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관타나모수용소 |
[김재윤 칼럼] 재판 없이 테러 용의자 장기 구금 장소로 활용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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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 있는 관타나모수용소는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 부시 대통령의 가장 부끄러운 유산 중 하나이다. 이 수용소가 오바마 행정부 등장과 함께 2009년 폐쇄된다. 관타나모는 원래 쿠바 동남단 절벽에 면한 만(灣)이다. 100여 년 전 미국은 석탄 저장기지로 쓰기 위해 이 만을 영구 임차해 해군기지를 건설했다. 그 후 카스트로가 집권하면서 기지 반환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거부했다.
적대관계인 쿠바 땅에 위치한 이 기지의 운명은 성격부터 애매했다. 그러다가 2003년 부시가 아프간에서 체포한 알카에다 용의자들을 이곳에 수용하기 위해 기지를 수용소로 만들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부시는 미국의 법 효력이 미치지 않는 이곳을 테러 용의자 수용소로 활용함으로써 테러를 자행했거나 테러에 가담한 혐의가 있는 자들을 재판 없이 장기 구금할 수 있는 변칙을 이용했다. 이 수용소가 “법적 블랙 홀”로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08년 미 대법원이 영장 없는 구속은 불법이라고 판시했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수용소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문제가 완전히 끝나는 건 아니다. 한때 최고 700명 까지 수용했던 이 감옥에는 현재 250명의 용의자들이 남아 있다. 이들은 어디론가 이송되겠지만 법적인 처리문제는 여전히 미결상태다. 미군은 아프간에서 알카에다 및 오사마 빈 라덴 추종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해 이 수용소에 감금했다. 재판도 없고 변호사의 접견도 허용되지 않았다. 심지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고문도 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온갖 비난을 받으며 진행된 신문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부시 행정부는 수감자들이 “불법적인 전투원“, 즉 테러리스트이기 때문에 포로의 지위에 관한 제네바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남은 250명 중 증거가 확실한 일부는 군사재판에 회부된다. 그러나 증거도 없고 석방하기도 어려운 모호한 용의자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다. 오바마는 의회와 협의를 거쳐 무고한 사람은 석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미국을 위협할 것으로 보이는 극단적 분자들의 석방에는 반대하고 있어 부시의 방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테러 용의자를 다루는 미국의 방식을 “미국의 치부” 혹은 “도덕적 지뢰밭”이라 부른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에 목숨을 건 미국 지도자들은 이 정도의 소리에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 결국 관타나모 수용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테러 용의자에 대한 처리문제는 새로운 출발점에 선 꼴이다.
관타나모수용소를 보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가 떠오른다. 북한 전역에 산재한 수 미상의 수용소에는 대략 20만 내지 30만 명의 정치범들이 수용돼 있다고 한다. 모두가 김정일의 독재에 항거한 무고한 사람들이다. 부시는 국익을 위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외국 테러분자들을 수감했지만 김정일은 정권유지를 위해 자기 국민을 감금하고 있다. 스탈린이 수백만반체제 인사들을 수용소군도에 감금한 적이 있으나 이제는 과거사가 되었다. 그처럼 많은 국민을 오로지 정권유지를 위해 불법적으로 감금하고 있는 곳은 북한뿐이다.
김정일은 최근 자신의 폭정을 알리는 남한 인권단체들의 삐라를 트집 잡아 개성공단 폐쇄를 위협하고 있다. 최소한의 이성이라도 남아 있다면 3만여 명의 자국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단을 폐쇄할 게 아니라 수용소를 폐쇄하는 게 순리다. 보도에 의하면 김정일은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오는 “황색바람”(자본주의 바람)을 차단하라는 지시를 오래 전에 내렸고 삐라를 문제 삼아 이 지시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체제도 정권도 역사의 순리를 거역하고는 살아남지 못한다. 요즘 김정일의 발악을 보노라면 마침내 정권의 종말이 임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뇌졸중으로 몇 번 졸도한 것도 역사의 섭리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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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01일 09:53분 25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