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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대국어 갑골문자 원문보기 글쓴이: 하늘아비
刃 칼날 인
차, 채
刃의 갑골문
채 1 팽이, 공 따위의 대상을 치는 데에 쓰는 기구.
2 벌로 사람을 때리는 데에 쓰는 나뭇가지.
3 [같은 말] 채찍(말이나 소 따위를 때려 모는 데에 쓰기 위하여, 가는 나무 막대나 댓 가지 끝에 노끈이나 가죽 오리 따위를 달아 만든 물건)
4 <음악> 북, 장구, 꽹과리, 징 따위의 타악기를 치거나 현악기를 타서 소리를 내게 하 는 도구.
刃 자에 대한 기존의 자원(字源)은 칼의 날 부분에 점을 찍어서 ‘칼날’의 뜻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실제로 白刃(백인 ; 서슬이 번쩍이는 칼), 兵刃(병인 ; 칼이나 창과 같이 날이 있는 병기) 등의 성어에서 刃은 ‘칼날’의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刃 자가 다른 글자의 요소로 사용될 경우에는 ‘칼날’의 의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刀의 갑골문
刀는 칼의 모양을 본뜬 글자, 즉 상형문자(象形文字)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휘둘러서 둘로 가르다’라는 ‘칼’에 대한 관념을 표현한 상징(象徵)의 문자입니다.
刀의 갑골문 자형에서 ⓐ 부분은 의도적으로 선에 힘을 주어 그어 휘어지게 표현하고 있는데, ‘휘두름’을 나타낸 것이며, ⓑ 부분은 끝이 둘로 갈라져 있음을 나타낸 글자입니다. 다른 글자의 요소로 사용되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두 번째 자형은 세로 선의 모양이 완전히 S자 형태를 띠고 있는데, ‘휘두르다’의 관념을 시각화 시킨 것입니다.
別의 갑골문 剝의 갑골문 剌의 갑골문
劓의 갑골문 剛의 갑골문 刜의 갑골문
別(다를 별), 剝(벗길 박), 剌(발랄할 랄), 劓(코벨 의), 剛(굳셀 강), 刜(칠 불)의 갑골문 자형에 사용된 刀에도 ‘휘둘러서 둘로 가르다’의 관념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刀의 전문 刃의 전문
刀와 刃의 갑골문 자형과 비교해 보았을 때, 확연히 다른 모양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刀와 刃의 전문 자형을 비교해 보면 같은 모양에 ② 부분만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전문 자형은 刃의 갑골문 자형을 그대로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② 칼이 아님을 구분 표시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刃의 갑골문 자형에 보이는 점[① 부분]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글자와의 혼용을 피하기 위한 구분 기호입니다.
刃 자가 [칼날]로 훈(訓)되고 있는 것은 오류입니다. 본래는 다른 형태로 표기되다가, 형태의 유사성 때문에 오용(誤用)된 것입니다.
실제의 刃 자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利의 갑골문
利(이할 리/날카로울 리)는 수확물[禾(벼 화)]을 거둬들이는[刀] 모양입니다. 利(이할 리/날카로울 리)의 갑골문 자형(字形)에 보이는 ③, ④ 부분이 실제의 刃(칼날 인) 자이며, ⑤ 부분은 刀 자입니다.
③, ④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실제 刃의 갑골문 및 전문 자형은 刀의 갈라지는 부분의 획과 나란한 방향으로 빗금이 그어져 있으며, ‘날’의 소릿값을 나타냅니다.
利의 금문 利의 전문 利의 고문
벼 베기를 할 때, ‘칼’이든 ‘칼날’이든 큰 의미상의 차이가 없기에 혼용된 것이며, 利의 전문 자형은 刀를 취하고 있습니다. 利의 금문 자형의 ⑥ 부분과 고문(高文) 자형의 ⑦ 부분이 실제의 刃입니다.
刀 자의 갑골문과 금문에 보이는 덧붙여 놓은 점과 전문에서의 가획(加劃)은 배달말의 ‘찍다’의 뜻을 나타냅니다.[利가 실제 나타내는 바는 ‘날찍(/일한 결과로서 생기는 이익)’입니다. 利편 참조 ]
梨의 전문 犁의 전문
梨(배 리)와 犁(밭갈 리)에 利 자가 보이는데, 梨의 전문 자형에 보이는 ⑧ 부분은 勿(말 물) 자이며, 犁에 보이는 ⑨ 부분이 犁의 고문 자형 ⑦ 부분과 동일하며, 실제의 刃 자입니다.
