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9일 수요일
성동구청 신우회 예배 설교
시리즈 주제: 하나님의 경륜 5
제목: 고요한 아침의 나라
https://youtu.be/804pFU1dMGU
보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나니
이전 것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생각나지 아니할 것이라
이사야 65:17
설교를 위한 묵상
찬송가 582장 ‘어둔 밤 마음에 잠겨’를 작시한 장공 김재준 목사의 일대기를 읽으면서 이 찬송가에 담긴 의미를 유추해 보는 것이 이 설교의 목적이다. 김재준 목사님의 사상과 일생을 좀더 안다면 더 나은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지만 현재 우리에게 온 이 찬송가를 그 자체로 묵상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나는 성동구청의 신우회원들과 함께 이 찬송가를 묵상하면서 하나님 나라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설교 개요
1. 외워서 부르는 찬송가
2. 김재준 목사
3. 고요한 아침의 나라
***
1. 외워서 부르는 찬송가
금년 들어서 제가 새롭게 시작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찬송가를 외워서 부르는 것입니다. 건망증이 심해져서 그것을 개선해 보고자 성경말씀 암송과 함께 찬송가 암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찬송을 외워서 부르다 보니 우리 신우회가 6월 한달 동안 부를 찬송으로 정한 이 곡을 만났습니다.
제가 그 동안 외워서 부르는 찬송은 다음과 같습니다: 203장 하나님의 말씀은 생명의 말씀이라… 206장 주님의 귀한 말씀은 내 발에 빛이요… 497장 주 예수 넓은 사랑 그 크신 은혜를… 217장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네 맘을 나에게 바치어라, 그리고 찬송가 582장 어둔 밤 마음에 잠겨 역사의 어둠 깊었을 때에…
이런 암송은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저와 함께 기도하는 우리 교회 권사님들과 함께 하는 일입니다. 권사님들과 함께 하는 암송에서 제가 암송하는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경암송 시리즈 1. 10구절
베드로전서 4:7, 요한계시록 3:10, 이사야 6:13, 골로새서 1:13, 이사야 44:3~4, 마태복음 25:40, 잠언 3:5~6, 시편 16:11, 골로새서 2:15, 이사야 65:25
성경암송 시리즈 2. 10구절
야고보서 1:17, 시편 16:8, 시편 42:1, 요한복음 15:5, 시편 51:10~12, 신명기 6:4~5, 사도행전 10:33, 고린도전서 15:21~22, 빌립보서 2:13, 고린도후서 6:8~10
이 중에서 우리 신우회는 세 개를 암송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시편 16:8, 신명기 6:4~5, 잠언 3:5~6입니다. 우리는 지난 5월달에 찬송가 217장을 수요 예배 때마다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자리에 앉아서 암송하면 외워서 부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은 하나님을 앞에 모시고 사는 삶입니다. 하나님은 눈에 보이지 않으시니 하나님을 만나려면 우리는 그분의 말씀을 묵상하고 찬양해야 합니다. 그러면 말씀 속에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시고 찬양 속에서 우리 마음이 하나님을 향하는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그렇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경말씀을 묵상하고 찬송을 부르면 우리 마음에 새로운 깨달음이 생기고 기쁨과 확신이 마음 속에 일어납니다. 이것을 우리는 하나님을 만난다고 표현합니다.
우리가 사람을 만나서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면 기쁘지 않습니까? 그때 우리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동시에 우리의 마음을 열어 보여줍니다. 그런 소통이 곧 진정한 만남입니다. 그처럼 하나님과의 만남도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말씀묵상과 우리의 마음을 열어 고백하는 기도나 찬송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하나님과 만나는 시간은 매우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공동체 속에서 함께 예배를 드림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간보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사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그러므로 개인적으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은 우리의 신앙생활에 큰 유익을 줍니다. 그것이 바로 말씀을 암송하고 기도하며 찬송하는 것입니다. 성경 암송과 찬송 암송은 우리가 기도와 묵상을 통하여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는데 매우 필수적이고 큰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하면서 제가 만난 찬송가 582장 어둔 밤 마음에 잠겨를 부르기 시작했고 그 가사를 좀더 묵상해 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가사를 만드신 김재준 목사님이 알고 싶어졌습니다. 오늘 설교는 김재준 목사님과 그분의 찬송 582장에 대한 설명과 묵상입니다.
2. 김재준 목사
김재준 목사님은 어떤 분일까요? 인터넷 위키사전은 이렇게 요약합니다: 대한민국의 장로회 목사이자 대표적인 진보적 신학자로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과 조선신학교(현재의 한신대학교) 설립에 공헌한 인물이다.
김재준 목사님은 1901년 함경북도에서 태어나셨고 1987년 성동구 사근동에 있는 한양대학교병원에서 돌아가셨습니다. 2002년에 우리나라 정부는 김재준 목사님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追敍)했습니다. 김재준 목사님에게 훈장이 추서된 이유는 민주화운동과 신학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정부가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상훈 사유에는 ‘국민화합 및 국가발전유공자’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분은 어려서 아버지로부터 사서삼경 등 동양고전을 배우셨고 일본과 미국에 유학하여 신학을 깊이 있게 배우신 분입니다. 그처럼 깊이 공부한 사람들은 때때로 시대로부터 박해를 받을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그것을 피할 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한 것입니다.
1953년 대한예수교장로회는 김재준 목사를 목사직에서 제명했습니다. 김재준 목사님의 성경해석을 이해하지 못한 목회자들이 그분을 교단에서 쫓아낸 것입니다. 그 결과 기독교장로회라는 진보적인 교단과 한신대학교라는 학교가 설립되었습니다. 63년이 지나 2016년 장로회 통합 교단은 공식적으로 김재준 목사의 파문을 취소하고 사과했습니다.
