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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웅과 웅녀
-외모 지적질 이제 그만!
에덴동산의 아담네 집에서 고부간 갈등이 시작되고, 그리스 올림포스 산동네에서 신들이 설치기 전인 BC2333년, 요즈음 ‘극동the Far East’이라고 불리는 지역의 한 산골짜기에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다. 척박한 땅 가나안이나 그리스와는 달리 그곳에는 일절 신神의 간섭이 없었으며, 이웃과의 교류도 전연 없었다. 당연, 전쟁이나 무역 같은 게 있을 리도 없다. 동그란 쇠붙이(메달)나 술잔 같은 것을 놓고 다투는 한심한 놀이인 올림픽이나 월드컵 대회에 참가할 일은 더더구나 없었다. 한마디로 거긴 ‘나라’라는 존재 따위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지역이었다.
집집마다 살림살이가 비슷했고, 모든 주민이 ‘여자 다리 밑에 떨어진 걸 주워왔다’는 출생 근거가 워낙 뚜렷해서 흙으로 빚어지거나 알에서 태어난 사람, 그러니까 ‘아비 없는 후레자식’ 또한 전혀 없었으니, 왕으로 추대해야 할 특이한 인물도 없었다. 아니, 왕이란 존재가 필요하지 않은 사회였다.
오늘 저녁에 애호박 숭숭 썰어 넣은 칼국수를 해먹을까 강된장에 배추쌈 싸먹을까 하는 지극히 단순한 고민이나 하면서 살고 있던 이 깡촌 사람들. 이들에게 뜻하지 않은 손님이 윗동네에서 찾아든 것은 서력으로 기원 전 2333 더하기 몇 년 전, 단기檀紀로는 마이너스 30년쯤 되는데, 그가 전한 내용인즉 이러했다.
“다가오는 8월 25일(앞으로 역사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날짜는 무조건 필자의 생일인 8월 25일로 하겠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독자의 생일로 고쳐도 무방함)에 윗동네에서 좀 논다는 환웅이라는 보스께서 이곳을 방문하실 터인데, 대접에 맘이 들면 식솔들을 이끌고 내려와 함께 살거나 아니면 뭐라도 하나쯤은 남겨주고 가실 것이니라.”
사건 사고라고는 전혀 없었던 곳에 갑자기 위에서 손님이 오신다니…, 다들 당황했다. 게다가 그 ‘위’라는 게 하늘인지 산꼭대기인지 아니면 만주나 시베리아나 같은 북쪽을 말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만 소식을 전한 자의 위풍이 너무나 당당하여 환웅이란 사람 역시 만만치 않은 존재임은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시대를 우리는 ‘석기시대’라 하는데, 역사학자들은 돌로 만든 도구를 쓴 시대라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도대체 생각이라곤 없이 사는 ‘돌대가리’들만 살았던 시대라서 ‘석두시대’라 불리다가 나중에 ‘석기시대’라는 말로 바뀌었다고 본다. 당연히 이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여기며….
아무려나, 손님 접대란 걸 한 번도 해 본 적도 없었던 이 ‘돌대가리’들은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생전 처음 몇몇 어른들이 모여서 회의라는 걸 했는데, 그 결과 채택된 안은 ‘밥 먹이고 술 먹이고 여자 하나 붙여주자!’였다. ‘노래방코스’만 빼고 지금까지도 통용되는 이 화끈한 접대절차는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하지만 이 돌대가리 조상님들, 자기네들이 붙여주는 여자가 누구냐에 따라 한 나라의 역사와 후손의 성격이 좌우된다는 진리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요즘 같으면 사전 홍보계획에 따라 매일 TV로 ‘환웅의 모든 것’이란 급조 프로그램이 방영되어 하루아침에 ‘슈퍼맨 환웅’의 인기가 치솟을 것이고, 할 일 없는 처자들이 공항에서 먹고 자며 기다리다 그가 도착하면 울고불고 악을 쓰다가 몇몇은 기절해대겠지만, 당시엔 정보 교환은 물론이고 사전홍보 같은 시스템도 없었기에 당연히 일반인들이 관심을 둘 일이 없었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그 사실을 굳이 알릴 필요도 없었다. 매일 먹고 마시는 게 일인 즉, 수저 하나 술잔 하나 더 놓으면 그만이지 접대가 별거더냐!