刱의 금문1 刱의 금문2 刱의 전문
創의 금문 創의 전문 創의 별체
刱(다칠 창)은 사전상(辭典上) 創(다칠 창)과 동자(同字), 혹은 고자(古字)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갑골문과 금문, 전문은 불특정의 언어와 지역에서 임의대로 발생되고 사용된 문자가 아닙니다. 문자 조형에는 ‘배달말의 소릿값’이라는 마련된 원칙이 있었으며, 한정적인 사람들에 의하여, 조형(造形)되고 배포된 문자입니다. 刅, 刱, 創은 배달말에서는 각기 다른 글자였지만, 중국어로 풀이하는 과정에서 혼용이 발생하고 사전상의 분류에서도 오류가 발생한 것입니다.
刱(다칠 창)의 ‘금문1’은 刅(다칠 창)으로, 이는 배달말에서의 ‘채이다’의 소릿값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갑자기 빠른 움직임에 의한 가격(加擊)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① 부분은 상부의 획이 분명하게 휘어져 있어 刀 자로 ‘휘둘러서 둘로 가르다’의 뜻이며, 갈라진 양 끝에 X 자 표시로 ‘가격 당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創(다칠 창)의 전문과 같습니다.
刱의 ‘금문2’는 ‘상처’의 뜻이며, 배달말의 ‘생채기’의 소릿값을 나타냅니다. 井 자 모양의 ③ 부분은 채이고 찍힌 자국을 의미합니다. ④ 부분은 刃 자입니다. ① 부분은 ‘칼’이며, ④ 부분은 ‘채’인데, 혼용될 수 있는 이유는 칼과 채는 모두 ‘휘두르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刱의 전문 자형과 동일합니다. 금문에서의 井(우물 정)자 모양에 전문에서는 가운데 부분에 점을 더하고 있어, 丼(우물 정)이나 丹(붉을 단)의 자형과 비슷해 보이긴 하지만, 우물이나 붉은색의 뜻과는 무관합니다.
현재의 자형으로 쓰이고 있는 創의 별체는 倉(곳집 창)과 刀(칼 도)의 합자인데, 倉(곳집 창)은 배달말의 ‘창(/천이나 가죽 따위의 얇은 물건이 해져서 뚫린 구멍)’의 소릿값을 나타내고 있으며[倉편 참조], ‘창 나다/찔리다’의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刃의 갑골문 및 전문자형[사전적 분류상의]은 ‘채’를 본뜬 모양이며, [채/차]로 읽혔습니다.
‘채’는 기마(騎馬) 도구로 가느다란 막대기의 끝에 가죽이나 노끈 따위를 매어, 가축을 때려서 모는 데 쓰거나, 아니면 북, 장구, 징 따위의 타악기를 치거나 현악기를 타서 소리를 내는 데에 쓰는 도구를 말합니다.
전문 자형에서 ‘칼날’과 ‘채’는 각기 다르게 존재하다가 후대에 오/혼용되었던 것입니다.
忍 참을 인
차마, 참
忍의 전문
忍의 전문 자형은 刃과 心의 합자입니다. 心은 ‘마음의 상태, 심리’의 뜻을 나타내며, 刃이 ‘채/차’에서 ‘참’의 소릿값을 가져와, ‘참는 마음, 참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참다’에서 부사어 ‘차마(/부끄럽거나 안타까워서 감히)’의 뜻으로도 쓰입니다.
忍耐(인내 ;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참고 견딤), 忍苦(인고 ; 괴로움을 참음), 隱忍自重(은인자중 ; 마음속에 감추어 참고 견디면서 몸가짐을 신중하게 행동함) 등에서 忍이 ‘참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人皆有不忍人之心. 『孟子』
사람은 다 남을 차마 못하는 마음이 있다.
상기 문장의 忍은 부사어로 ‘차마’는 기존에서는 ‘잔인(殘忍)하다’로 새겨서, ‘不忍人’을 ‘남에게 잔인하지 못하다’로 풀이합니다. 하지만 실제 뜻하는 바는 배달말 ‘차마’입니다. 이 경우 不忍人의 문법 구성은‘不忍’이 ‘차마 ~못하다’로 묶어서 동사로 사용된 것, 즉 忍이 ‘차마 ~하다’의 동사로 사용되어 목적어 人을 취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殘忍(잔인)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차마 잗달다[殘편 참조]’입니다.
