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비대면 안심 여행지 사천의 봄을 거닐다
두 번이나 봄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올해 봄도 그냥 달아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중, 경남도가 비대면 안전 여행지로 도내 숨겨진 봄 여행지를 선정했다. 봄에 가고 싶은 섬 통영 대매물도, 이팝꽃 산책로가 유명한 밀양 밀양댐 생태공원, 야생화 꽃길이 조성된 함안 악양둑방길과 악양생태공원, 작은 진달래 섬 고성 솔섬 등 모두 18곳이나 된다. 취재진은 그중에서 벚꽃 비를 볼 수 있는 사천 선진리성을 찾았다. 글 백지혜 사진·동영상 김정민 경남 1호 벚꽃 군락지, 선진리성 사천 선진리성(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74호)은 서부 경남에서 벚꽃으로 꽤 유명하다. 창원시 진해구 일원보다 먼저 조성된 경남 1호 벚꽃 군락지(1912~1918년 조성)다. 군락지답게 선진리 마을 입구부터 선진리성까지 2.5km 가로수 벚꽃 터널 길과 1000그루가 넘는 선진리성(면적 1만 1095㎡) 벚나무들이 매년 봄이 되면 풍성한 봄기운을 마구 뿜어낸다. 어디를 배경으로 놓고 찍어도 한가득 봄을 담을 수 있다. 사천만의 지형을 이용해 구축한 평산성 식의 토성인 선진리성은 고려 때 12조창 중 하나인 통양창을 보호하기 위해 구축됐다.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왜성으로 고쳐 다시 지어 일본식 성곽이 되었다. 선진리는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첫 출전해 왜선 12척을 함몰시키고 왜군을 물리친 첫 격전지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이 서려서인지 선진리성에서 보는 사천만의 풍경도 놓칠 수 없다. 성 입구에서 완만한 언덕을 오르면 이내 너른 평지가 나타난다. 돗자리 하나만 깔고 앉아도 곧 소풍지가 된다. 벚꽃 그늘 사이로 봄볕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올해는 봄비가 적게 내려 벚꽃이 평소보다 3~4일 늦게 필 예정이다. 나무에서 한 번, 바닥에서 한 번 핀다는 벚꽃 비까지 포함하면 4월 중순까지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다만, 올해도 코로나로 벚꽃축제가 취소되고 교통 통제까지 있을 예정이라 차량 진입이 어렵다. 선진리성 출입은 가능하니 되도록 한적한 평일을 이용해보자.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 해안도로 선진리성에서 해안 길을 따라 10분쯤 달리면 사천의 또 다른 명소가 나온다. 용현면 송지리부터 대포동 일원까지 이어지는 무지갯빛 해안도로다. 노란색 방호벽들이 무지개 옷을 차려입은 후로 입소문이 났다. 먼저 만들어진 제주도 무지개 해안도로보다 훨씬 길어 그 길이가 무려 6.2km나 된다. 구간이 짧으면 한곳에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데, 사천 무지갯빛 해안도로는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느 곳이 됐든 여유 있게 즐기면서 걷거나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 무지개는 동심을 부른다.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와 빨간 사천대교까지 더해지면 굽이진 해안도로가 마치 동화 속 그림 같다. 여기에다 노을 좋기로 유명한 사천만의 석양까지 더해지면 장관이 따로 없다. 자연이 주는 선물은 언제나 순간을 영원처럼 만든다. 팁이 하나 있다면, 꼭 바다 물때를 확인하고 갈 것! 만조일 때가 더 아름답다.
‘그리움이 물들면’ 조각상, 대포항 명물 무지갯빛 해안도로 끝 지점인 대포항에 닿았다. 아담한 어촌마을 이 작은 항이 주말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유는 종영된 인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라서가 아니다. 대포항 방파제 끝에 설치된 최병수 작가의 조각상 ‘그리움이 물들면’ 인기 때문이다. 하늘을 향한 어느 여인의 아련한 시선이 하늘, 바다와 맞닿아 있다. 여수 출신인 최병수 작가는 바다를 배경으로 놓기 좋은 조각상 작가로 유명한데, 제작을 맡은 업체 대표가 삼고초려 해 얻은 귀한 작품이다. 이 조각상 하나를 보기 위해 사천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있고, 이마 끝에 달린 달 모양을 해나 별로 바꿔 다는 후속작이 다른 시군에 설치될 정도란다. 그 인기가 놀랍다 못해 대단하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면 나도 저런 표정이 될까. 구름 모양에 따라, 하늘 색깔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가 절로 낭만을 불러온다.
자연 친수공간 용두공원과 와룡저수지 둘레길 대포항을 빠져나와 15분 정도 이동했다. 산과 바다가 적당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사천시에는 크고 작은 공원이 많은데, 그중 자연생태공원인 용두공원을 찾았다. 80년 수령의 편백 산림욕장(면적 1만 5000㎡)과 어린이 놀이 시설이 있어서 가족 단위로 많이들 방문한단다. 바다 소금기를 뺀 신선한 공기가 가슴 속에 들어차니 기분까지 맑아졌다. 도심 친화 공간으로 편안하고 조용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었다. 생태하천을 따라 산책길을 걸었더니 와룡저수지가 보인다. 저수지를 중심으로 둘레길이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여기에도 무지갯빛 옷을 입은 안전대가 먼저 시선을 끈다. 와룡저수지와 용두공원을 빠르게 걸으면 30~40분이면 충분하다. 좀 더 걷고 싶으면 1시간 거리에 있는 청룡사를 올라가도 좋다. 우리나라 토종 벚꽃인 탐스러운 왕겹벚꽃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조금만 더 봄을 따라 걸어보자. 올해 봄은 절대 놓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