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머 리 글
2005-11
함 포 고 복(含哺鼓腹) 그 러 나 삶 의 의 미(意味)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이때쯤이면 시골에서는 가을 농사를 모두 마치고 그것을 다 거두어들인 때이다. 버스로 시내를 나가다 보면 차안에서 병원에 다니시는 연세 드신 어른들을 많이 뵈올 수 있다. 그간에 농사일에 바빠서 병원에 다닐 시간들이 없으셨을 것이다. 움직이는 동물이나 사람에게는 때로 겪는 세 가지의 고통이 있다. 그것은 바로 춥고, 배고프고, 잠 못 자는 고통이다. 중국에서 유래한 한자 말 중에 함포고복(含哺鼓腹)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린다는 얘기로, 중국인들은 풍족하고 유쾌한 삶의 조건으로 무엇보다도 배불리 먹는 것을 들었다. 물론 우리라고 크게 다를 것은 없겠지만, 우리 민족은 여기에다 한 가지 조건을 더 추가시켰다. 등까지 따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함포고복이라는 말 대신에 이런 말을 만들어 즐겨 사용해 왔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그만이라는 말로써 전형적인 가을걷이가 끝난 이후의 겨우살이를 염두 해 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등을 따습게 할 수 있었던가? 여기에 바로 옛날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주거 양식, 난방 장치인 구들이 있었다. 특히 한 겨울에 우리 한국인은 불이 잘 든 뜨끈뜨끈한 구들장에 누워야만 비로소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성서에는 배부르고 등 따뜻한 것에만 만족해서는 아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소유를 모두 차지하고 있는 형이 있었는데, 이에 반하여 모든 것을 형에게 빼앗겼다고 여기는 동생이 예수에게 찾아와 내 형에게 이야기해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유산물을 나와 나누게 해달라는 간청이었다. 그럴 때에 예수께서 “누가 나를 너희의 물건 나누는 자로 세웠느냐?” “삼가 하여 모든 탐심을 버리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가 넉넉한 데에 있지 아니 하느니라” “내가 비유하건데 한 부자가 그 밭에서 소출(所出)이 풍성하였는데, 마음에 생각하기를 내가 곡식 쌓아둘 곳이 없으니, 곡간을 헐고 더 크게 지어서 모든 곡식과 물건을 그 곳에 쌓아 둘 것이다. 그러면서 그 사람이 자기 영혼에게 스스로 말을 하는데,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기자고 말을 하였다” 하나님은 그 때에 말씀하시데,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가 모아들인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이렇게 자기를 위해서는 재산을 모으면서도 하나님께 인색한 사람은 바로 이와 같이 될 것이다”(누가복음 12:13-21). 놀부처럼 재산을 모으는 것은 좋은 일이나, 동시에 필요로 하는 것은 흥부처럼 인색한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잘 먹고 잘살자는 웰빙이라는 말이 홍수를 이루는데, 성서는 그런 말도하고 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것이라고 적고 있다. 굳이 신앙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얘기하자면 사람은 먹는 것과 함께 삶의 그 의미(意맛味)도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어떠한 형편에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다고 말하면서,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다고 말하고 있다(빌립보서 4:11-12).
공동체 이야기
느 림 의 미 덕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많이 듣거나 가장 빨리 배우는 말이 “빨리 빨리”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빨리 빨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만 빨리 빨리를 지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현대문명이 빠른 속도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빠른 것은 바람직하고, 좋은 것으로 여긴다. 사람들은 빠른 속도를 보여주는 상품을 선호하고, 시장에서 속도가 느린 상품들은 퇴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에 속도경쟁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의 속도 집착은 다른 나라보다 더 심하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역사와 우리의 생활과 무관하지 않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는데 선진국에서는 150여년이상이 걸렸는데 우리는 불과 40여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짧은 기간에 그만큼 빠른 발전과 성취를 한 셈이고, 이러한 발전과 성취를 한데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근면과 빨리 빨리가 크게 기여했다. 또한 개인의 실패에 대한 사회보장이 매우 빈약한 가운데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을 통해 살아가야만 하는 사회에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의 하나가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회에 살면서 사람들은 빨리 빨리에 익숙해졌고, 빨리 빨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였다.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군대에서도 빨리 빨리가 강조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빨리 빨리가 일상화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보다 더 컴퓨터를 더 많이 이용하고, 휴대폰을 더 많이 사용하며, 조기 영어교육에 집착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빨리 빨리가 빠른 경제성장과 발전, 개인의 성취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빠른 성장은 세계사적으로 볼 때 유례가 없다. 하지만 빨리 빨리가 성과를 가져온 것 못지않게 많은 부작용과 문제를 가져왔다. 빨리 빨리가 대충 대충 문화와 결합하여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 등 대형 사고를 낳았다. 자동차 사망률 세계 1위도 빨리 빨리가 가져온 부정적 산물이다. 또 짧은 기간에 생활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끝이 없는 경쟁에서 개인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었고 그것은 높은 음주와 흡연비율을 가져왔다. 다른 나라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과로사도 이러한 스트레스의 산물에 다름 아니다.
