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의 꼭지가 거울 뒷면의 중심에서 떨어져서 주연(周緣) 가까운 곳에 있고, 돌출된 선에 의해 기하학적 문양이 배치되어 있다. 청동기시대 전기의 거친무늬거울[粗文鏡]에 비하여 기하학적인 무늬가 다양하고 섬세해졌으므로 잔무늬거울이라고 하고, 또는 꼭지가 2개 이상이어서 다뉴세문경(多쐤細文鏡)이라고도 한다. 바탕인 동(銅)은 질이 백동(白銅)으로 양호하며, 크기는 지름이 12~13cm 내외가 대부분이다. 거울면이 약간 오목한 면을 이루는 것이 많고, 주연에는 단면 반원형의 테두리가 돌려 있다.
거울 몸체나 도안무늬에 의해 세 종류로 구분된다. 제1류는 쌍선(雙線)으로 번개무늬를 지그재그문양으로 묘사하고 그 사이를 조잡한 평행선으로 채운 것이다. 제2류는 반원형의 주연에 조잡한 선으로 삼각형의 내면을 평행선으로 채운 것을 조합시켜 별모양으로 한 것이다. 제3류는 정치(精致)한 동질로 수개의 동심원으로 구획을 나누고 그 안쪽 원에는 삼각형을 방향이 다른 평행선으로 채운 무늬를 방사선모양으로 그려넣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거울은 현재까지 약 20점이 발견되었는데, 중국 거울과는 다른 북방계 청동기문화의 계통으로 조형(祖型)은 중국 십이대영자(十二臺營子)출토의 다뉴경에 보인다.
한반도에서는 평북과 함경도지방에서는 보이지 않고 대동강유역 ·강원도지방 ·금강유역 ·전남지역 ·경주지역에서 많이 출토되며, 충남 논산 출토의 국보 제141호 거울은 크기도 가장 크며, 무늬도 가장 섬세한 완성형이다. 특히 석제거푸집이 전남 영암에서 발견되어 한국에서 자체 제작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보다 정밀한 무늬는 석제거푸집이 아닌 밀랍으로 원형을 만들고 진흙으로 틀을 만든 이범(泥范)이었으리라고 추측하지만 유물로 발견된 것은 없다. 잔무늬거울의 일부는 연해주에까지 미쳤고, 일본의 규슈[九州] ·나라[奈良]지방에서도 야요이시대 유적에서 수입품이 5점 출토되었다.
잔무늬거울이 출토되는 유적은 대부분 확인되지 않았으나 돌널무덤 또는 움무덤계통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개 한국식 동검 후기 형식과 동과(銅戈) ·동모(銅場) ·방울류 등과 반출되는 경우가 많아서 청동기시대 늦은 시기에 유행하여 서력기원에 이르기까지 사용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