‘참다’와 ‘차마’는 의미상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배달말에서 소릿값을 차용한 것입니다.
孔子謂季氏 八佾 舞於庭. 是可忍也 孰不可忍也. 『論語』
공자가 계씨에 대하여 이르기를 팔일(八佾)을 뜰에서 춤추게 하니, 이것을 차마 할 수 있음에 무엇인들 차마 하지 못하겠는가!
상기 문장의 忍은 ‘차마하다’라는 동사로 쓰였습니다. 하지만 전체 문맥은 ‘참다’로 풀이하여도 틀어짐이 없습니다. ‘八佾舞’는 가로 세로 각각 8명씩 총 64명의 무희가 추는 군무이며, 이는 천자(天子)의 잔치에서나 할 수 있는 행사이며, 제후(諸侯)는 6일무(佾舞), 사대부(士大夫)는 4일무로 예법이 정해져 있었는데, 계씨는 신분이 사대부에 지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권세를 믿고 8일무를 추고 있다는 내용이며, 忍을 ‘참다’로 보아, 그 꼴사나운 행위를 참을 수 있다면 다른 그 어떤 것도 참을 수 있다는 내용이 되기도 합니다.
君子之於禽獸也 見其生 不忍見其死, 聞其聲 不忍食其肉. 『孟子』
군자(君子)의 금수(禽獸)를 대함이란 그 살아있음을 본다면 차마 그 죽음을 못 보며, 그 울음소리를 들었다면 차마 그 고기를 먹지 못한다.
상기 문장의 忍이 ‘차마 ~하다’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이 경우의 忍은 현대국어와 마찬가지로 주로 부정어와 함께 쓰인 ‘不忍’의 형태로 ‘차마 ~않다/못하다’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한자(漢字)를 일반적인 정의에서 ‘상형문자(象形文字)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상형 문자는 전체 글자 수에서 지극히 미미한 몇 글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문(漢文) 문장에 있어서는 그 각각을 이루는 글자들을 표의문자(表意文字)라고도 하지만, 이는 한자(漢字)라는 개념 자체에 의한 것입니다. 한자가 아니라 고대배달말의 소릿값을 기준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배제시킨 결과가 ‘뜻의 나열’로 분석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북방문자(北方文字)는 표음문자(表音文字)이며, 더 정확하게 정의하여, 상형성의 표음문자인 것입니다.
䏰 지렁이 인
차지고 채로 된 몸. 지렁이
䏰의 전문
䏰의 전문 자형은 몸체를 뜻하는 肉과 忍의 합자입니다. 忍으로 ‘채(/윤기가 있고 가늘고 긴), 차지다’의 소릿값을 나타내어 지렁이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 글자입니다.
荵 인동덩굴 인
차지고 채로 된 풀, 인동덩굴
荵의 전문
荵의 전문 자형은 초본식물을 뜻하는 艹와, 忍의 합자이며, 忍이 ‘차지다, 채’에서 ‘차지고 채로 된 풀’이라는 것으로 ‘인동덩굴’의 성상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認 알 인
채다, 알아채다, 알아차리다
認 자는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전문 자형이 소개되어 있지 않으나 조어(造語) 원칙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전문 자형이 배포된 시기와 허신(許愼)의 생존 시기는 2백년 이상의 차이가 나는데, 그 시기 동안 누락자 및 추가된 글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입니다.
참 (1) 사실이나 이치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 것.
(2) <논리>이치 논리에서, 진릿값의 하나. 명제가 진리인 것을 이른다.
채다 ; 어떤 사정이나 형편을 재빨리 미루어 헤아리거나 깨닫다.
認에서 言은 ‘드러내다’의 뜻을 나타내며, 忍의 ‘참/채’와 더하여, ‘알아채다, 알아차리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認定(인정 ; 확실히 그렇다고 여김), 認知(인지 ; 어떤 사실을 인정하여 앎) 등에서 認이 ‘알아채다[(/눈치)채서 알다]’의 뜻입니다.
