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넘은 때의 일이다.
감기(?)로 병원 진찰을 받던중 혈압을 재던 의사가 고혈압이란다.
당시만 해도 매일 운동을 하던 때이니 만큼 건강만은 자신 했는데, 뜻밖의 소리를 듣고,
일산의 이박사를 찾아 혈압을 다시 쟀다. 역시나 다를까 혈압약 처방까지 받고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 후 헬스에 갈때마다 운동 전에 비치된 혈압계에 팔을 넣어 본다. 그런데 이 혈압계는 정상을 가르킨다.
병원의 혈압계, 헬스장의 혈압계, 어느 쪽을 믿느냐의 갈림길에서
과감히 약을 끊고 병원 출입도 더 이상 안했다. 그 후 혈압에 관한 관심에서 멀어졌다.
제작년 가을, 길을 걷는데 식은 땀이 흐르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기 힘들다.
성남 홍박사는 몇가지 검진을 하더니 바로 종합병원 진료의뢰서를 써준다.
다음날 의뢰서를 갖고 영동세브란스를 찾았다. 간단한 진찰을 마치고 바로 응급수술실로 옮겨졌다.
나로서는 처음 듣는 기흉이란다. 옆구리 갈비뼈 사이에 구멍을 뚫고 관을 삽입해 구멍뚤린 폐에 꽃아 넣었다.
바람 빠진 폐는 서서히 부풀어 오르고 뚤린 구멍이 자연 치유 되기를 기다렸다.
간호원이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재는데 130부터 180까지 들쭉날쭉한 결과를 보며, 흰 가운 입은 간호사가 혈압계를 들고 오면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자연회복이 안되 추석 당일 수술실로 옮겨 졌다.
전신마취를 하는데, 혈압을 재던 의사들이 하는 말이 이정도면 수술 못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을 한다.
몇시간의 수술을 무사히 끝내고 입원실로 돌아왔다.
퇴원 하던 날, 담당의가 심장내과에 협진을 의뢰해 놨으니 꼭 들러 보란다.
다음 날 찾아간 심장내과,
간호원이 복도에 비치된 혈압계에서 혈압을 재고 오란다.
몇차례 반복한 결과 정상혈압이 나와 프린트하여 의사에게 제출하고 진찰을 받았다.
의사는 지금 당장 처방할 일이 아니라며 3개월간 혈압을 아침 저녁으로 재고 이를 기록해 3개월 후에 다시 보잔다.
그 후 3개월이 흘렀다. 나의 3개월간 혈압 기록부는 정상이었다.
기록부를 꼼꼼히 들여다본 의사는 더 이상 혈압에 관심 가지지 않아도 된다며 나를 해방시켜 주었다.
건강검진 날이 다가왔다.
또 혈압이 생각나, 한 동안 쓰지않던 혈압계를 꺼내 혈압을 재봤다. 122 정상이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혈압부터 잰다, 일부러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데 의사가 반복해서 3번을 재는 것을 보고 또 고혈압 수치가 나온다 생각하고 있을 무렵, 의사가 하는 말이
"최근에 혈압 재 보셨어요".
"네, 오늘 아침 재 봤는데 122 나왔는데요, 저는 병원에만 오면 이상하게 혈압이 높게 나옵니다."
"걱정마세요, 그런 분이 많습니다. 화이트가운 신드럼이라고 하죠"
돌이켜보면 영동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담당의 진찰실 책상에 혈압계가 없었고,
환자가 스스로 재어온 혈압을 바탕으로 상담을 하는 것,
이것이 화이트가운 신드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법 아니었겠는가 하고 생각해본다.
첫댓글 정말 그런 말이 있는가봐요. 지난번 내과에서 첵크할 때 140 넘게 나온다며 사용하던 약을 바꾸겠다고 하길래 아니라고 말하고 다음 번 진료 때 집에서 사용하던 휴대용 혈압기와 그간의 첵크기록을 갖고 갔어요. 그날은 진찰 들어가기 전 대기실의 혈압기로 쟀을 때도 120이었는데 정말 희안하게 의사선생님한테서 혈압을 쟀더니 금방 140/90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내 혈압기로 다시 쟀는데 거기도 140이 나와서 일단 내가 기록한 것과 휴대용혈압기 성능은 인정되었는데 그럴 수 있다네요. 여자선생님이라 그랬나 싶은데 다음에 다시 한번 가보면 알겠지요. 나만 그런게 아니네....
정확한 의학 용어로는 "White coat hypertension". 옛날 부터 잘 알려져 있는 현상으로 고혈압 진단시 항상 고려해야 되는 사항. 또한 혈압을 잴 때는 충분이 안정된 후에 잴 것, 대략 10분 이상 안정할 것을 권고함. 요즈음 병원은 자동 혈압기로 진료 전에 환자가 안정 후 잴 수 있도록 환자 대기실에 설치하고 있음. 예민한 환자는 병원에 들어 오기만 해도 혈압이 오르기도 하므로 충분히 안정하고 잴 것. 최근에 나온 의학 논문에는 "White Coat Hypertension"이 있으면 고혈압 환자에 비유할 정도는 아니지만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정상인 보다는 약간 높다고 하므로 생활 습관을 적절히 고치는 것을 권유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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