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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곳/시간 2006. 6/23 ~6/24.
진고개 출발 ; 3:50
~ 구조표지(02-02) ; 4:08
~ 동대산 ; 4:40/4:50
~ 1421봉 ; 4:45 헬기장
~ 1330봉 ; 5:00 헬기장
~ 1296봉 ; 5:25
~ 차돌바위 ; 5:35 등산개략도 안내판.
~ 등산개략도 안내판 ; 5:55 두로봉 3km 전방.
~ 신선목이 ; 6:08 신선골 갈림길. 구조표지 02-16 위치.
~ 1383봉 ; 6:38 헬기장
~ 북대사 갈림길 ; 6:47
~ 두로봉 ; 6:54/7:30 아침식사.
~ 1234봉 ; 7:58
~ 1121봉 ; 8:10
~ 新梨목 ; 8:15 잘 못된 신배령?
~ 안부 ; 8:30 조계골 갈림길, 신배령?
~ 1210봉(복룡산 갈림길); 8:45 길은 좌로 90도 턴.
~ 만월봉 (삼각점) ; 9:05/9:17
~ 통바람골 갈림길 ; 9:30 약수동 하산길.
~ 응복산(삼각점) ; 9:43/9:47
~ 명개리 갈림길 ; 9:52
~ 1281봉 ; 10:00 구룡령 6.2km 이정표.
~ 안부 갈림길 : 10:14/10:25 지도에 샘터 표시.
~ 마늘봉 ; 10;33
~ 1261봉 ; 10:51 가파르게 올려치는 봉.
~ 1280봉 ; 11:04/11:15
~ 안부 : 11:25
~ 약수산 ; 11:50/11:58
~ 구룡령 ; 12:30 총 8 시간 40 분.
2. 이동 거리.
진고개 ~ 동대산 ; 1.6 km.
~ 두로봉 ; 6.95 km.
~ 응복산 ; 8.15 km.
~ 구룡령 ; 6.8 km. 총 23.5 km. (포항 셀파산악회 실측자료)
3. 31회차.
(진고개~ 두로봉) 8.55 km. ( 3:50/ 6:54)
이른 새벽 진고개는 어둠만 있을 뿐 차 한 대 지나가는 일이 없다.
휴일이면 부산하던 고갯길이 잊혀진 옛길인 듯 하다.
포장이 되기 전 이 길, 진부에서 들어 와 월정사길로 접어들다가 안개자니 계곡으로
들어서는 길로 들면 흙만 풀풀 날리고 얼마나 높고 긴 고개였던가?
그래서 비만 오면 질척거려 진고개라 불렀다는데, 내게는 그런 기억은 없고 아마도 끝없이 긴 고개여서 ‘긴 고개’가 기름(油)을 노인네들 ‘지름’이라고 발음하듯이 구개음화되어 ‘진고개’가 되었을 것이다.
대간꾼들은 헤드랜턴빛에 의지해 나무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3:50)
간밤에 내린 이슬이 풀잎에 가득 내려 앉아 있다.
선두의 옷은 머지 않아 흠뻑 젖을 것이다.
번거로운 일이나 어찌 생각하면 밤새 대간길에 내려 앉은 순수한 이슬방울을 가득 적시니 과히 손해 보는 일도 아니다.
단순한 물방울이 아니라 밤새 품은 산의 精氣가 모인 結晶일 터이니.
오르는 길이 만만치가 않다.
900 여 메터에서 1434m 동대산까지 내리막 없이 거의 오르기만 해야 하는 길이니 밤잠 제대로 못 자고 이동하여 어둔 새벽에 등정하는 코스로는 쉽지가 않다.
1~2km 평지와 같은 워밍 엎 구간이 있으면 좋으련만 인생길이 그렇듯 언제나 바라는 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
쉬엄쉬엄 호흡 조절해 가면서 컨디션을 맞추어 간다.
4시 반 무렵이 되니 어느덧 동대산에서 벋어 내리는 산등성이 넘어로 하늘이 희어지기 시작한다.
요즈음이 일년 중 해가 가장 긴 때이니 곧 동이 트리라.
휴게소에서 기르는 개인가? 컹컹 짖는 소리가 산 위까지 들려 온다.
산악사고에 대비한 구조 위치 표지목이 서 있다.