이제 우리들은 이제 느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느림은 그 자체로 좋은 점을 가지고 있다. 낫의 경우 날을 천천히 세우면, 그 낫의 날은 오래가고 따라서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맺어진 사랑은 오랫동안 지속된다. 어렵게 그리고 오랫동안 번 돈은 오랫동안 남아 있는 법이다.
그동안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느린 것을 게으른 것과 혼동하고 있다. 하지만 느린 것과 게으른 것은 다르다. 느린 것은 게으른 것이 아니라 빠른 것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빠른 속도를 중시하고, 속도의 광기에 빠져든 사회에서 느림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필요한 미덕중의 하나다. 느림은 우리 사회의 도처에 자리하고 있는 빨리 빨리의 부작용과 병폐를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느림은 우리 사회가 거품에 들떠 있게 하지 않고,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느림은 우리를 보다 인간답게 살게 한다. 느림은 남을 제치고 자기만 아는 경쟁적인 삶에서 벗어나 남들과 더불어 사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느림의 순기능을 인식하고 느림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느림을 실천하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모임이 생겨나고, 패스트푸드가 아닌 슬로푸드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패스트 라이프에서 벗어나 슬로 라이프로 전환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빨리 빨리에서 벗어나 느리게 사는 것을 사치로 생각하고 있다. 일을 빨리 빨리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시간을 아끼고, 남는 시간을 다른 데에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24시간 일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고 생각하는 인간이다. 기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려면 속도전쟁에서 벗어나 느림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느림은 적게는 개개인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서 그리고 크게는 지구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실천되어야 할 과제이다. 속도전쟁은 개인에게 비인간적 삶을 강요하는 동시에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여 지구환경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제 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빨리 빨리의 생활과 일상에서 벗어나 보자. 매일이라면 더 좋겠지만,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차를 이용하지 말고 걸어보자. 걸으면서 옆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고, 주변에 있는 것을 관찰해보자. 식사시간을 좀 늘리고, 먹거리를 생산한 사람을 생각하고, 우리가 먹는 음식의 맛을 즐겨보도록 하자. 패스트푸드를 삼가고 슬로푸드를 먹도록 하자. 생활에서 느림을 실천하게 되면 삶이 달라진다. 보다 건강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또한 지구환경의 보존에도 동참하는 길이다. 속도와 경쟁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경우 시작이 쉽지 않겠지만, 생활의 일부분에서라도 느림을 직접 실천하고 체험해보면 어떠하겠는가?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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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박정임
라홍채
최성재
최영애
정무래
박종만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11월 24일에 진주문교회(유운걸 목사님)가 함께 해주셔서 겨울김장을 담그었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남일중앙교회(11인).주식회사EG(이광형).정무래.최영애.라홍채.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9인).김기홍.김정직.박용태.전태화.이원교회.세광교회.대전제일교회.진명구.금성교회.채윤기(박현실).동춘교회4남선교회.기물리교회.그리스도의집.박종만.국민건강보험공단금산지사(전흥준외3인).동부명성교회.그리스도의집.찬미교회.향림원(2인).김종택.대전성남교회.대덕교회.옥천동부교회.신건태그리스도의집.살림교회(박상용외13인)분평청북교회.인동교회1남선교회(나기도).대전일보(김세원외2인).향림원(2인)그리스도의집.최선희.대한적십자금산군추부봉사회(성삼순.정인구).추부제일교회.김성두.남상륜(김성숙).남상현.대한적십자사금산거북단위봉사회(전태화외9인).전주동성교회(이재군외3인)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