구한말에 태어나 일제강점기 시절에 공부를 하시고 우리나라의 건국과 성장 과정을 체험하신 목사님이 자신의 신학과 신앙, 그리고 조국애를 담아서 찬송시를 지었습니다. 저는 애국가의 가사와 찬송가 582장의 가사를 묵상해 보았습니다. 애국가도 좋지만 이런 노래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국가로서 부른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을 해 봅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국민의식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그러면, 이제 찬송가 582장의 가사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3. 고요한 아침의 나라
1. 어둔 밤 마음에 잠겨 역사에 어둠 짙었을 때에
계명성 동쪽에 밝아 이 나라 여명이 왔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빛 속에 새롭다
이 빛 삶 속에 얽혀 이 땅에 생명탑 놓아간다
2. 옥토에 뿌리는 깊어 하늘로 줄기가지 솟을 때
가지잎 억만을 헤어 그 열매 만민이 산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일꾼을 부른다
하늘 씨앗이 되어 역사의 생명을 이어가리
3. 맑은 샘 줄기 용솟아 거칠은 땅에 흘러 적실 때
기름진 푸른 벌판이 눈앞에 활짝 트인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새 하늘 새 땅아
길이 꺼지지 않는 인류의 횃불되어 타거라 아멘!
이 찬송가는 1965년 9월에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 제50회 총회 기념가로 작시되었다고 합니다. 1965년은 한일협정이 조인되던 해입니다. 그 전년부터 전국적인 회담 반대 시위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일어나서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던 어수선한 시절이었습니다. 그처럼 암울한 군사독재 치하에서 역사의식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새 날을 바라보자는 희망을 담은 노래가 바로 이 곡입니다.
찬송의 시작은 어둔 밤 마음에 잠겨 역사에 어둠 짙었을 때를 노래합니다. 김재준 목사님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경험하시고 1961년에 일어난 군사쿠데타를 목격하셨습니다. 그 시절을 생각해 본다면 과연 우리나라 역사에서 어둠이 짙은 시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이 찬송이 오늘 저의 마음에도 울림을 주는 이유는 아마 제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어둠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목회자로서 느끼는 어둠은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복음과 거리가 먼 이야기와 신앙이 기독교회에 넘치고 있는 현실입니다. 또한 제가 느끼는 어둠은 세상의 등불이 되어야 할 우리 기독교인들이 그 역할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방황하는 소명적 어둠입니다. 사람마다 감지하는 어둠의 영역은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어떤 영역에서 어둠을 느꼈다면 그것은 그 영역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이 찬송가의 작시자인 김재준 목사님이 역사의 어둠이 짙었다고 느끼셨을 때 어떻게 하셨을까요? 아마 기도하고 행동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기도와 행동에서 근본이 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 의지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므로 이 찬송가에 담긴 희망은 그리스도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찬송가에 담겨 있는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은 계명성 즉 아침을 여는 샛별(1절)과 스스로 하늘 씨앗이 되시고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시는 나무(2절)입니다. 그리고 거친 땅을 옥토로 만들 맑은 샘물입니다(3절). 예수 그리스도를 참 빛으로 받아 그 빛이 우리의 삶 속에 얽혀질 때 우리는 최초의 생명탑이신 예수님처럼, 그리고 그 후에 자신의 삶을 드린 선배들처럼 우리들도 후대를 위한 생명탑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1절입니다.
2절은 그리스도의 복음이 이 땅에 뿌리를 깊이 내릴 때 우리나라에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올 것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무성한 나무에 열린 열매로 만민이 살 것을 소망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나라라는 나무의 줄기와 가지와 억만의 잎입니다. 그리고 장차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우리의 생명을 이어줄 하늘 씨앗입니다. 하늘 씨앗이란 하늘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가리킬 것입니다.
3절은 우리나라의 땅을 비옥하게 할 생명수로 예수님이 소개됩니다. 그리고 그 생수를 받아 새롭게 된 땅을 기름진 푸른 벌판으로 그립니다. 그렇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새 하늘과 새 땅이라고 외칩니다. 그것은 놀라운 신앙고백입니다. 작시자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무엇이라고 소개합니까? 천상의 영적인 세계를 말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새롭게 된 우리나라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바로 새 하늘과 새 땅이라고 노래합니다. 아멘입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는 조선(朝鮮)을 소개하는 영어식 표현이라고 합니다. 서양인들의 눈에는 일본이 문명을 개화하여 태양처럼 떠오른 왕국(Sunrise Kingdom)이라면 한국은 아직 개화하지 못한 조용한 나라로 보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역사의 어둠을 밝히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우리나라는 지금 여명보다 더 밝고 빛나는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과 함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 시대를 맡은 주역임을 기억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땅에 생명의 빛으로 오신 샛별, 즉 계명성이신 그리스도의 교훈과 모범을 빛으로 마음에 담고 하늘 씨앗이 되어 그 뜻을 이 땅에 이식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합시다. 그래서 우리가 밝힐 수 있는 영역에서 작은 등불이 되어 봅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나라는 정말 이 찬송 그대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이며 동시에 새 하늘과 새 땅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보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나니 이전 것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생각나지 아니할 것이라(이사야 65:17 )고 하셨습니다. 그 일은 이 찬송가를 지으시고 부르시던 김재준 목사님과 같이 하나님을 우리 앞에 모시고 살아가는 우리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그 뜻을 이어받을 우리 자손들을 통해서 더욱 빛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