위치표시 02-02라고 씌여 있다. 4:08분에 이 곳을 지난다.
벌써 땀이 이마를 적신다.
누군가의 전화벨이 울린다. 스위스에 0:1로 한 꼴 먹었다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진다.
시원한 석간수 같은 청량함을 맛 보려 했건만 씁쓸하다. ㅉㅉㅉ.
잠시 후 02-04도 지난다.(4:32)
이제는 호흡도 고라지고 다리도 편해진다. 워밍 엎이 된 것이다.
편안하게 경사진 대간길을 오른다.
앞이 툭 터지면서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
東臺山 정상에 닿는다.(4:40/4:50)
하늘은 완연히 희다.
그믐달이 가는 細筆畵처럼 실낱 같은 모습으로 중천에 걸려 있다.
이제부터는 오대산의 진정한 심장부로 접어든다.
지도를 펴 놓고 보면 동대산에서 시작하여 이제부터 우리가 가는 대간길을 따라 頭老峰까지 이어진 후, 그곳을 꼭지점으로 좌로 돌아, 象王峰, 毘盧峰, 虎嶺峰까지 이으면
갓 피어나려는 蓮꽃 봉오리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 그랬는가?
신라적 자장율사께서는 이 곳이 불국토가 될 것을 예상하고 문수보살의 땅이라 하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구간은 대간길 중 진드기 경계구역으로 소문이 나 있다.
지난 해 이 길을 간 친구 와이프는 산행 후 밤에 등이 너무 따끔거려 잠을 이루기
어려웠는데 친구가 보니 진드기 두 마리가 이미 살 속 깊이 파고 들어서 밤새 짜고
핀셑으로 뽑아내느라고 고생한 적이 있다.
(하산 후 보니 우리 일행 중에도 진드기 피해를 입은 이가 있다. 천보님이었던가? )
진드기가 무서워 긴 팔 여미고 모자도 차양이 널찍한 놈으로 대비를 하고 왔다.
이제부터 길은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최고봉 1400m 대에서 고도를 낮추어, 능선길은 주로 1200m 대에서 오름과 내림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니 1200m 대의 능선길이 마치 뒷동산길처럼 편안히 느껴진다.
유난히도 헬기장이 많은 1421봉(4:55), 1406봉(5:00)과 1229봉(5:25)으로 이어지는
내리막 능선길을 편히 지나, 흙길에 궁금증을 자아낼 만한 희고 큰 차돌바위 두 덩어리와 만난다.(5:35) 바로 전방에는 등산로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도대체 이 흙산에 어떻게 저런 흰차돌 바위가 있는 것일까?
혹시 무슨 할미인가가 어디로 나르는 도중 떨구어 이 곳에 있게 되었다는 전설 한 줄은 없는 것일까?
응당 있어야 할 전설 한 줄 듣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사진 한 장으로 섭섭함을 달랜다.
가는 길에는 간간히 함박꽃이 희고 함박 같은 웃음으로 맞는다.
산목련이라고도 하고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좋아해서 목란(木蘭)이라 이름 고치고 국화로 삼았다. 북한돈 200원 권에 함박꽃(목란)을 그려 놓았다.
(압록강 너머 신의주 건너편 중국 단동땅에 가면 우리돈 1000원 주면 북한돈 고루고루
묶은 씨리즈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많다.)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산행지도에 표시된 1262봉, 1234봉을 지나 신선목이
(신선골 갈림길)에 닿는다. (6:08)
길안내판도 있고, 구조위치 02-16 말뚝도 세워 놓았다.
신선골은 오대산 물줄기(오대천)의 최상류를 이루고 있다.
동대산과 두로봉 그 사이 지금 지나는 대간능선에서 모인 물이 비로소 계곡을
이루어 오대천으로 내려 가게 되니 과연 신선이 사실 만한 골자기일 것이다.
그 위 능선을 걷는 오늘이야말로 은근슬쩍 ‘나도神仙’ 한 번 되어 보자꾸나.
삼척, 강릉, 양양 지역의 대간능선은 대부분 동쪽(바다쪽)은 가파르고 서쪽(내륙쪽)은
완만하다.
그러다 보니 갈림길이나 고개길도 큰 고갯길이 아닌 고개는 동쪽으로 내려 가는 길이 거의 보이지를 않는다.