그러나 문제는 붙여줄 여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접대업이란 게 생기기 이전이라 전문직 여성도 없었고, 채홍사나 부킹 전문 웨이터 같은 직업도 아직 등록이 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가 갖춰졌더라면 왕명으로 뽑거나, 오로지 눈치 하나로 밥 먹고 사는 놈들이 알아서 강제 연행해 올리겠지만…. 환웅이 오겠다는 날이 1백일 좀 더 남았으니 시간은 충분하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했던 접대문제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저 하나 더 놓듯이 아무 여자나 하나 챙겨 주기로 했지만, 한 정신줄 놓은 돌대가리의 제안에 그만 부화뇌동하여 기왕이면 ‘쓰던 거’보다는 ‘새 거’를 대접하자는 의견에 도달했다. 헌데 누구 하나 나서서 제 딸을 ‘헌 거’를 만들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자기 딸 뽑아갈까 미리 서둘러 결혼시키는 부모까지 생겨났다. 전략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귀찮기는 했지만 ‘환웅 환영 준비위원회’가 발족되었고, 가장 주요한 사업은 당연히 미인 선발이었다. 1등 해봐야 쥐꼬리만한 상금에다가 모조 왕관 하나 달랑 주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성형수술비는커녕 의상비에도 못 미치는 상금을 받는 데도 그거 한번 해보겠다고 아우성인 게 요즈음의 미인선발대회다. 잘하면 연예인이 되거나 운 좋으면 재벌 2세와 결혼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먹고 입고 잠 잘 곳 있으면 됐지 그 외에는 다른 욕심도 관심도 없던 옛날에는 사정이 달랐다.
평생 먹을 상금은 물론이요, 이 땅을 대표하는 최고 미인이라는 명예와 함께 ‘위에서 노는 슈퍼스타와 원나잇’ 할 수 있는 기회, 무엇보다도 ‘새로 나라를 시작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이런 거창한 문구를 내세워 홍보했건만 지원자 접수창구는 썰렁했다. 그나마 고맙게도 지원을 해준 두 명의 아가씨가 나타났지만, 그녀들을 본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헐! 탈났다!’
참가번호 1번 아가씨는 다부진 근육으로 빚어진 체구에 척 보기에도 성미 급하고 성질 독하며 행실이 지랄 같은 게 완전히 호랑이 같은 여자였고, 참가번호 2번 아가씨는 뒤룩뒤룩 살진 체구에다 하는 짓이 느려터지고 둔해빠진 게 완전히 곰 같은 여자였다. 시집도 안 가고 왜 이런 대회에 기웃거리게 되었는지 척 봐도 속속들이 알만 했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약속은 약속이니 둘 중 누군가에게는 왕관을 씌워줘야 할 판이다. 후보자가 마땅치 않다고 대회를 취소했다가는 어른들 체면도 체면이지만 지랄 같은 성격의 호랑이 기호 1번 아가씨가 생난리를 칠 게 뻔했으니까….
미혼이냐 아니냐, 학력은 진짜냐 가짜냐 하는 간단한 서류심사를 한 다음, 버스트 와 웨이스트, 히프 사이즈 재고 수영복과 드레스 심사를 한 다음, 몇 가지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해보고는, 똑같이 생기고 똑같이 웃고 똑같이 멍청한 여자들 중에 하나를 골라 ‘당신이 이 나라 최고의 미녀다!’라고 손들어주면 쉽게 끝나는 요즈음의 절차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게 당시 상황이었다.
