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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한 인터넷 세상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 하나를 꼽아 보자.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 바로 인터넷 주소다. 다른 말로는 도메인 이름이라고 부른다. 주소창에 ‘www.naver.com’을 입력했는데 ‘다음’이 나와서야 되겠는가. 그래서 인터넷 주소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www.naver.com’은 주소로 치면 건물 이름에 해당한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 1’이라고 하면 어디를 말하는지 모르지만, 이곳의 이름은 ‘청와대’다. ‘www.naver.com’, 즉 도메인 이름은 건물 이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인터넷 도메인 이름이 주소 체계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인터넷 주소에서는 건물 이름이 겹치는 일이 없다. 주소 체계에서 청와대는 한 곳이지만, ‘제일빌딩’처럼 이름이 겹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www.naver.com’을 네이버 주식회사가 아닌 다른 곳은 쓰지 못한다. 규칙은 명쾌하다. ‘한 건물, 한 주소’랄까. ‘인터넷 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은 도메인을 ‘인터넷에서 인터넷 프로토콜 주소를 사람이 기억하기 쉽게 만든 것’이라고 풀이한다. 한국을 나타내는 ‘.kr’을 관리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사람이 쉽게 기억하고 입력하도록 문자로 만든 인터넷 주소’라고 설명한다. 인터넷 주소자원법과 KISA의 설명을 들으면 마치 실제로는 www.naver.com이 아닌 복잡한 주소가 있는 것만 같다. 우리가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으로 네이버에 접속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웹브라우저를 열고 주소창에 ‘www.naver.com’을 입력할 것이다. ‘naver.com’만 입력해도 상관 없다. 그러고 접속하기 단추를 누르면 네이버 첫화면이 뜬다. 이 과정은 우리가 볼 때 간단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뒤에선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먼저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naver.com에 접속하려 하면, 한국의 이동통신회사는 사용자가 인터넷에 연결하려고 쓰는 IP주소를 확인한다. 그러고 나서 네이버를 이 사용자의 IP주소와 연결한다. 이렇게 하려면 사용자의 IP주소처럼 네이버의 IP주소도 알아야 한다. 네이버야 유명하니까 IP주소쯤은 이동통신회사가 바로 알 것만 같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에서 이제 막 생긴 웹사이트까지 어떻게 알까. 이 과정을 알려면 먼저 도메인 이름이 작동하는 모습부터 보는 게 낫겠다. ‘www.naver.com’을 입력해 네이버에 가려고 하면, 이동통신회사는 ‘www.naver.com’을 입력한 사람에게 네이버의 IP주소를 알려줘야 한다. 미리 적어둔 게 아니라면 이동통신회사는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웹에서 정보를 찾으려고 검색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편을 보낼 때 주소를 써서 보내면 집배원은 해당 주소를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게 된다. 주소가 경기도 성남시 불정로 라고 한다면 집배원은 앞에서부터 주소를 해석하게 된다. 반면 ‘www.naver.com’ 이라고 하면 뒤에서부터 주소를 해석하게 된다. 먼저 com 의 주소, 그리고 com을 가진 naver 의 주소, 마지막으로 naver를 가진 www의 주소를 찾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동통신회사는 ‘루트 서버’란 곳에 naver.com의 주소를 물어본다. 질문 내용은 ‘naver.com을 어디로 연결하면 좋을까’이다. 이때는 주소 뒷부분, 닷컴(.com) 때문에 .com을 관리하는 곳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동통신회사는 루트 서버와 닷컴을 관리하는 곳이 보낸 정보를 조합해 네이버의 IP주소를 알아낸다. 만약 주소가 ‘www.daum.net’이었다면 주소 뒷자리인 닷넷(.net)을 관리하는 곳으로 갔을 것이다. 이동통신회사가 찾아간 곳은 자기 분야만큼의 도메인 주소 정보를 가진다. .kr를 관리하는 곳은 도메인 이름의 끝이 .kr로 끝나는 웹사이트의 IP주소 정보를 관리한다. 닷컴도 마찬가지다. 우체국으로 치면, 서울특별시는 서울 시내 주소 정보를 정리하고, 강원도는 도내의 주소 정보를 관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청와대=종로구 청와대로 1’과 같은 정보를 저장하고 언제든 찾기 쉽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듯 말이다. 이런 일이 인터넷에도 필요하다. 그 일을 하는 곳이 국제인터넷주소자원기구(ICANN)다. 네이버에는 여러 서비스가 있다. 예를 들어 뉴스서비스나 블로그, 카페같이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하는데 각 서비스를 구분하기 위해 naver.com 앞에 서비스명을 붙인다. 뉴스는 news.naver.com, 블로그는 blog.naver.com, 카페는 cafe.naver.com 같이 말이다. 이렇게 naver.com 앞에 또 다른 주소를 발급하고 관리하는 것은 네이버의 몫이다. .com 도메인을 관리하는 회사는 네이버처럼 .com 도메인을 쓰는 곳을 관리한다. 이 회사는 사람으로 치면 동명이인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을 쓴다. ‘www.naver.com’을 네이버도 쓰고 다음도 쓰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우리가 ‘www.naver.com’을 입력했을 때 네이버로 바로 접속할 수 있다. 그럼 .com과 .kr, .net과 같은 도메인은 누가 관리할까. .com과 같은 도메인을 ‘최상위 도메인’이라고 부른다. 각 최상위 도메인마다 관리하는 회사나 기구가 있는데, 모든 최상위 도메인을 관리하는 일은 ICANN이 한다. 네이버가 naver.com 앞에 news, blog, cafe에 관한 정보를 가졌듯이, ICANN은 최상위 도메인의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한다. 이걸 정리한 문서를 ‘루트 존 파일’이라고 부른다. 루트 존 파일은 아주 꼼꼼하게 관리하고 도둑맞거나 훼손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president.go.kr’를 입력했는데 청와대가 아닌 다른 나라 정부 홈페이지가 나온다고 생각해 보자. 아니면 국민은행 주소를 입력했는데 엉뚱한 웹사이트 또는 국민은행처럼 꾸며서 사용자 정보를 가져가려는 웹사이트가 나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래서 루트 존 파일과 각 도메인의 정보를 관리하는 곳이 중요하다. 루트 존 파일은 세계 13곳에 흩어져 있다. DNS를 더 알고 싶다면 이런 웹사이트를 참고하자. • 루트 존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발행2014.0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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