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박물관 과학관을 기획하고 설계하고 시공한지 어느 덧 28년째.
손길이 닿았던 곳을 일일이 기억하기 조차 힘들다.
그 중에 가장 애정을 쏟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박물관이 태백석탄박물관이란다.
전시연출 기간만 1년 반이 걸렸고 그 동안 태백에 살다 싶이 했었지.
우리나라 탄광들이 폐광되면서 광산촌 사람들의 생활을 보호한다는 정책으로 시작한
석탄합리화 사업,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정선 카지노고, 그 카지노보다 먼저 시행된 것이
태백석탄박물관 이란다.
처음 석탄이라는 주제를 마주하고는 깜깜했지.
너무도 재미 없는 소재요. 흥미가 없는 물건 아닌가.
그러나 전시전문가란 이런 것을 극복하여 생명력을 불어 넣고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야 되거든,
외국의 석탄박물관도 가보고 모두 떠나고 폐허가된 광부들 사택을 찾아가 버리고 간
물건들을 뒤져, 도시락, 월급봉투, 아이들 일기장, 그림책 등등을 주워오고....
태백시청의 협조를 얻어 만약의 사고에도 광산측에 책임이 없다는 각서를
자필로 쓰고 지장을 찍고 지하갱을 수차례 경험하고.
진폐증환자들이 요양하고 있는 병원에도 여러차례 찾아가 그 들을 만나보고
태백산도 여러차례 오르고, 아묻은 직접 느끼고 체험하고 난 후에
태백석탄박물관이라는 박물관의 연출계획을 세울 수 있었고 전시설을 할 수 있었지.
공사가 끝나 갈 때쯤 당시 태백시장이 내 이름은 꼭 남겨 주라고 해서
지금도 박물관 입구에 주물로 새겨진 공사개요안에 내 이름이 들어 있단다.
어쩌면 가본 친구들도 있을 것 같은데, 세번에 나누어 사진 몇장을 소개한다.
첫번째 사진에 보이는 것은 권양기로 지하로 내려가고 올라오는 탄차와 사람을 태운 차를
와이어 로프로 작동 시키는 장치인데 탄광이면 어디든 보이는 대표적인 물건이지.
물론 전시물로 제작하여 설치했고.
제1전시실은 지질관으로 지하 광물들의 휘귀본들이 가득하다.
천연 다이아몬드도 있고 공룡알도 있고 아묻은 이 전시실 하나만 해도 수준급 지질관이란다.
석탄을 마주하기전에 지하 광물들을 먼저 만나는 코너지.
석탄이라는 것이 지상에 있던 식물과 동물들이 화산폭발, 지질변화로 지하에 묻혀 생겨난 거니까.
그래서 지질관을 거쳐 석탄의 발견으로 이어지게 하였지.
1층 로비에 있는 상징조형물로 세계최초의 증기관인데
증기기관하면 증기관차를 떠올리겠지만 최초의 증기기관은 지하갱에서 물을 퍼올리는
양수기로 사용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