承認(승인 ; 어떤 사실을 마땅하다고 받아들임), 認准(인준 ; 입법부가 법률에 지정된 공무원의 임명과 행정부의 행정 행위를 인정하는 일), 認可(인가 ; 인정하여 허가함) 등에서도 ‘알아채다, 알아차리다’의 뜻입니다.
都城五部各坊, 在前樹立坊名, 以辨認視, 今皆頹落. 『太宗實錄 7年 4月 20日』
도성(都城) 5부의 각 방(坊)이 제우 전에 방명(坊名)을 수립한 것이라, 변별하여 알아채 보았는데, 지금은 다 퇴락하였다.
待大臣入來擧 行疏決之敎, 臣仰認聖意矣. 『英祖實錄 1年 3月 1日』
대신(大臣)이 들어오기를 기다려 소결을 거행하라는 전교는 신이 성상의 뜻을 우러러 알아차리겠습니다.
상기 두 문장에서 認이 ‘알아차리다’의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知의 ‘알다’는 지식(知識)의 축적을 의미하는 반면 認의 ‘알다’는 ‘눈치 채다’를 의미합니다.
認이 선진 이전의 문헌에서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후대에 추가로 만들어진 글자로 추정하지만, 기존의 조어원칙에 부합되는 글자입니다.
訒 말적을 인
참하다, 차분하다
訒의 전문
訒의 전문 자형은 言과 刃의 합자입니다. 言은 자형의 요소로 사용되어, 심리적인 상태나 상황의 뜻을 나타냅니다. 때때로 忄[心]과 통용되기도 합니다. 恂(정성 순)은 詢(정성 순)으로도 씁니다. 心이 ‘성격, 성정’의 뜻이라면 言은 ‘마음의 상태’의 뜻을 나타냅니다. 刃 자가 가지는 ‘차, 참’의 소릿값 중에서 심리적인 것이라고 지시하여 ‘참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司馬牛問仁. 子曰, “仁者, 其言也訒.” 曰, “其言也訒, 斯謂之仁已乎?” 子曰, “爲之難, 言之得無訒乎?”
사마우가 인에 대하여 물었다.
공자 ; 인자(仁者)는 그 말이야 참(/차분)하지.
사마우 ; 그 말이야 참(/차분)하면 바로 인이라는 것입니까?
공자 ; 해낸다는 것은 어려운데, 말이란 것이 어찌 참(/차분)하지 않겠는가?
상기 문장에서 訒은 인자의 외형적 모습의 한 가지로 기술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일반적인 풀이에서는 ‘어렵다, 말 수가 적다, 신중하게 하다’ 등으로 새기고 있지만, 실제로는 ‘참하다(/성질이 찬찬하고 얌전하다), 차분하다’의 뜻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仍下敎于韓翼謩曰: “遲訒周密, 最善於鎭浮囂躁競之流, 卿以予言爲何如也. 『英祖實錄 37年 8月 29日』
이어서 안익모(韓翼謩)에게 “더디고 차분하며, 주밀(周密)이 들뜨고 들레며 조급하게 경쟁하는 부류를 진정시키는 최선(最善)이니, 경은 나의 말을 어떻다고 여기는 것인가?”라고 하교(下敎)하였다.
상기 구문의 訒이 ‘차분하다’의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현재의 국역본에서는 ‘遲訒’을 ‘침묵을 지키다’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仞 길 인
사람만한 채, 길, 길이
仞의 전문
仞의 전문 자형은 人과 忍의 합자입니다. 여기서의 人은 단위의 기준을 말합니다. 배달말에서 ‘길’은 길이의 단위로 ‘사람의 키 정도의 길이’를 의미합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의 속담에서 ‘길’과 같습니다. 또 刃이 기존의 자원대로 ‘칼 날’을 의미한다고 했을 경우 仞 자가 길이의 단위가 되는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刃은 ‘채’이며, 순우리말 ‘채’는 ‘채 썰다’, ‘머리채’의 예에서처럼 ‘가늘고 긴 것’의 뜻을 가집니다. 이 가늘고 길쭉하다는 것에서 ‘길이’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쓰인 것입니다.
千仞絶壁(천인절벽 ; 천 길이나 되는 높은 절벽), 千仞萬丈(천인만장 ; 몹시 높거나 깊음) 등의 성어에서 仞은 길이 단위 ‘길’의 뜻을 나타냅니다.