또 돌머리를 굴렸다. 결과가 ‘미인 선발 추진본부’ 산하에 ‘미인 만들기 지부’라는 산하단체를 급조한 것이다. 미인후보자들이 며칠씩 합숙하면서 화장법과 급조된 교양 따위를 배우는 시스템이 그때부터 비롯된 것이다. 일단 기호 1번을 ‘호순이’ 2번을 ‘곰자’라 하자. 심사위원들은 이 두 후보들을 설득했다. 명색이 이 나라 최초의 미인대회이고 너희 역시 역사에 길이 남을 사람들로서 훗날 이 땅의 미인들에게 롤모델이 되어야 할 게 아니냐? 내 생각엔 호순이 너는 성질만 좀 죽이면 되고, 곰자 넌 살만 빼면 대단한 미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냐? 뭐 이런 식으로 설득했던 모양이다. 다행히 둘은 그러겠노라고 한다.
일단 호순이와 곰자는 식용 가능 물질이 차단된 동굴 속에 가두었다. 그리고 거기서 쑥과 마늘만 먹으면서 석 달 열흘을 참고 버텨보라 했다. 살도 빼고 참을성을 키우려는 특단의 조치였다.
결과는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그대로다. 성질 더러운 호순이는 굴에 들어가자마자 투덜거리기 시작하더니 딱 하룻밤 굴 속에서 지내고서는 마늘이랑 쑥을 굴 밖으로 집어던지다가 점잖은 필자가 차마 글로 옮길 수도 없는 끔찍한 욕을 바가지로 퍼부으며 나가버렸다. 그러나 둔해빠진 곰자는 느긋하기만 했다. 사지를 널브린 채,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고 낮잠까지 즐기면서, 요즘 여자들이 오징어 땅콩을 즐기듯 마늘을 쑥에다 말아 먹으면서 여유작작 살을 더 찌웠다.
다른 먹거리가 없다는 게 좀 답답하긴 했다. 허나 그 동안 살아오면서 완벽한 게으름을 몸에 익힌 곰순이는 먹을 것 구하러 밖에 나가는 것이 더 귀찮았다. 잘되는 놈은 엎어져도 떡함지라더니 이런 게으름이 오히려 심사위원들의 눈에는 필사적인 다이어트 과정으로 보였고 개중에는 감동하여 눈시울을 적신 이도 있었다.
드디어 운명의 날이 왔다.
백일이 지난 날, 동굴 문이 열렸고 곰순이가 모습을 나타냈다. 밖에서 기다리던 관계자들과 온동네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자신을 이겨낸 이 소녀를 박수와 환호로 맞았다면 좋았겠는데, 실상이 어땠는지 필자도 모른다. 어쩌면 코마개를 쓴 몇 사람이 먼저 들어가 양치질부터 시켰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이 결과에 대해 전해오는 얘기는 단 한 가지, 곰 같이 뚱뚱하던 여자가 여자 사람으로 변한 사실을 두고 ‘곰이 사람으로 변했다’는 헛소문이 떠돌았으니, 당시 미인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자들의 기쁨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곰자는 ‘웅녀’라는 좀 세련된 한자어 칭호를 받았고, 환웅과의 데이트에 필요한 성性스러운 교육도 받았다. 그 내용은 극히 최근까지 반만년동안 우리나라 여자들에게 대대로 전해져 금과옥조처럼 여겨지게 되는데…, 게을러터진 웅녀에게는 매우 마음에 드는 내용이었다.
“눈감고 가만히 누워서 남자가 하는 대로 냅둬라!”
