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민요 「조기잡이 그물질 소리」 어로작업 과정에서 부르던 노동요>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경상남도 거제시 「조기잡이 그물질 소리」는 그물을 투망질하고 끄는 망선(網船)에서 작업할 때 부르던 노동요다. 그물에 잡힌 조기를 끌어 올리기 시작할 때부터 그물의 조기를 족대로 퍼올려서, 마지막으로 운반선에 조기를 가득 채울 때까지의 어로작업 과정 속에, 일의 능률을 극대화하고 작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주고받던 어업노동요다. 이 노동요는 어로작업 과정에서 약간씩 바꿔 달라진 사설을 계속 이어서 부른다.
망선(網船)에서 조기잡이 어로작업 과정은 크게 3과정으로 나뉜다. 먼저 ①조기를 잡은 그물을 끌어 올릴 때에는, 앞소리꾼이 “그물 쌔리보자”, “그물 때리자(당기자)”, “그물 조라보자(조여 보자)” 등의 메기는 소리에 맞춰, 뒷소리꾼이 “어야디야 어허 어야디야 오호” 후렴구로 받는다. -이어 조기가 보일 정도로 그물이 바다 위로 올라오면, 두 패로 나뉘어 빠른 템포로 이어 부른다- ②그물에 담긴 조기를 족대로 퍼올릴 때에는 “담아 대라, 전부 싣자” “어야디야 어야디야”를 합창하고 ③운반선에 조기를 가득 채울 때에는 “한배 실었다, 딴넘(다른 배)오이라” “어야디야 어야디야”를 외치며 작업이 일률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장단을 맞춘다. 앞소리군은 보통 조기잡이를 지휘하는 선장이 부르는데 가창력이 뛰어나며, 뒷소리군은 그물을 당기는 사람들이 동작에 맞춰 후렴구를 힘차게 부른다.
◉ 한편 후렴구 ‘어야디야(어야듸야)’는 ‘어기야디야’의 준말로, 뱃사람들이 노를 저으며 흥겨울 때 내는 소리인데 농사나 무거운 돌을 운반할 때 여럿이서 호흡을 맞추는 소리이기도 하다. 대한제국 시절부터 우리나라 어로작업은 대량으로 물고기를 잡는 일본식 어업방식으로 대부분 바뀌었다. 그래서 일본말이 어업노동요의 후렴구로 대거 현장에서 부르게 되었다. 1970년대까지 바닷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일본말이었다. 소개하자면, '세노야(せえの)'는 그물을 당길 때나 노를 저을 때 부르는 소리인데 일본말의 변형이다. 인부들이 힘을 모아 물건을 옮길 때 내는 소리로, 우리나라 ‘영차’와 같은 뜻이다. 후렴구로 사용되는 또 다른 일본말 '시매야(시메루)‘는 ’しめる(죄다. 조르다)'의 변형이고, ‘도~고야‘는 일본말 ’とうごう‘ 통일 투합, 즉 ’서로 맞추어라’라는 뜻이다. 또 '마이다'는 '감다'라는 일본어 'まい(だ)る'가 차용되어 유입된 후렴구이다.
○ 거제시 「조기잡이 그물질 소리」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한 전국 구비문학자료 조사집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8-2권에 수록되어 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1979년 8월 8일 류종목, 성재옥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거제도에서 채록한 것이다. 「조기잡이 그물질 소리」 구연자는 둔덕면 학산리 큰마을 장종천(남, 64세)이다.
● 「조기잡이 그물질 소리」는 선창 즉, 앞소리를 메기면 여럿이 뒷소리를 받는 식으로, 4∙4조 2음보 2박자를 선후창이 같은 길이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부른다. 이 민요는 전라도 영광군 칠산 앞바다에서 조기잡이 하면서 배운 것이라고 구연자(제보자) 장종천씨가 전한다. 그물을 투망질하고 끄는 망선(網船)에서 그물을 당길 때 부르는 노래로, 그물을 당기기 시작하면서부터 부르기 시작한다. 그물을 거의 다 잡아당길 때까지 이 민요의 전반부는 계속 되풀이되며, 사설이 약간씩 바뀌어 계속 부른다. 그물의 고기를 퍼 올릴 때, “담아대라, 담아대라” “한배 실었다 어야디야 네싣고가고 딴넘오이라이”라며 노래하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운반선에 생선을 가득 채우고 다른 배에 다시 싣는 만선의 기쁨이 전해오는 듯하다.
