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으로는 아쉽다, 곤지암 화담숲[경기 별곡] 광주 6편, 아름다운 자연 풍광들
한번으로는 아쉽다, 곤지암 화담숲
[경기 별곡] 광주 6편, 아름다운 자연 풍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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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을 지나 산고개를 한번 넘으면 꽤 큰 규모의 스키 리조트 단지가 말쑥한 자태로 우리를 맞아준다.
강원도도 아닌데 이런 규모의 리조트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놀라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간다. 겨울도 아닌
여름에 갑자기 생뚱맞은 리조트에 왜 왔는지 궁금해하시는 독자분도 계실 것이다. 곤지암 리조트라 불리는
이곳 경내에 아름다운 숲을 가진 걸로 유명한 화담숲이 있기 때문이다.
화담숲의 존재를 알게 된 건 김포공항 공항철도 스크린도어에 걸려 있는 광고를 보고 나서였다.
그때 당시 경기도 광주에서 남한산성밖에 몰랐던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멋들어진 소나무와 잘
가꾸어진 숲 한가운데 모노레일이 지나가는 그 이미지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고 언젠가 가리라 마음만 먹었던 장소였다.
이번에 마침 기회가 오게 되었고, 화담숲이 과연 괜찮은 곳일까 반신반의하며 입구로 향했다.
화담숲에 가기 위해서는 미리 날짜와 시간대를 맞춰서 예매를 해야 한다. 찾는 사람도 많기에 주차장에서
경내까지 리프트를 타거나 적지 않은 시간을 입구까지 걸어 올라야 한다. 게다가 입장료도 비싼 편이다.
이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주말에는 매진이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분명 평범한 여느 수목원과 다른 확실한 매력이 있으니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30분의 기다림 끝에 화담숲 내부로 입장한다.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천년 화담송이라 불리는 거대한 소나무와 함께
화담숲이라 적힌 비석이 나타난다. 화담숲은 엘지그룹 3대 회장이었던 구본무 회장에 의해 만들어진 수목원이다
(곤지암 리조트도 엘지 산하 그룹에서 관리한다).
숲의 명칭이 된 화담(和談)은 "마음을 터놓고 정답게 얘기하자"라는 뜻으로 구본무 회장의 호이기도 하다.
구본무 회장은 생전에 화담숲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수행원 한 명만 동행한 채 전자 가위를 들고 수목원을 누볐을
정도로 화담숲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고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화담숲 인근에 수목장을 치러서 안장되었다고 하니 보통 숲이 아닌 것이다.
드넓은 화담숲을 둘러보는 방법으론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서 둘러보는 방법이 있고 모노레일을 타고 가만히 앉아서
풍경을 지켜보는 방법도 있다. 물론 중간에 내려서 모노레일과 산책을 번갈아 즐길 수도 있는데 난 둘 다 체험해 보기로 했다.
천년 화담송을 지나 자연생태관(현재 코로나로 휴관) 쪽으로 내려오면 앞에는 연못이 펼쳐지면서 그 끝에는 한옥 두 채가
서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이라 신선한 충격이 드는 기분이었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멍을 때리면서 한동안 이 자리에 있기로 했다.
그러기를 30분 동안 하니 몸과 마음에 자리 잡았던 묵은 때가 쑥 내려가는 듯하다.
이제 왼편으로 관람동선을 따라 올라가면 모노레일 1 승강장이 나오고, 한국에서 보기 힘든 이끼원이 펼쳐져 있다.
화담숲은 전체적인 동선이 언덕을 올라가고 내려가는 일방통행길로 되어있지만 데크가 잘 갖춰져 있어 유모차,
휠체어도 지나갈 수 있다. 즉 노약자나 장애인도 산책할 수 있을 만큼 조성이 잘 되었다는 것이다.
