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말 / 권선희
바닷물은 차고 볕은 한없이 따가운 칠월 초순 첫 멍게 작업이었다
휘이휘이 숨 트며 방파제 돌아 나오던 춘자 형님이 그만 정신을 놓았다
후불 형님과 돌돌이 형님이 둥둥 뜬 몸 끌고 와
물옷 물고 찢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119, 119, 사람 간다, 119 전화해라
순식간에 모여든 해녀들이 둥그렇게 에워싸고는 발을 동동 굴렀다
백지장처럼 하얗게 돌아가는 목숨을 붙들겠다고 울부짖었다
살아래이
살 거래이
가믄 안 된데이
살아야 한데이
춘자야 인나거라, 인나라, 인나라
숨을 놓는 동료에게 주문을 걸던 고래들이 생각났다
주둥이로 힘껏 물 위로 차올려 몇 번이고 분기공 띄우려 애쓰던 참돌고래들
가라앉는 삶을 떠받치며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구급차가 올 때까지 울며불며 심장 두드리던 해녀들이
춘자 형님 숨 하나 뱉자 가슴 쓸어내리며 주저앉았다
물안경 자국 깊은 얼굴에서 바닷물이 눈물처럼 흘렀다
됐다, 인자 됐다
첫댓글 숨가프게 일어난
극한 상황을 잘 이겨낸
춘자 형님
서로 애타던 동료들
잘 표현된 글
읽고갑니다
읽다가 눈가에
살짝 스민 습기가
차가워지네요. ^^
동료들의 정이 듬뿍 느껴집니다..
돌고래의 모정도 느껴지구요..
해녀들은 위급상황에 동료가 곧 생명줄이잖아요.
그래서 더 동료애가 돈독할지도ᆢ ^^
살아내서 다행 입니다
"됐다, 인자 됐다" 에 저도 숨을 틔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