어쨌거나 웅녀와 환웅의 데이트는 무사히 끝났고, 그 결과로 태어난 아들이 바로 우리의 시조 ‘단군’으로서, 기원전 2333년 음력 3월 4일 ‘조선’이라는 나라를 만들어, 우리도 국제 사회에 내밀 여권과 명함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대부분은 이 해피엔딩 스토리에 만족한다. 다만 천성적으로 매사를 의심하는 습관을 가진 나 같은 사람들은 대체로 웅녀와 환웅의 얘기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보려한다. 뭐, 다음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본디 우리나라는 여자들은 아름다운데다가 재주까지 많았다. 각종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우승한 예는 남자보다 여자선수들이 더 많잖은가. 아름답다는 증거는? 좀 억지스럽지만, 대대로 중국이 우리 땅에 들어와 여자들을 조공으로 끌어간 예가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 말이다. 지금이야 꼭 그렇지 않지만 여자들이 아름답고 나라가 힘이 없으면 집적거리는 오랑캐들이 많아진다.
이 때문에 힘은 물론 ‘빽’까지 없었던 우리 선조님네들은 옛날부터 항상 이 문제로 전전긍긍했을 수도 있다. 그리하여 취한 조치가 죽은 듯 엎드려 우리나라에 대해 좋든 나쁘든 바깥에 어떤 소문도 안 나게끔 하는 거였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 ‘동방의 은자’니 하는 말도 사실 여기에서 비롯된 것일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낭중지추라, 재주나 미모는 감추어도 결국엔 드러나는 법. 아뿔싸! 감추고 감추었건만 기어이 북쪽 땅에서 힘깨나 쓴다던 환웅이란 자의 귀에 남쪽 어느 산촌에 예쁜 여자 많다는 소문이 들어가고 만다.
그런데 이런 소문을 듣고 찾아온 환웅 같은 무뢰배에게 무심코 예쁜 여자를 소개했다가는 큰코다치게 된다. 온 세상에 예쁜 여자들이 득시글거리는 한 마을이 있다는 소문이 퍼질 건 뻔한 이치이고, 그랬다간 소문 듣고 몰려드는 별별 잡 오랑캐들 때문에 온마을이 쑥대밭이 되고 말 게 아닌가? 그래서 동네 어른들은 평생 박치기에나 사용했던 머리를 생전 처음 계략 짜는 데 쓰는 일에 사용하게 된다.
참으로 교묘한 전략이 나왔다. 좀 생긴 여자들은 모조리 감춰두고 뚱뚱하고 못생긴 데다 둔하기까지 한 여자를 고르고 고른 다음, 마늘 냄새까지 풀풀 나게 하여 환웅의 침실에 집어넣기로 한 거다.
이 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사전에 대접한답시고 권커니잣커니 하여 얼큰해진 환웅이 마늘 냄새가 진동하는 웅녀에게 예의를 갖추는 척, 우선 뭐 좀 먹으라고 제의를 했을 것이고, 제대로 된 음식 구경한지 오래된 웅녀는 방안에 차려있던 음식과 술을 거덜 내고는 환웅인지 누군지가 자기 배 위에서 무슨 짓을 하든 말든 그냥 코를 골며 퍼질러 잤을 것이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제 옆에서 입 쩍 벌린 채 썩은 마늘냄새 푹푹 풍겨대면서 침 흘리고 누워 자는 웅녀를 본 환웅은 쇼크를 받아 그만 심장마비로 그만 죽고 말았는데, 바로 이 사건이 와전되어 ‘환웅이 다시 하늘나라로 갔다’는 신화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일리가 있다. ‘죽다’라는 말이 ‘하늘나라에 가다’라는 말이 때로 동의어로 쓰이고 있잖은가.
그러나 그보다는 환웅이 너무 놀라서 생을 마감할 뻔하긴 했지만 간신히 정신을 차려 줄행랑쳤으며, 두 번 다시 웅녀가 사는 그 산골짜기에 모습을 나타내기는커녕 그쪽을 향해 오줌도 누지 않았다는 얘기가 더 설득력이 있다.
