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별로 돈의 크기가 다르다는거 오늘 처음 알았다.
오늘은 돈 이야기이다. 돌아버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돌고 돌아 '돈'이 되었다는 Money 이야기를 하고자한다. 전에 네팔 히밀라야 원정을 갔을 때, 때가 꼬질꼬질하고 금방이라도 찢어질거 같은, 정말로 비참한 종이돈을 많이 보고 아...못사는 나라일수록 이렇게 돈이 형편없다고 그러더니 맞는 말이구나...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한국도 옛날에는 마구접고 낙서하고 구멍내고 찢어진 그런 돈이 많았었는데 요즘음엔 그런게 없다는걸 알았다. 그럼 이곳 뉴질랜드의 돈은 어떻냐? 일단 답은 "무지 우수하다"는 것이다. 거기에 돈이란게 실은 종이 두장이 붙여진 것인데 여기선 그 사이에 셀룰로이드같은거 까지 집어넣어 이건 뭐 빳빳 그 자체다. 잘 접혀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
동전으로는 5센트, 10센트, 20센트, 50센트 그리고 1달러와 2달러, 이렇게 6가지의 동전이 있다. 한국에서 1원짜리 5원짜리 10원짜리가 무의미하듯이 여기도 5센트짜리는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이거 길에 떨어져 있어도 안줏을 정도...물론 내마음이지만.
지폐로는 5달러, 10달러, 20달러 그리고 50달러와 100달러가 있다. 그럼 지폐는 모두 5종류 그리하여 동전 6가지와 함께 11가지의 돈이 있는 것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돈을 가지고 다니기 보다는 Eftpos라는 직불카드를 대부분 사용하기 때문에 지폐중에서 50이나 100달러짜리는 구경하기가 좀 힘이 들기도 한다.
5달러 지폐에는 이 나라 사람으로 1953년 영국등반대의 일원으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오클랜드에 아직도 생존해 있는 에드먼드 힐러리의 사진이 들어있다. 그의 공적으로 그의 이름앞에는 Sir라는 존칭어가 붙는데 내가 알기로는 귀족의 작위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 혹 모르는 사람들이 산을 정복했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우리,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그걸 등정이라 한다. 지가 무슨 알렉산더 대왕이냐?...산을 정복하게...
10달러 지폐에는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받도록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여권 운동가, 케이트 세퍼드의 얼굴이 있다. 그녀는 몇번의 실패 끝에 1893년 총 성인여성의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3만1천8백72명의 서명을 얻어내 뉴질랜드 국회는 결국 세계에서 최초로 여성의 선거권을 인정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한편으로는 그 당시 이 외롭고 낙후된 섬에서 노동력과 후세 생산의 보존을 위해서 여성들이 도망가지 않도록 어쩔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는 졸장부 남자가 만든 말인지 뭔지 진담같은 농담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20달러 지폐에는 얘네들이 아직도 끔직이 생각하는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모습이 들어가 있다. 이 양반만 유일한 뉴질랜드인이 아닌 셈이다. 6개의 동전 뒷면에도 모두 어김없이 여왕의 얼굴이 들어있는걸 봐서 뉴질랜드인들의 여왕에 대한 마음에는 영국사람 이상의 무엇이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50달러 지폐 속의 인물은 아피라나 엔가타란 이름의 잘생긴 마치 백인같은, 이 나라 원주민인 마오리로서 최초로 뉴질랜드의 대학을 졸업한 학자이자 지도자이며 1905년 국회에 진출한 그는 마오리 보상권 청구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마오리 뿐만 아니라 백인들 사이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그는 마오리 부족의 역사와 전통을 저서로 남기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양반의 이름앞에도 Sir라는 존칭어가 붙어있다. 여기는 백인과 마오리의 혼혈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백인같은 마오리, 마오리같은 백인이 눈에 자주 띈다.
100달러 지폐 속의 인물은 루더포드 박사로서 그의 이름 앞에는 우리말로 '경'으로 해석을 하는 Lord라는 존칭이 붙어있다. 이 양반은 뉴질랜드인으로서는 처음 외국대학에 유학한 인물로 알려지며 이곳 크라이스트처치의 유명한 켄터베리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1895년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 유학을 떠났다. 이후 그는 캠브리지 대학의 물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세계 핵물리학계의 거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뉴질랜드인 과학자로 소개되고 있다.
이상으로 지폐속의 인물탐방을 마치면서 과연 앞으로 누가 추가로 지폐속의 주인공이 될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런 기회가 이 나라에 들어온 다양한 이민자의 자손들이 안되란 법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최초의 이민자중에서 우리 한국인이 가장 먼저 그 위치에 올랐으면...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인이여...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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