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징검다리
왕태삼
강마을 외딴 진메 마을
역시나 섬진강 시인은 없었다
빈 노트 흰나비 따라 시심 따러 갔는가
모란도 가고 작약은 남아
진한 함박웃음으로 마당을 쓸고 있었다
툇마루엔
대문을 버린 희미한 명패와 찻잔이 기다리는데
바로 코앞
섬진강은 재잘재잘 누이동생처럼 흐르고 있었다
어느 집 누워서도 빤히 내려다보이는 진메 강물
나도 따라 나선 강가엔
검은 징검다리가 물살에 뿌리를 박고 엎드려 있었다
살아서는 하늘을 모르는 징검다리
죽어서야 여유롭게 하늘 한 번 보는가
저 흰물새들 검은 건반처럼
통통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진메 마을 징검다리
수천수만 얼마나 휩쓸려 지켜왔을까
천둥 울면 슬픔에 함께 잠기고
해 뜨면 더 넓은 잔등 추켜 주었겠지
그 길은 뉘엿뉘엿 호미와 지게가 돌아오던 길
사랑과 이별이 짐승처럼 오가며
어미 산노루 새벽 발자국도 함께 서 있는 길
죽어서도 신나게 꽃상여 타고 건너가는 길
세상사 모든 징검다리란
강물 속 개구멍이지 서낭나무지
보고 싶어서 도망가고 싶어서
애타는 기도라서 물속에 늘 살고 있음을
진메를 빠져나오며
자리를 비워 준 그 시인의 마음을 알았다
유명한 시인의 소리보다
작은 섬진강물 노래가 깊은 시심이라고
진메에선 늙은 느티나무보다
더 어르신 징검다리 인사가 먼저라고
첫댓글 온통 주위 전경을 화폭에 담고 노래하듯 다가오네요
아주 깊게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여운이 가실듯한 싯점에서 다시 그곳에 데려다 놓아 주셔서 감사합니다.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