주고받는 사설을 통해 작업을 지시하고 필요한 사항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일하는 요령을 쉽게 터득할 수 있어 편리하다. 작업의 성과를 높이는데 실질적으로 기여를 하는 것으로, 이것이 노동요의 실무적 기능이다. 규칙적인 리듬감이 선원들의 행동에 일체감을 심어준다. 노래의 리듬이 서로의 행동을 맞추도록 해주는 구령과 같은 구실을 해 주기 때문이며, 일꾼들이 일을 보다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조기잡이 그물질 소리」* / 장종천(남, 64세)
[앞소리꾼] 어야디야 어~헤 땡볕에 다녹는다. 그물깨자 그래 가~ 그물 쌔리보자.
[뒷소리꾼] 어야디야 어허 어야디야 오호 [이때부터 그물을 당기기 시작함]
[앞소리꾼] 이그물로 때리거등 억수만대 올라오고(그물을 당기거든 억수만의 고기가 올라오고)
[뒷소리꾼]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야디야 오호
[앞소리꾼] 오동추야 달밝은데(梧桐秋夜明月 오동나무 잎이지는 가을밤에 달은 밝은데)
[뒷소리꾼]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허 어야디야
[앞소리꾼] 고기가안들먼 임생각안날낀데(임생각이 안 날 것인데) 고기가 든께 임 생각난다.
[뒷소리꾼]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허 어야디야
[앞소리꾼] 이고기로 싣고서는 짐대끝에다 봉기달고(돛대 끝에 봉기(鳳旗)를 달고)
[뒷소리꾼]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야디야
[앞소리꾼] 그물로 다대리다 조라보자(조여 보자).
*<여기부터 앞뒤 소리꾼이 계속 빠른 템포로 이어 부른다>
[두 패로 나뉘어 다함께]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야디야 세노야 세노야 (세노야(せえの)는 우리나라 ‘영차’와 같은 뜻)
[앞소리꾼] 어야디야 어야디야 담아대라 담아대라 담아대라 저거전부싣자
[두 패로 나뉘어 다함께]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야디야
[앞소리꾼] 한배실었다 어야디야 네싣고가고 딴넘오이라(너는 싣고 가고 딴 놈이 오너라)
[두 패로 나뉘어 다함께 반복]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야디야 호어~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야디야 어야디야
◉ 어로작업 현장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고되고 긴박한 순간의 연속이다. 파도와 같은 외부적 조건의 극복은 말할 것도 없고, 고기떼를 그물로 가두고 건져 올리는 긴박한 작업은 어업노동요의 사설을 빈곤하게 하기도 하고, 소리를 만들어 내는 절대적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그물을 당기거나 조이거나 싣거나 털 때에는 단순 반복구를 이어가며 지속적인 흥겨운 리듬이 필요하다. 작업현장을 독려하기 위해 앞소리꾼이 그때 그때마다 작업 지시 사설을 힘차게 외치기도 해야 한다. 후렴구가 끊기었다가 이어지기도 하며 나중에는 누가 선소리꾼인지 알 수 없을 때도 있고, 선후의 소리가 혼합되어 율동을 맞추기도 한다. 작업자가 많아 각자의 일이 따로 있는 경우에는, 앞뒤 소리가 겹쳐 불러져 마치 이중창, 삼중창의 아름다운 화음이 바다에 울려 퍼지기도 한다.
○ 현재 거제시 어촌에서는 어업방식과 어로 기술의 현대화(기계 자동화)로 인해, 재래식 망선(網船)에서 어부들이 함께 「조기잡이 그물질 소리」를 부르며 그물을 당겨서 전통적으로 물고기를 잡는 장면을 1980년 이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래서 어부들이 서로 주고받으며 노래하던 「어업노동요」는 더 이상 듣기가 어렵게 되었고 아득한 추억거리로 남아 있다. 현재는 일과 분리된 민요만이 전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