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8. 23.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맞닥뜨리는 변화는 끝없다. 복잡다단한 세상만사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을 만치 변화무궁하다. 미래에 닥칠 그 신묘한 변화는 신만이 내다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생 유전’이란 말도 달리 나와겠는가. 불가에서 말하는 돌고 도는 윤회적 삶이 그래서 마음에 와 닿는다. 살아가노라면 길흉과 화복이 수시로 갈마들기 마련이다. “인간 만사는 새옹지마”라는 우리네 속담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서는 까닭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손흥민(30)과 해리 케인(29)은 ‘영혼의 짝꿍’으로 일컬어진다. 둘이 빚어내는 완벽한 호흡의 일치는 ‘환상적’이라고 달리 형용할 말이 없을 정도로 감탄을 자아낸다. 손-케인 듀오가 누구도 넘보기 힘든 EPL 합작 골(41) 기록을 쌓아 감은 그 좋은 방증이다.
그런데…. 참으로 묘하다. 그토록 ‘찰떡궁합’이 돋보이는 듀오가 2022-2023시즌 초반 명암이 엇갈린 길을 걷고 있어, 눈길이 간다. 더구나 1년 전과 비교하면 180° 뒤바뀐 양상이어서, 더욱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야말로 신묘막측한 인생 유전을 절감할 수밖에 없는 묘한 상황이 빚어지는 이번 시즌 초반부다.
1년 전과 정반대 양상 부닥친 손흥민, ‘새옹지마’ 되새기며 반전 다짐
손흥민은 야망을 부풀리며 2022-2023시즌을 맞이했다. 2021-2022시즌, 아시아인 최초로 EPL 득점왕(23골)에 등극한 쾌거를 이번 시즌에 재현한다는 열망에 가득 차 내디딘 발걸음이었다. 그렇지만 산뜻한 걸음걸음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한 듯싶은 초반 걸음새다.
비록 사우샘프턴과 맞붙은 홈(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개막전(8월 6일·이하 현지 일자)에서 1어시스트를 올리며 대승(4-1)에 일익을 맡긴 했어도, 이후 첼시(8월 14일·2-2 무)와 울버햄프턴 원더러스(8월 20일·1-0 승)와 힘을 겨룬 2, 3라운드에선 잇달아 교체돼 물러날 만큼 답답한 몸놀림이었다.
3경기 평균 평점이 6.99로 팀 내 9위(후스코어드닷컴 기준)에 처졌으니, 에이스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지난 시즌 평균 평점이 팀 내 1위(7.51)였던 손흥민이다.
반면, 케인은 공격 핵으로서 제 몫을 다하는 모습이다. 팀 내 최다 득점인 2골을 뽑아냈다. 2골의 순도도 상당하다. 첼시전에서 종료 직전(후반 추가 시간 5분) 극적 동점골을 낚은 데 이어 울버햄프턴전에선 결승골을 터뜨렸다. 시즌 초반, 토트넘이 2승 1무(승점 7)로 선두권(골 득실 차 3위)을 달리는 데 주역을 연기했다. 게다가 EPL 통산 단일 클럽 최다골(185) 금자탑까지 쌓았으니 기쁨이 배가된 케인이다.
지난 시즌과 아주 상반된 활약상이다. 지난 시즌 초반부엔, 이번 시즌과 정반대로 손흥민이 용솟음치는 기세를 뽐냈다면, 케인은 깊은 침체의 늪에서 허덕였다. 초반 3경기에서, 손흥민이 주포로서 버티목 역을 빼어나게 연기했다면, 케인은 ‘이적설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 득점원 역에서 겉돌았다.
기록에서 확연하게 나타난다. 지난 시즌 초반 3경기에서, 손흥민은 2골을 터뜨리며 일찌감치 득점 고지 등정을 예고했다. 순도도 100%였다. 시즌 막을 연 맨체스터 시티전과 3라운드 왓퍼드전에서 모두 결승골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개막전 골은 EPL 진출 7시즌째에 처음 수확했기에 더욱 값졌다. 그전까지 가장 빨리 거둔 시즌 첫 골은 2020-2021시즌 2라운드 사우샘프턴전에서 나왔다(표 참조). 이 시즌 개막 애버턴전은 손흥민이 EPL 마당을 밟은 이래 첫 선발 출장한 무대이기도 했다.
케인은 지난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했다. 7라운드가 지나도록 전혀 공격 포인트와 연(緣)을 맺지 못했다. 8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야 비로소 골과 어시스트를 각각 한 개씩 기록했을 정도로, 암울한 터널이 길었다.
지난 시즌 케인의 모습과 비교한다면, 손흥민의 이번 시즌 활약상이 우려된다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 더구나 이미 공격 포인트(1어시스트)를 올린 손흥민이다. 손흥민의 지난 EPL 7시즌사(史)에서, 가장 늦은 시즌 마수걸이 골은 2018-2019시즌에 나왔다. 그 시즌 13라운드 첼시전에서, 마침내 깊은 동면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며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시즌, 12골 6어시스트의 준수한 성적을 올린 손흥민이었다.
먼 옛날, 오랑캐 땅으로 달아났던 말은 후에 준마를 한 필 끌고 와 낙담했던 새옹을 오히려 기쁘게 했다. 어차피 명암이 번갈아드는 게 인생이다. 일희일비는 오랜 삶을 살아가는 데 그다지 영양분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더구나 이번 시즌은 이제 3라운드를 치렀을 뿐이다. 전체 시즌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손흥민이 당장 4라운드 어웨이 노팅엄 포리스트전(8월 28일)에서 힘차게 기지개를 켤 수도 있는 게 세상만사다.
최규섭 /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