計丈數 揣高卑 度厚薄 仞溝洫. 『左氏傳』
장수를 세고, 높고 낮음을 헤아리고, 두껍고 얇음을 재고, 도랑의 길이를 재다.
상기 문장의 仞은 일반의 풀이에서 ‘재다, 측량하다’로 새기고 있습니다. ‘길’은 ‘길이’의 옛말이며, 이로부터 ‘길이를 재다’로 쓰인 것입니다.
刃(칼날 인)의 원음(原音)이 ‘차/채’였던 것에서 소릿값을 빌려 ‘채우다[牣(찰 인)]’의 뜻도 나타냅니다. ‘차’와 ‘채’의 현대국어에서의 소릿값은 완연히 분화되어 있지만, 상고대 국어에서는 달랐던 것입니다. ‘채마밭’을 강원도 지역에서는 ‘차마’라고도 합니다. 刃의 상고국어 음은 ‘ᄎᆞ’와 거의 유사했으며, 이로부터 ‘차’, ‘채’로 분화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牣 찰 인
채우다, 차지다
牣의 전문
牣의 전문 자형은 牛와 刃의 합자입니다. 牛가 자형의 요소로 사용되어, 소와 무관하게 사용될 경우, ‘牛+A’는‘A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의 뜻을 나타냅니다. 牝(암컷 빈), 牡(수컷 모) 등이 그 예입니다. 또 特(유다를 특)에서는 牛가 일정한 규격[寺]에 합당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구분자로 사용되어 刃의‘채/차’ 소릿값에서‘채우다, 차지다’ 등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王在靈沼 於牣魚躍 『詩經·大雅』
왕께서 영소에 계시고, 아아, 채워놓은 물고기가 뛰는구나.
상기 구절의 牣을 ‘가득하다’라고 일반적으로 풀이합니다. 靈沼(영소)는 주나라 문왕(文王)이 지은 靈臺(영대)에 있는 인공 연못으로, 이 영대를 지으려 할 때 백성들이 문왕을 기쁘게 하기 위하여 스스로 발 벗고 나섰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서의 牣은 인공의 연못인 靈沼(영소)에 물고기를 ‘채우다/채워 넣다’, 즉 ‘차다(/가득하게 되다)’의 사동사로 쓰인 것입니다.
出閤時 家財什器 多至數十車 以充牣其第. 及禮成後 婦家財産盡蕩 爲世巨弊. 『世宗實錄 26年 10月 12日』
시집으로 올 때에는 가재와 집기를 수십 바리의 수레에 실어다가 저택에 가득 채우게 하여, 혼례가 끝난 뒤에는 신부 집의 재산이 탕진하게 되어, 사회의 큰 폐단이 되었던 것이다.
雖以此道言之 營邑之素稱殷實者 皆成弊敗, 倉庫之昔云充牣者 盡爲枵蕩, 此曷故也? 『高宗實錄 2年 4月 9日』
비록 이 도(道)로써 말할 지라도, 영읍(營邑)의 평소 넉넉하고 충실을 일컬었던 것들도 다 피폐하게 되고, 창고의 옛날에 가득 채워졌던 물건들이란 것도 모두 비워져 탕탕한데, 이는 어찌된 까닭인가?
상기 두 문장의 牣도 ‘채우다’로 쓰인 것이며, 앞의 充(채울 충)으로 牣의 뜻을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韌 질길 인
가죽이 차지다 ; 질기다
韌의 전문
차지다 (1) 반죽이나 밥, 떡 따위가 끈기가 많다.
(2) 성질이 야무지고 까다로우며 빈틈이 없다.
韌의 전문 자형은 韋(다룸가죽 위)와 刃의 합자입니다.
刃의 ‘채/차’의 소릿값이 가지는 의미를 韋로 부차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죽의 차진 성질이라는 것에서 ‘질기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현재는 같은 글자인 靭이 주로 쓰입니다.
靭[/韌]帶(인대 ; 관절의 뼈 사이와 관절 주위에 있는, 노끈이나 띠 모양의 결합 조직), 强靭[/韌](강인 ; 억세고 질기다), 堅靭[/韌](견인 ; 단단하고 질기다), 靭[/韌]性(인성 ; 잡아당기는 힘에 견디는 성질), 靭[/韌]皮(인피 ; 식물체 내의 줄기 형성층의 바깥쪽에 남아 있는 조직) 등에서 靭[/韌]이 ‘차지다, 질기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軔 쐐기 인
수레를 채우다, 쐐기
軔의 전문
채우다 (1) 자물쇠 따위로 잠가서 문이나 서랍 따위를 열지 못하게 하다.