설령 내려간다 해도 고생이 자심할 듯하다.
그러다 보니 동으로 이어지는 길은 대부분 없거나 분명치가 못하다.
신선목이 또한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이제부터 오랜만에 긴 오르막을 만난다.
동대산 이후 슬금슬금 350m 가까이 내려와 1100m가지 내려 왔다가 이제 1383m를 향해 오른다.
게으름 끝에 한 껀 하려니 숨도 가쁘고 땀도 많이 난다.
드디어 1383봉 도착.(6:38) 평평한 헬기장을 닦아 놓았다.
봉우리에는 시야도 트이고 꽃들도 많다.
‘붉은 인가목’도 보이고 흰색의 ‘백당나무’도 몇 그루 보인다.
길은 잠시 고개를 한 번 숙이더니 오늘의 제 2봉 두로봉을 향해서 다시 오른다.
길은 완만한 오름이다.
중간에 좌로 북대사로 내려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6:47)
이 길은 갈림길 방향이 그대로 북으로 진행하고 있어서 대간길 자주 알바하는 길이다. 특히 야간산행하는 이들 중에는 북대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 오는 이들이 종종 있다.
드디어 오늘의 제2봉 두로봉(1422m)에 도착한다.(6:54/7:30)
이 곳에서 좌로 방향을 틀어 상왕봉, 비로봉, 호령봉까지 가는 길이 오대산 종주
코스이다.
연꽃의 봉오리를 완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아마도 이 코스를 한 바퀴 돈다면 틀림없이 번뇌의 늪에서 벗어나 참된 나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느날 인연 닿으면 호령봉도 지나 계방산 넘고 끝없이 이어진 산길 걸으면 드디어
용문산, 유명산 두물머리(양수리)까지 이어지는데 이 산길이 한강기맥(漢江岐脈)
이다.
(여암 신경준 선생의 山經表에는 岐脈의 개념은 없는데 ‘태백산맥은 없다’를 쓴 조석필님이 제안한 개념이며, 박성태님의 역저 ‘신산경표’에 기맥을 이루는 산들의 족보가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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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五臺山은 어떤 산?
1. 삼국유사 제 3권에는 오대산에 대한 옛이야기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석가가 열반(돌아가신)하신 후 문수보살은 반야경이라는 經을 정리한 분인데 이 분이 사시는 곳이 중국에는 山西省 청량산(일명 오대산)이고 한국에는 오대산에서 일만 보살들과 함께 중생을 살피시며 사신다고 한다.
따라서 오대산은 문수보살의 땅인 것이다.
문수보살이란? 문수사리라고도 하는데 문수=妙(진리) 사리=德 또는 頭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니 문수보살이란 ‘지혜롭고 덕있는 분’ 쯤으로 알면 될 것 같다.
요즈음의 오대산 五臺는 ‘동대산, 두로봉, 상왕산, 비로봉, 호령봉’으로 통칭되고 있으나
삼국유사에는
東臺: 망월산 / 西臺: 장령산 / 南臺: 기린산 / 北臺 : 상왕산 / 中臺: 풍로산(지로산)라 했고
동대에는 관음암 / 서대에는 미타암(수정암, 현 염불암) / 남대에는 지장암 / 북대에는 나한당(현 미륵암) / 중대에는 진여원 (현 사자암)을 두었다 한다.
이 암자에서 신라 신문왕의 두 왕자가 공부하면서 서대 于筒水 물로 차를 끓여
문수보살을 봉양하며 공부했다고 한다.
두 왕자는 효명과 보천이었는데 현실적인 문제로 왕위를 이어야 함으로 효명은 환속하여 왕이 되고, 보천은 도를 닦아 500년을 이 곳에서 공부했다 한다.
이 뿌리가 이어져 오대산은 한국불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2. 于筒水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강의 발원은 오대산 우통수라 했다.
최근에는 안타깝게도 금대봉 아래 검룡소로 바뀌기는 했지만.
우리 조상들에게 우통수는 각별한 샘물이었다.
삼국유사에 실려 있은 효명과 보천 왕자가 문수보살께 공양을 드린 물,
조선시대 궁중이나 양반집에서 가장 貴히 여기는 물도 우통수였다.
