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겨울은 나에게는 좋은 추억만이 남아있는 유일한 계절이었다.
겨울에 나는 태어났으며 어렸을 적 겨울에 있는 내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것에 나 자신은 무척 설레어 왔으며 남부지방에 살아서 그런지 눈이라는 현상을 좋아한다. 하지만 근 몇 년간 느껴져 왔다, 성탄절이 다가와도 내 생일이 다가와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사실 점점 두려워진다. 내 생일이 왔다는 것은 또 허무하게 1년이 지났다는 것이다. 그저 눈을 뜨고 숨만 쉰 채 현생에 지치면 지나간 어제와같이 한 해가 이미 지나가 있다. 어릴 때는 한 해가 지날수록 나이를 먹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싫다. 이미 고등학교 3학년이며 또다시 내 생일 온다면 이제 나는 성인이다. 내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지고 받아내야 한다. 학교의 선생님처럼 어긋나는 나를 잡아줄 사람은 사회에 없다. 내가 어긋나는 순간 나는 이 사회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관 속으로 누워 쉬기 전까지 광대 분장을 한 채로 지내야 한다. 내가 울든 웃든 화를 내든 모든 사람은 내가 미소를 짓는 줄 알 것이다. 사실 한 발짝만 다가오면 내 표정은 분장이며 실제로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차갑게도 그 누구도 이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주변 사람에게도 매몰차다, 관심이 없으며 알고 있어도 귀찮아하지 않는다. 나 자신은 분장을 지워 줄 수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 마주 앉아 바라보며 분장을 지워주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작은 시간마저 허용하지 않는다.
분장을 제시간에 지우지 못하면 피부에 스며 들어 영원한 낙인이 되며 갖가지 피부염을 일으킨다. 이 광대 분장은 누가 처음에 했는지 알 수 없다. 현대도 과거도 고대도 다들 형태만 다를 뿐 내 감정을 감추는 분장을 하고 있다. 나도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 사회 초년생이 되면 피부에서 자연스럽게 올라올 것이다. 나 또한 그렇고 우리 역시 그렇다.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는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 배운다. 중학교 때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세상이 온통 거짓말이다. 모든 말에는 품속에 숨겨둔 총과 칼이 있다, 흉기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이라는 도포로 돌돌 감싸 숨겨 찌르거나 쏜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사회 구성원 모두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 행위가 잘못됐으며 옳지 않다는 것이라고 하지만 대다수는 눈을 감고 모른 채 할 뿐이다. 나 역시 그렇게 되겠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서 멍이 들어 벽에 부딪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비겁해지는 것일까? 사회를 위해 구역질을 하면서 억지로 삼키는 것일까?
겨울이 계속 나에게 오면서 나는 점점 나이를 먹으며 어른이 되고 있다.
그저 순수하게 아무것도 모른 채 놀기만 하는 초등학생으로 영원히 살고 싶다.
더 이상 그만 알고 싶고 겨울이 그만 찾아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래도 시간은 흐르며 하루는 지나고 1년도 지난다.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다.
나는 고전소설의 영웅적 주인공이 아니다. 그저 촉나라의 잡종에 불과하다.
짜인 소설에 나는 따라야만 하다, 영웅소설의 주인공처럼 비범한 출생과 혈통 따윈 없다, 나에게 주어진 것은 계속되는 시련과 고통뿐이며 시련과 고통 끝에는 차가운 영안실뿐이다. 곧 올 겨울이 지나면 이제는 받아들여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