(2) 단추 따위를 구멍 같은 데에 넣어 걸다.
(3) 돌리거나 틀어서 움직이거나 작동하지 않게 하다.
차다 (1) 물건을 몸의 한 부분에 달아매거나 끼워서 지니다.
(2) 수갑이나 차꼬 따위를 팔목이나 발목에 끼우다.
(3) (속되게) 애인으로 삼아 데리고 다니다.
軔의 전문 자형은 車와 刃의 합자입니다. 刃의 본디 소릿값이 ‘차/채’인 것에서‘채우다/차다’의 뜻을 나타내며, ‘수레를 움직이지 못하게 채우는 것’에서 ‘쐐기’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車가 수레나 탈것의 직접적인 의미가 아니라 다른 글자의 요소로 사용될 경우 ‘동작의 상태(狀態)나 상황(狀況)’의 뜻을 나타냅니다. 이 경우는 ‘채우다’가 ‘자물쇠 따위로 잠가서 문이나 서랍 따위를 열지 못하게 하다/돌리거나 틀어서 움직이거나 작동하지 않게 하다’의 뜻입니다.
軔(쐐기 인)의 음(音)은 刃(칼날 인)의 ‘차/채’라는 소릿값과는 무관하며, 회의(會意)의 형식으로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發軔(발인 ; 수레가 떠나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 시작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의 실제 뜻하는 바는 ‘쐐기를 발하다[/뽑아내다]’입니다.
其於貨財取與計數也 須孰盡察. 其禮義節奏也 芒軔僈楛 是辱國已. 『荀子』
그 재화의 거둬들임과 수를 헤아림에는 모름지기 능숙하고 살핌을 다하지만, 그렇게 예의(禮儀)와 절주(節奏)에서는 멍하고 채인 듯 하고, 게으로고 거칠게 한다면, 바로 욕된 나라일 뿐이다.
상기 문장의 軔을 기존의 풀이에서는 ‘게으름을 피우다’라고 새기지만, 실제의 뜻은 ‘채우다, 차다’로 쓰인 것입니다.
杒 나무이름 이
채우는 구조물, 차꼬
杒의 전문
杒의 전문 자형은 구조물을 뜻하는 木과, 刃의 합자이며, 刃이 ‘채우다, 차다’로 쓰여, ‘채우는 구조물’에서 ‘차꼬(/죄수를 가두어 둘 때 쓰던 형구. 두 개의 기다란 나무토막을 맞대어 그 사이에 구멍을 파서 죄인의 두 발목을 넣고 자물쇠를 채우게 되어 있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설문(說文)에서는 ‘桎杒也[이(杒)는 차꼬다]’라고 되어 있는데, 桎(차꼬 질)과 비견해 보았을 때, 桎은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至-화살이 땅에 박힌 모양] 구조물’의 뜻이며, 杒는 ‘채우는 구조물’의 뜻입니다. 본래는 각기 다른 차꼬의 종류를 나타낸 것입니다.
㠴 베갯잇 인
채우는 헝겊, 베갯잇
㠴의 전문
㠴의 전문 자형은 巾과 刃의 합자이며, 刃의 ‘채우다’에서 ‘채우는 헝겊[巾]’으로 ‘베갯잇’의 뜻을 나타냅니다.
紉 꼴 닌/새끼 닌
엮어서 채우다, 질기게 엮다, 꼬다, 새끼
紉의 전문
紉의 전문 자형은 糸와 刃의 합자이며, 刃이 ‘채우다’로 쓰여, 채우고(/≒빈틈없도록) 엮은 줄이라는 것에서 ‘꼬다, 새끼(/짚으로 꼬아 줄처럼 만든 것)’ 등의 뜻을 나타냅니다.
㲽 젖어맞붙을 인
차지게 흐르다, 끈적
㲽의 전문
㲽의 전문 자형은 流(흐를 류)의 축약인 水와, 刃의 합자이며, 刃이 ‘차지다’로 쓰여, ‘차진 흐름’이라는 것에서 ‘끈적(/끈끈하여 조금 들러붙는 모양)’의 뜻을 나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