그러면 어떻게 이 곳까지 와 물을 길어 갔다는 말인가?
지혜로운 조상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통수는 무겁고 각별해서 한강물의 한가운데 물속으로 흐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한강 가운데 깊은 물속으로 두레박을 내려 물을 길었고 이 물은 일반 한강수에 비해 가격도 세 배나 더 비쌌다.
당연히 약을 다려야 할 일이 있으면 우통수로 달였다.
허준이 임금께 바친 탕재도, 대장금이 끓인 탕재도 당연히 우통수였을 것이다.
지금도 서대 염불암에는 앞에는 우통수가 천 년을 넘어 샘솟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쉽게 잊을 샘물인가.
3. 오대산 史庫
이미 태백산 지날 때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史庫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 사고 중 하나가 이 오대산에 있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가는 길 좌측 산 속에 영감사란 절이 있고 이 절 앞에
史庫가 있었다,
풍수에 이 곳은 三災(물, 불, 바람)가 없을 땅이라 했다 한다.
과연 삼재는 없었다.
그러나 人災는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강탈하여 동경제국대학으로 가져가 버렸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관동대지진 때 거의 소실되었다.
남은 것이 47 책이라는데 다행히 서울대 규장각의 노력으로 동경대로부터 기증형식으로(반환이 아니라서 가슴 아프지만) 돌려 받기로 했다는 기사가 지난 6월 1일 발표되었다.
앞으로 병인양요 때 프랑스인들이 훔쳐간 강화도의 값진 책들과 문화재도 돌려 받아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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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로봉에 앉아 김밥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지난 밤 서울을 떠날 때 김밥집에 들려 두 줄을 달라 했건만 김밥집 아주머니, 내일
아침에 드실 거면 팔지 않겠다 한다. 안 상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하면 버릴 터이니 단무지만 넣고라도 한 줄 싸달라고 부탁하여 가지고 온 ‘양심김밥’인 것이다.
비록 맛은 밋밋하지만 아주머니의 양심으로 위장을 채우고 두로봉 출발이다.(7:30)
頭老峰?
아마도 문수보살 이름의 뜻이 담긴 頭(德)와 老人峰, 이와 관련이 있는 이름일 것이다.
구지 그렇게 믿고 佛과 仙이 화합한 산이라는 믿음으로 떠난다.
(두로봉~ 구룡령) 14.95 km. (7:30/12:30)
이제부터는 문수보살의 땅을 뒤로 하고 정북으로 대간길을 간다.
세월을 먹고 사는 朱木도 한두 그루씩 보인다.
길은 서서히 고도를 떨구는데 이제까지와는 달리 작은 잡목이 빽빽하다.
어느 구간에는 숲이 우리에게 一步의 폭도 허락하기 싫은지 한 사람 지날 오솔길도
내어 주지 않고 작은 잡목들이 발목을 잡는다.
아, 말 실수. ‘잡초는 없다’는데 어찌 잡목이 있겠나?
인간인 내 눈에 이름 모르고 보잘것 없다 해서 잡목이라 말할 수는 없는 거겠지.
길목 곳곳에 옥잠난초의 큰 잎들이 보인다.
어떤 놈들은 꽃대가 훌쩍 올라 와 작은 수선화 같은 꽃이 피었다.
갈퀴나물도 붉은 꽃을 피우고 간간히 나타나 녹색 바다에 붉은 점을 찍는다.
봉우리인 듯 아닌 듯 1234봉을 지나고(7:58), 1121봉도 지난다.(8:10)
잠시 오르는 듯한 길목에 新梨목(신배령의 한자표기)이라고 누군가가 써 놓았다.(8:15)
등산지도에 표기된 신배령인 것이다.
등성이에 있고, 더욱이 좌(홍천 내면 조계골)나 우(강릉 연곡 가마소)로 연결되는 길을
찾을 수 없는 이 곳이 왜 신배령일까?
신배령이라는 이름을 탄생시킨 시고 떫은 돌배나무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의문을 품고 이 곳을 지난다.
완만한 길을 내려 와 이윽고 안부에 닿는다. (8:30)
숲은 우거져 있으나 내면 曹溪골( 지도에 조개골은 마을 사람들이 편하게 발음한데서
유래한 듯)로 내려 가는 길 흔적이 있다.
