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The Intern.2015)
미국,121분
2015.09.24 개봉
(감독) 낸시 마이어스
(주연) 앤 해서웨이, 로버트 드니로
“진짜 어른과 어른스러운 대화를 해서 좋았어요. 솔직히 덕분에 차분해지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좌충우돌 열정적인 30세 CEO 줄스(앤 해서웨이) 가 풍부한 인생 경험이 무기인 70세의 벤(로버트 드니로) 에게 한 말이다.
은퇴 후 온라인 패션 쇼핑몰 회사에 채용된 70세 인턴과 30세 CEO의 만남을 그린 영화.
하루의 끝자락에 한잔의 와인을 마시며 컴퓨터 앞에서 잠재력을 보이는 당당한 여성리더 워킹 맘 CEO.
시니어 인턴 벤은 진짜 어른이란 자신의 지식과 경험으로 가르치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조언을 해주고 묵묵히 지켜봐주는 것임을 솔선수범으로 보여준다.
노인은 이미 젊음을 경험했기 때문에 젊은이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하지 않으려 할 뿐이다.
“경험은 결코 늙지 않아요.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죠.”
능력 있는 만큼 고민도 많은 CEO 줄스가 시니어 인턴인 벤을 점점 존경하게 되며 그를 삶의 멘토로 삼게 되는 과정이 훈훈하게 펼쳐진다.
“남자가 손수건을 들고 다니는 제일 큰 이유는 빌려주기 위해서지. 여자가 울면 손수건을 빌려줘야 해.”
노인이란 삶의 경험으로 쌓여진 지혜의 보물창고다.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줄 것도 많다.
벤은 슈트만 입는다. 그러나 젊은이를 이해한다. 벤과 같은 어른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따를 것이다.
하지만 요즘 벤과 같은 어른은 주위에서 찾기가 어렵다.
젊은이들의 고통, 고민을 "나 때는~" 이라는 말로 무시해버린다.
유교로 대표되는 과거세대의 가치관을 가진 노인계층과 서방세계에서 도입된 개인주의의 신세대 가치관이 대립하는 것이다.
살아온 세계가 다른데다가 서로 간에 접촉이 없으니, 개인주의와 전체주의로 성향이 나뉘어지면서 전체주의를 중시하는 노인계층에 대한 반감이 극단적인 형태로 분출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꼰대라는 노인비하의 단어가 있었지만 2010년경부터는 틀니 딱딱 충이라는 격한 혐오 단어가 등장하였고 근래에는 틀딱 으로도 불리고 있다.
노인혐오가 갖는 위험성은 일부만을 보고 전체를 일반화 하여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기 때문이다. 즉, 가장 크고 일반적인 위험성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몇몇 사례만을 가지고 상대를 '혐오해도 되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노인층에서도 진보적인 사람이 있고, 젊은 층에서도 보수적인 사람이 있듯이 이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해당한다.
‘어른들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삶의 경험으로 지혜롭다는 격언이다.
그러나 노인들이 젊었을 때. 노인들의 충고를 흘려보냈던 것처럼 젊은이가 노인들의 지혜를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이치.
시니어인턴 벤처럼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싶다면, 늙어서 홀로 외롭게 살고 싶지 않다면 가지고 있는 지혜를 아낌없이 젊은이들에게 나눠주는 현명함을 잃지 말아야겠다.
단순히 복지 혜택을 누리는 것만이 아니라 여러 사회집단들 사이에 기본적인 연대의식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젊은이들과 노인들 간의 세대 간 연대가 없으면 안 된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이해해야한다. 존중을 받고 싶다면 내가 먼저 존중할 줄 알아야한다.
줄스는 부엌에서 시작한 회사가 1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220명의 직원을 거느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만큼 더욱 복잡해진 상황에서 보다 전문적인 경영을 위해 외부에서 CEO를 스카웃 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잘 할 수 있으며 열정을 갖고 있는 일이지만, 외부 CEO 스카웃을 통해 집에서 남편 매트, 딸 페이지와 보내는 시간을 늘려 그동안 소홀했던 가정에 최선을 다하고자 현실과 타협하며 그녀의 꿈을 포기하려 한다.
이때 벤이 회사경영 인계를 만류하며 줄스 에게 말한다.
“대표님보다 경험 많은 분이 들어온다고 해도 대표님 보다 회사를 위해 필요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벤은 조언을 해주고 선택은 본인이 하도록 도와준다. 본인이 선택하고 그 결과가 좋든 좋지 않든 온전히 스스로의 경험이, 지혜로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청년들은‘청소부 등 단순 일자리마저 노인들이 가져가면 어떡하느냐’는 단순 노무직을 두고 노인들과 경쟁할 게 아니라 좀 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일자리를 찾게 도와주는 게 맞지 않을까. 오죽하면 늙어서까지 일하겠다고 하겠는지를 이해하고 배려해야한다.
청년들은 신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하고, 해외 시장도 개척하는 창의적 직업이 그들에게 필요한 일자리다. 청년들은 첨단 장비를 개발해 생산하고 노인들이 그 장비를 활용할 수 있게 하면 된다.
그래서 조화롭게 세대 간 소통하여 젊은이는 지혜를 얻고 노인은 존경받는 바람직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당신은 저를 고취시키는 사람이에요.”
벤이 줄스에게 존경을 표 하고 줄스도 벤을 존경하는 것.
벤의 영향으로 줄스도 이미 지혜로운 어른이 되어 있었다.
정 재 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