전형과정의 불투명성이 법조계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고, 특정지역과 특정학교를 중심으로 서열화·양극화가 심하여 지역인재의 양성이 불가능하며, 로스쿨 교육과 변호사 실무수습이 부실하여 법조인의 질저하(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에 역행함)가 지적될 뿐만 아니라, 로스쿨의 특성화과목 수강기피로 폐강과목이 속출하여 다양화·특성화의 취지도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이나 학부의 공교육만을 통한 양질의 법조인 양성은 낭만적인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피땀어린 노력으로 전문지식을 습득하도록 해야 하고, 사법연수원에서의 질높은 교육을 통해 법조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실무능력을 함양하도록 해야 합니다.
자유경쟁을 통해 법률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하자는 것이 로스쿨제도의 취지 중 하나인데, 사법시험은 로스쿨제도의 그러한 취지에도 부합합니다. 자유경쟁은 로스쿨 내에서만 행해질 것이 아니라 로스쿨 밖의 제도와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는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제도를 대체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로스쿨 제도로 인한 여러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공정한 법조인 선발·양성제도와 계층이동의 사다리 마련이라는 차원에서 사법시험 존치, 변호사시험 예비시험 도입과 같은 보완장치를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Ⅲ. 사법시험 존치(병행) 또는 예비시험 도입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 도입이 필요한데, 그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1. 사법시험은 공정한 시험 내지 사회적 공정성의 상징
사법시험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는 계층이동의 기회이자 공정한 경쟁의 대명사입니다. 사법시험은 누구나 노력하면 빈부·환경·배경·나이·조건 등 어떤 것에도 좌우되지 않고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제도이고, 직장인도 주경야독하여 응시할 수 있는 시험입니다. 따라서 새로이 예비시험을 도입하는 것보다는 공정경쟁의 상징성이 강한 사법시험을 존치시켜 현행처럼 변호사시험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 입법기술적 측면
입법기술적 측면에서 사법시험 존치가 예비시험 도입보다 훨씬 간편합니다. 예비시험을 도입하려면 변호사시험법의 대폭 개정이나 새로운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지만, 사법시험을 존치하려면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2조를 삭제하고 제1조 단서와 제4조 제1항을 수정하여 사법시험법을 계속 시행하도록 하면 됩니다.
3. 법률서비스 수요자의 관점
예비시험을 도입하여 변호사들을 변호사시험 출신으로 단일화하는 것보다는 로스쿨-변호사시험 출신의 변호사들과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출신의 변호사들이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법률서비스 수요자에게 유리할 것입니다.
4. 실무수습의 측면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6개월 이상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법률사무에 종사하거나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실시하는 연수를 받아야만 사건을 수임할 수 있고 단독으로 법률사무소를 개설할 수 있습니다. 즉 6개월의 실무수습이 필요합니다.
예비시험을 도입하는 경우, 로스쿨 출신은 재학중에 어느 정도 실무교육을 받았지만 예비시험 합격자는 실무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양자를 변호사시험 합격자라고 동일하게 취급하여 실무수습을 동일하게 실시하기보다는 예비시험 합격자에게는 별도의 실무수습을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사법시험을 존치시켜 로스쿨-변호사시험제도와 병행하여 사법시험-사법연수원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5. 소결
서민의 법조계 진출을 위한 사다리 마련이라는 차원에서 사법시험 존치든 예비시험 도입이든 반드시 필요한데, 사법시험 존치가 더 바람직합니다.
Ⅳ. 맺음말
법학교육과 법조인력 선발·양성은 단순한 직업교육, 단순한 직업인의 선발·양성을 넘어서 우리나라의 사법정의와 법치주의의 인적 기반을 구축하는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시장경제논리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로스쿨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은 법조인 선발·양성에 있어서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무엇이 올바른 법조인 선발·양성 방안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사법시험의 폐지는 올바른 법조인 선발·양성을 저해하고 공정사회나 사법정의에 배치되므로, 사법시험을 존치시켜 로스쿨-변호사시험제도와 병행하여 사법시험-사법연수원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제도에서만 사회의 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스쿨을 폐지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로스쿨과 병행하여 공존·상생을 도모하자는 것입니다. 2013. 7. 4. tvN에서 방송한 ‘쿨까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니까 실시간 문자투표로 로스쿨폐지에 찬성한 사람이 79%에 이르렀습니다. 로스쿨이 폐지되지 않도록 하려면 사법시험 존치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실력 있고 재력 없으면 사법시험에 응시하고, 실력 없고 재력 있으면(또는 장학금을 받을 자신이 있으면) 로스쿨로 가고, 실력도 있으면도 재력도 있으면 양자 중 택일하면 될 것입니다. 만일 사법시험 존치나 예비시험 도입 때문에 로스쿨제도가 위축된다면, 그것은 로스쿨제도가 열등한 제도임을 드러내는 방증일 것입니다.
국민에게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국가와 사회의 기본적인 책무입니다. 공정사회를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도 공정경쟁이 절실합니다. 중졸의 구두닦이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기회를 주는 것은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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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법시험 존치 국민연대 원문보기 글쓴이: 양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