아마도 이 곳이 신배령 아닐까?
이제부터 길은 다시 오르막이다.
오대산 국립공원 경계도 이쯤에서 끝난다.
얼마 후 숨이 찰 즈음에 앞봉이 나타나는데 대간꾼 봐 주시느라고 길은 봉우리에
오르지 않고 그대로 좌로 턴하여 서쪽으로 향한다.(8:45)
북룡산 갈림길 1210봉을 우회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우측 능선이 강릉시계에서 양양군으로 바뀐다. 좌능선 아래는 여전히
홍천 내면이다.
다시 무명봉 하나를 살짝 좌로 우회하여(9:00) 나아가니 남쪽으로 전망이 터진 곳이 잠시 나타난다.
바로 아래 숲이 짙은 골자기가 조계골이다.
이 곳에 모인 물은 내린천의 최상류를 이룬다.
북대골 계곡으로 내려가 명개리에 이르고 내면 앞개울을 이룬 후 내린천으로 합수된다.
옛어른들은 그윽한 산속 계곡 좋아 능히 어느 禪師가 도를 이룰 것 같은 곳을 조계골, 조계동으로 이름지었다.
禪宗의 6祖 혜능선사가 조계산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길 바쁜 대간꾼은 道는 산 속에 놓아 두고 만월봉을 오른다.
이 지역은 참나무가 유난히도 많다. 이름 적어 놓기를 갈참나무라 했다.
어느날 갈참, 졸참, 굴참.. 이런 거 구분하는 법 공부 좀 해야겠다.
아무튼 식량나무가 이렇게 많으니 다람쥐 천국이어야 할 텐데 보이지를 않는다.
드디어 나무를 베어 시야가 터진 봉우리에 도착한다. 滿月峰이다.(9:05/9:17)
정상에는 삼각점(연곡434)이 있다.
이름과는 달리 별 특징은 없다.
이 곳에서 쉬며 과일도 한 쪽씩 먹는다.
만월봉의 유래는 잘은 모르겠는데 아마도 오대산 北臺 만월산에서 차용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이 곳에서는 응복산이 잘 보인다. 꽤 멀리 보인다.
둥싯한 산이 편안히 엎드려 있는 모습이다.
만월봉에서 응복산으로 향하는 길은 완만한 U자의 아랫 부분 같은 지형을 이루고 있다.
만월봉에서 내려 오기를 잠시, 좌측으로 통바람골과 약수동으로 내려 가는 갈림길이 있다. (9:30) 다니는 이들이 없는지 길은 잡초 속에 있다.
약수동은 명개리 약수에서 비롯해 약수동이요, 통바람골은 응복산 기슭을 타고 내려
오는 바람이 어찌나 크던지 통바람골이다.
평평한 안부를 지나 응복산으로 오른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호흡조절하면서 오르기에는 어려움이 없다.
만월봉에서 바라볼 때 까마득 하더니 막상 오르니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닿는다.(9:43/9:47)
정상에는 응복산이라는 銅板의 頂上石(板? )이 있다.
이 응복산(鷹伏山)은 매복산이라고도 부른다.
사람들 설명에 매가 엎드린 모양을 하고 있어 매복산(한자로 응복산)이라 했다 한다.
그러나 맞지 않는 말일 것이다.
이 산을 바라보면 평평한 산이 엎드려 있는 듯하다.
山(뫼)이 엎드려 있는 모양이어서 ‘뫼伏산’인데 ‘뫼’가 세월이 가면서 ‘매(鷹)’로 들려매복산이 되고 이것을 한자화하는 과정에서 응복산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그 많은 매봉, 응봉은 대부분 ‘뫼(山)봉’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매가 살았다는 전설이나, 매사냥터라든가, 산 모양이 매를 닮았다는 이야기가 붙어 ‘뫼봉’은 매(鷹)봉이 되어 갔던 것이다.
허다못해 서울 응봉동의 응봉을 보거나, 삼각산 응봉능선을 살펴 보더라도, 사람들은
매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안경끼고 보아도 매 모양은 연상되지
않는다. 그냥 ‘뫼’였으니 어디 ‘매’가 있겠는가.
“엎드린 산 (뫼복산)”을 내려 오기 시작하니 잠시 후 명개리 갈림길이 있다.(9:52)
이정표도 세워져 있다. 아마도 약수동으로 내려가는 길일 것이다.
