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도로테아
프란치스코 데 수르바란
프란치스코 데 수르바란(Francisco de Zurbaran, 1598-1664)은
17세기 스페인 여인의 복장을 한 매혹적인 동정순교성인들을 연작으로 그렸다.
세비야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1640년경에 제작된 <성녀 도로테아>는
스페인 여인의 복장을 한 동정순교성인들의 연작 중 하나인데
성녀 도로테아를 현실적인 얼굴 생김새를 하고
17세기 스페인 여인의 복식을 한 모습으로 독특하게 그렸다.
동정순교자 성녀 도로테아(St Dorothea)는
카파도키아(Cappadocia)의 카이사레아(Caesarea) 사람인데,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us, 재위 284-305) 황제의 그리스도교 박해 때
우상에게 희생물을 바치라는 명을 거절하자
총독으로부터 고문을 받았다.
그녀에게는 매질과 고문이 통하지 않았으며,
마치 비둘기 깃털로 애무는 받는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그녀는 참수형을 선고 받고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길에도 매우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몰려든 군중들에게 자신은 이 차가운 세상을 버리고,
추위도 없고 눈이 내리지 않는 곳으로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녀는 사형선고를 받고 형장으로 끌려가던 길에
스승이자 수사학자인 성 테오필루스(Theophilus)를 만났는데,
그는 그녀가 곧 들어가게 된다고 즐겁게 말했던 그 ‘정원’에서 열매를 따면
자신에게도 달라고 부탁했고 도로테아는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형리 앞에서 무릎을 꿇은 그녀는 오로지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도만 하였다고 한다.
이때 한 천사가 세 송이의 장미와 세 개의 사과가 담긴 바구니를 들고 나타나,
성 테오필루스에게 머지않아 정원에서 그녀를 만날 것이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성 테오필루스는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였고
그도 얼마 후에 순교하였다고 한다.
수르바란은 교회전통에 따라
성녀 도로테아를 순교를 상징하는 붉은색 드레스에
죽음의 영광을 상징하는 노란색에 검은색 줄무늬가 그려진 숄을 걸친
젊은 여인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그녀의 전설을 반영하듯 그녀의 두 손에는 쟁반이 있는데,
쟁반 위에는 세 개의 사과와 세 송이의 장미가 놓여 있고,
그녀는 사과와 장미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이것으로 자기의 스승 테오필루스를 하느님께로 인도했기 때문이다.
성녀 도로테아의 축일은 2월 6일이며,
그녀는 도로시(Dorothy)로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