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후원행사가 있던 날, 성공회 앞마당이 예뻐 그냥 밥먹고 차 마시러 왔다가 무슨 행사인지 이것저것 묻던 끝에 동반 가입하셨던 두 분, 신입회원 강영화, 김명희 회원을 말복 지난 즈음, 가입했던 그 자리, 성공회 교회 내 카페 설지에서 만났다.
필라테스 강습 받다 만난 동네 친구라는데 평소 나이는 모르셨던 듯, 나이 차가 그렇게 나냐며 피차 놀라시는 것으로 밥상토크는 시작됐다. 언니 격인 명희 샘은 영업직에서 수십 년 일하고 있고, 성당에서도 성가대 등 이런저런 활동을 하느라 바쁘지만 ‘다른 세상은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에 선뜻 가입하셨다고 한다. 가입 권유를 내가 했던 바라 기억이 생생한데 몇 마디 설명 듣고 리플렛 보시더니 바로 가입하는 결단력을 보여주셨더랬다. 내심 모두 이렇게만 가입해주시면 얼마나 좋아, 했었으니까.
워낙 책임을 강하게 느끼는 성격이라 정신없이 직장 일, 성당일로 바쁘게 생활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눈 건강을 해쳐 엄청 우울해하던 차, 집 앞 명진학교 학생들을 보며 오히려 감사한 맘이 들었고, 그렇게 내려놓은 생각으로 매사를 보니 마음이 참 편해지더라고. 이후, 쉼을 위해 일주일 중 일정 시간은 비워두게 생활 방식을 바꾸었단다.
영화샘은 시원시원한 명희샘에 비해 본인은 엄청 따져 보는 스타일이라며 가입 후에도 민우회가 정치적 성향을 띠는 단체인지가 궁금하셨다고 물어오셨다. 공무원으로 이십 수 년 일한 경험에서 느낀 직장 내 성불평등과 막힌 언로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설파하는 모습이 딱 민우회 체질인 듯. 영화샘 역시 ‘놀고 싶어서’ 시간제로 바꿔 주 20시간 근무하며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니 두 분 다 치열한 삶보다는 이런저런 계기로 ‘쉬어가는 삶의 여유’를 소중히 여기게 된 그 시점에 민우회를 만나셨나보다.
민우회에서 무얼 해야 하느냐고 여러 번 물으셔서 우리가 그런 부담을 드리나? 반성도 했는데 명희샘은 벌써 벼룩시장 참여도 하셨고, 성범죄 재판 방청에도 관심이 간다고. 저번 주 수리봉 계곡으로 갔던 물길에 참여 못해 못내 아쉬워도 했다. 명희샘이 짧은 시간에 그래도 할 말은 다했다며 급 사정으로 먼저 간 후 바야흐로 얘기는 가부장적 가정과 성불평등한 직장 내 모습으로 이어졌다.
영화샘은 남편을 하늘같이 받들고 불평 없이 온갖 집안일, 농사일에 바쁘셨던 여든 후반 어머니가 요즘은 그렇게 살아온 삶에 후회하고 억울해^^ 하시는 것, 2남 2녀 형제 중 아들들에 치였던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부터 이십 수 년 전 남성과 같은 직급으로 들어왔어도 여성은 재떨이 닦기까지 해야 했던 경험, 최근 겉으로 성평등이 이루어진 듯 보이나 내용적으로는 업무상 주요결정권 라인에 여성은 배제되고 있는 직장 내 성불평등한 현주소까지 이야기 실타래를 풀어놓았다. 민우회 활동은 가입 후 바로 시작해 소모임 중 따솔과 심야책약방 참여를 하고 있고, 그 밖에 교회 독서 모임에도 나간다니 책 읽기를 거의 특기 수준으로 승화시킨 분이 아닐까 싶다.
새벽부터 비가 내려 사위가 촉촉해진 수요일 오후, ‘수다는 우리의 힘’ 실컷 떠들어 마음도 촉촉해지고 즐거워진 우리, 한결 가까워진 마음으로 9월 성평등 영화제에서 만날 것을 기약했다. (이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