100m여 내려 왔을까, 작은 안부를 거쳐 잠시 다시 오르기 시작, 1281봉에 닿는다.
(10:00). 구룡령 6.02 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제부터 길은 다시 200m를 더 내려 간다.
응복산에서 300m 이상을 내려 온 것이다.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대간길은 결코 우리를 그냥 보내지 않으리라는 것을.
건방떨지 말라고, 충분한 경외심을 잃지 말라고 언제나 교육 시켜서 집으로 보낸다.
이렇게 떨군 후 마지막으로 쳐오르게 하실 것이다.
넓은 안부가 있다. 샘터갈림길이다. (10:14/10:25)
쉼터 벤치도 있고, 이정표도 있다. 약수산 3.74km 남았음을 알리고 있다.
일행이 잡초 사이를 뒤져 지도의 샘터를 찾아 보았으나 풀이 우거져 알 수가 없다.
이 샘을 믿고 물 적게 가져 왔더라면 낭패일 뻔했다.
쉴 만큼 쉬었으니 1127m 마늘봉을 오른다.
이름도 희한하여 매운 마늘맛을 보이려나 했더니 별 힘 안 들이고 오른다.(10:33)
별 싱거운 마늘도 다 보것네.
다시 잠시 떨어져 안부를 지난다.
무명의 1261봉이 있다.
1300, 1400 이상을 넘어 온 우리에게 1261이야 별것이겠는가?
아, 그런데 이게 장난 아니다.
잠시 숨돌릴 틈을 주지 않고 그대로 200m 가까이를 가파르게 치고 오른다.
지도 상에 별것 아닌 작은 무명봉이 우리의 허를 찌른다.
힘빠지고 지쳐가는 대간꾼에게는 복병이다. 이름 하나 붙여야겠다. ‘깔딱봉’. (10:51)
마늘 먹고 정력 보충하여 오르라는 깊은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1280봉은 의외로 쉽게 지난다.(11:04/11:15)
여기서부터 길은 좌로 틀어 남동쪽으로 향한다.
저 멀리 약수산이 ‘어디 한 번 덤벼 볼래?’ 이렇게 위용을 자랑한다.
은근히 기가 죽는다.
‘그래, 감히 덤벼들지 않는 거야. 살살 달래며 받아 주십사 이렇게 꼬리 내리고
그 품으로 들어 가는 거야.‘
안부를 지나(11:25), 천천히 천천히 약수산의 품으로 들어 간다.
포천용사 임소장은 약수산과 한 판 붙기로 하고 바람처럼 오르막을 거슬러 간다.
잠시 후 뒷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당신 앞에 꼬리 내린 나를 약수산 산신령께서는 편히 받아 주신다.(11:50/11:58)
산에 비해서 정상은 빈약하다
궁뎅이 하나 비비기에도 옹색하다. 정상에는 銅 정상판이 박혀 있다.
이정표가 서 있는데 구룡령 1.0km라고 씌여 있다.
이 거리표기는 분명 틀린 것인데 아직도 정정되지 않고 그대로 있다.
구룡령이 나무 사이로 내려다 보인다.
구불구불, 조금 보태서 아홉 마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용의 꿈틀거림을 연상시킨다.
정상 조금 아래 서 있는 안내판에 약수산의 유래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
아랫마을 명개리 약수가 있어 약수산이 되었다 한다.
이제부터는 400m 이상을 가파르게 내리꽂는 하산길이다.
발바닥과 발가락이 몹시 아프다.
급히 출발한다고 아무 양말이나 신고 왔더니 그것이 몹시 나를 괴롭힌다.
구룡령에 내려 와서 마실 시원한 맥주 한 잔 그리면서 아픔을 참는다.
드디어 구룡령에 닿는다.(12:30)
좀처럼 차 한 대도 지나지 않는 구룡령, 시간이 정지한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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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래동안기다려왔었는데 너무 반갑고 또 글 감사 감사 드립니다
이제야 제가 어디를 갔다가 왔는지 짐작이 되네여.. 오래 기다렸습니다 ! 감사드리구요..
잘 읽었읍니다. 자세한 설명에 어디를 어떻게 지나왔는지 알것 같습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