이 이야기와 주장이 사실이건 아니건, 웅녀 덕분에 어쨌든 이 땅에도 드디어 나라가 생기게 되었으니, 앞으로 우리는 뚱뚱하고 게으르며 미련한 여자를 칭송할지언정 절대로 욕해서는 안 된다. 그런 ‘몸 넓은 여자’들이야말로 몸 바쳐서 이 나라를 만드신 단군의 어머니로서 우리 모두가 그런 모습을 했던 분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 웅녀의 이야기는 뚱뚱한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계 유일의 전설인데, 왜 아무도 ‘웅녀전熊女傳’이란 오페라로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보고 나는 감동했다. 주인공 투란도트 공주 역을 맡은 그녀, 왜 그토록 히스테리를 부리는지 확실하게 이해가 가고도 남을 체구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칼라프 왕자가 나타나 그런 여자랑 결혼하겠다고 목숨을 거는 걸 보고 나는 그 숭고한 희생정신(?)에 감동한 바 있다.
오페라를 보노라면, 뚱뚱하고 커다란 여자들이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나 ‘라 보엠’의 미미 같이 폐병으로 말라죽는 역을 한답시고 억지를 부린다. 즉 프리마돈나 역할 하는 이치고 뚱뚱하지 않은 이가 드물다는 말씀으로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코미디다. 그런 즉, 누군가 웅녀의 얘기를 오페라로 만들어 준다면 맞는 옷이 없어서 고민하는 소프라노들이 얼마나 감격해 할 것인가? 게나 디미트로바 말고, 루드밀라 남, 몽세라 카바이예 등등 해외 아티스트들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여럿 그 역을 맡아 보겠다고 자청해서 달려올 텐데.
그렇다! 무려 두어 시간씩이나 립씽크가 아닌 실제로 노래하고 연기를 하자면 지구력이 필요하다. 지구력 즉 순간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뱃심 그리고 켜켜이 쌓인 지방이다. 프리마돈나들이 대체로 우리의 선조 웅녀처럼 뚱뚱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런 즉 외모 지적질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 독자들은 알렸다.
이 꼭지의 결론이다.
희한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 대체가 ‘외모 지적질’의 명수들이다. 어린아이들에게 쉽게 노출되는 방송 속에서도 그런 언행이 난무한다. 눈이 단추 구멍 같네, 또 요요현상이 왔구먼, 네 머리에 맞는 모자 찾으려면 차암 힘들겠다… 등등. 대중매체들이 아무렇지 않게 그런 시궁창 냄새 나는 개소리를 내뱉고 있으니 어린 아이들도 당연히 그래도 되는 걸로 안다.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요즘 좀 살이 오른 것 같네. 쌍꺼풀 수술 좀 생각해 보지. 뭐 이런 이야기가 안부다.
당사자도 다 안다. 요즘 제 얼굴에 기미가 심한 것을, 계단으로 한 층만 걸어 올라가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을, 제 눈이 좀 크면 좋겠다는 것을….
당사자도 다 아는 콤플렉스를 굳이 지적하여 스트레스를 주는 이유가 뭔가? 어떤 이는 그 옛날 굶기를 밥 먹듯 하던 시대에 지인을 만나면 ‘밥 먹었니?’라고 하였듯 상대에 대한 관심의 표현일 뿐, 신체적 비하나 지적질이 아니라고 우긴다. 그건 님들 생각이고! 그 지적 받은 사람치고 기분 나쁘지 않을 사람 없다. ‘성형 왕국’ ‘자연 미인이 없는 나라’란 오명을 우리가 갖게 된 책임, 님들에게도 분명히 있다. 외모 지적질 좀 그만 하자. 우리 모두가 뚱뚱하고 미련했던 웅녀의 후손들일지니.
Fin
첫댓글 대단한 상상력, 창의성..
절묘한 스토리와 어휘
과연 표로다.
카페에 복귀 반갑고
담 편 엄청 기다려지네...
ㅎㅎ~표님 방갑습니다.
요즘 눈팅만하다가 반가운 이름에 언능 읽었봤습니다~재미있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