모노레일을 기다리는 동안 이끼원을 거니면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감상하기로 했다. 단풍나무 그늘 아래 다양한 이끼가
산비탈을 따라 드넓게 자라고 있는데 내가 알기론 이끼를 관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고 들었었다.
이끼원 곳곳에서 사람의 세심한 손길과 정성이 느껴진다.
일본에서만 보던 이끼정원을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보는 경험은 처음이라 낯설면서 신비함이 느껴진다.
어느덧 모노레일 시간이 다가왔고, 다음을 기약하며 모노레일에 올랐다. 화담숲의 시그니처 같은 모노레일은 몸을
가누기 어려운 사람이나 걷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10분마다 운행을 하고 있었다. 주말에는 인기가 높아서 한 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와서 모노레일을 타보지 않을 수 없었다.
모노레일은 두량으로 되어 있고, 노약자를 제외하고서 모두 서서 관람하는 게 원칙이다.
모노레일 안에는 안전관리자가 함께 탑승한다. 이윽고 모노레일을 출발하기 시작하는데 너무 천천히 이동한다.
몸은 편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마음이 불편하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말이다. 모노레일
승강장은 총 3개가 있으니 도중에 지루함을 느끼면 바로내려 남은길을 걸어가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끼원을 지나 철쭉, 진달래길, 탐매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눈처럼 새하얀 자작나무 숲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위도가 높고 시베리아나 북유럽 등지에서 주로 자라는 자작나무 숲은 우리나라에서 인제의 자작나무 숲이 유명한데 그
못지않게 숲이 정말로 울창했다. 숲을 지나 올라가니 어느덧 화담숲의 가장 높은 지점까지 올라왔다.
화담숲의 가장 높은 지점에서 곤지암 리조트 방향을 바라본다. 산을 타고 이어진 스키장의 슬로프가 스크래치처럼 나있어
그리 보기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산을 오르느라 그리 힘들이지 않았는데도 멋진 경치를 보게 되니 뭔가 마음이 뿌듯하다.
다음으로 분재가 가꾸어지는 분재원 구역과 소나무 정원을 지나는데 넓은 부지에 앙증맞은 분재들이 길가에 도열하는 듯한
풍경이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그보다 놀란 것은 꼭대기부터 물길을 터 놓아서 단마다 인공폭포와 연못을 설치해 경관을 조성한 지점이다.
어지간한 노력과 자본이 아니면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는 공간이다. 주변에 숲을 장식하고 있는 암석과 각종 소품들도
보통의 솜씨가 아니다. 화담숲은 폐장을 하는 겨울을 제외하면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도 볼 수 있다고 하니 다음에도 찾고
싶은 그런 숲이었다.
화담숲의 기나긴 여운을 뒤로하고 다음으로 찾을 곳은 경안천 생태공원이라 하는 장소다.
광주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경안천은 말이 천이지 실제로는 어느 강 못지않게 거대한 폭과 유량을 자랑하는
하천이다. 특히 경안천은 북쪽 끝의 팔당호에서 한강과 만나기에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금도 묶여 있다고 한다.
광주의 개발을 저해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이기에 아니꼬운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덕분에 생태계와 주변의 습지까지 보존상태가 상당히 괜찮아 경안천 생태공원 개장을 통해 경안천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게 꾸며 놓았다.
생태공원으로 들어서자마자 연못에는 연꽃으로 가득하고 숲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없이 이어져 있었다.
화담숲 자체도 매력이 있지만 경안천 생태공원은 좀 더 야생적이고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강하게 온다. 습지에서
자라나는 갈대들과 그 사이를 뛰 노는 개구리들, 메뚜기들 인간이 손길이 덜 간 곳에는 자연이 주인이라는 생각이
현실로 펼쳐지는 순간이다.
길고 길었던 숲길을 지나 제방에 오르면 경안천이 한없이 뻗어있고, 길가엔 양귀비 꽃이 노을을 받아 더 붉은빛으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 광주의 자연을 답사하는 여행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