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신문 인터뷰]
파주 역사와 문화 사랑
- 성지오 (파주를 사랑하는 사람들 대표)
지역의 발전은 지자체의 비전과 운영 방향에 따라 획기적인 변화를 거듭하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열정과 지역 사랑으로 인해 구석구석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공동체의 존재와 그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파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평생교육 사회임을 인지하고, 배우고 익혀서 나누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모인 공동체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하여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지역 발전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만들어졌다. 공동체가 형성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으나 그 이전부터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하고 있던 파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성지오 대표는 어떤 지역보다도 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는 파주 역사와 문화를 아이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동화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 2권까지 나왔다.
성지오 대표는 현재 파주문화원 부설 파주향토문화연구소 부소장으로 있으면서, 오래전부터 지역의 숨은 역사를 찾아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2021년에는 전국향토문화대전 수기부분 수상자로 선정되었는데, 전국향토문화대전은 1986년부터 한국문화원연합회에서 향토문화의 체계적인 연구와 활용 그리고 향토사가의 연구의욕을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개최하는 공모전이다.
‘파주를 사랑하는 사람들’ 성지오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전국향토문화대전 수기부문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어떤 내용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파주 역사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공부하며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약 사백여 년 전 조선 시대 옥봉이라는 여류시인의 삶과 의미를 수기로 써본 것입니다.
파주문화원 파주향토문화연구소가 생길 때부터 활동하고 있는 이동륜 선생님께 어떤 시조시인이 “혜음령 아래에 있는 옥봉의 남편 조원의 묘를 한번 찾아봐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시작된 일입니다. 옥봉이란 여인의 흔적을 찾으려면 그 남편 조원이라는 사람을 찾아야 했습니다. 조원을 찾는 여정과 그 이후에 벌어진 놀라운 일들을 쓰게 되었습니다.
옥봉은 남편과의 약조를 어기고 시를 써서 쫒겨났는 데도 “만약 꿈속에 길이 있다면 그대 집 앞을 오간 길은 자갈길이 모래알이 되었을 거”라는 시를 썼습니다. ‘이건 열녀보다 더 지독한 사랑 이야기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고 2007년부터 찾아 나선 여정을 기록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놀랍고 재미있었죠. 본격적으로 이동륜 선생님이 자료를 찾고 연구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임천 조씨 종중에서는 옥봉의 묘단을 만들고 새로 지은 사당에 같이 모시게 되었고,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옥봉 시인이 누군가의 관심으로 이렇게까지 달라진 것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김선희 작가와 하게 되었는데, “그걸 말로만 하지 말고 글로 한번 써보세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중요한 일이잖아요.”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역사가 재미있어 그간 향토문화연구소 회원으로 거의 20년을 활동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써왔지만, 이런 과정을 써보는 것도 향토사가 아니겠는가 생각했습니다. 지나가면 그냥 묻혀버리고 말 이야기이겠다 싶었습니다. 그냥 그런 이야기로 사라졌을 수도 있는데, 옥봉을 남편 신주에 함께 올려주고 단을 만들어 준 임천 조씨 군자감정파 문중이 있었기에 완성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긴 세월 향토사를 하다 보면 어려움도 많이 있었겠지요?
역사를 전공한 것은 아니라 머리를 쥐어 잡은 적이 여러 번 있었지요. 체계적인 글이 안 써지면 이게 뭐 하는 짓일까 하면서도 또 붙잡게 되죠. 결국 무엇을 하던 자기가 자기의 한계를 극복해보는 것이 인생살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시간 날 때마다 하고 있는 수련과 브레인트레이너 공부가 제겐 집중력과 참을성을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가끔은 산에 가서 생각도 정리하고 마음을 다독이기도 합니다.
- 수필로 등단하신 걸로 아는데 어떻게 향토사 글을 쓰게 되었나요?
네.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것에 조금 소질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때쯤 수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작고하신 윤모촌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걸 배웠죠. 대쪽 같던 선생님이 지금도 그립습니다.
그런데 제 글쓰기의 원류는 역사에서 시작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있는 지금까지 있어 온 우주와 역사 속의 이야기들은 늘 신비롭고 재미있어요. 그러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결국 우리를 있게 한 것들이어서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 파주에서 해설사를 오래 하셨지요?
네. 2000년도에 시작한 일이었어요. 역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게 좋았어요. 즐겁게 해 왔는데, 그것과의 인연도 그만할 때가 오더라구요. 그렇다고 하여도 내가 태어나 아직까지 파주에서 살고 있으니 파주의 유적지들과 선현들의 이야기는 늘 내 가슴에 살아있고 영원한 나의 관심사죠.
- 파주향토문화연구소 초창기부터 회원이셨죠?
새천년이 열린다는데 나는 무엇이 달라질까를 생각해보았어요. 새천년의 준비를 그간 못한 공부를 하면서 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사는 게 허무할 때는 늘 지금 세상을 떠난다면 가장 여한이 남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는 버릇이 있어요. 그래서 학부 공부를 시작했고 다도와 예절을 접했고 배워서 지금도 다도 예절과 전래놀이로 유치원 어린 친구들을 만나고 있으니 배워놓으면 뭐든지 다 쓰여질 때가 있더라고요.
경기향토사연구위원을 하면서 각 지역에서 향토사위원들과 함께 할 기회가 되었는데, 내 지역 연구부터 하자면서 몇몇 회원들과 파주문화원 내 향토문화연구소를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2003년부터 책이 나왔으니까 올해로 열여덟 번째 책이 나와야 하는데, 3년 정도를 파주문화에 합본으로 실려서 단행본으로는 올해 15집이 나옵니다. 12월 27일 올해는 처음으로 파주향토문화에 올린 각자의 연구 논문을 가지고 발표회를 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기획논문으로 옛 의주대로 파주 구간을 릴레이식으로 써서 혜음령 고개부터 화석정 진서문까지 연계발표를 합니다. 저는 파주읍에서 태어났으니 파주목에서 서작포 구간 연구를 해 보았습니다. 그냥 쓰기만 할 때보다 발표를 한다니까 더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 파주역사로 동화 쓰기가 작년에 이어 2권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시작된 일이고 몇 권까지 낼 계획인가요?
오랫동안 향토문화연구소에서 활동하면서 그리고 역사체험 강사로 초등 친구들을 데리고 다닌 경험을 언젠가는 어린 친구들에게 혹은 어르신들께 내 고장 파주의 역사를 알기 쉽게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금촌 2동의 마을 공모사업이 떴다며 공모를 해 보자는 거예요. 그래서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고 제가 대표를 맡게 되었는데,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여러모로 고생을 했습니다. 오순희 선생님의 파주 역사 강의와 동화작가로 이름난 박윤규 선생님께서 동화지도를 해주셔서 과감하게 낼 수 있었는데요, 회원들과 함께 쓴 동화를 책으로 만들고 그 동화책을 들고 답사 가서는 선으로만 그려진 그림에 색을 칠해서 나만의 책으로 꾸미게 했더니 더 재미있어 하는 거예요.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께도 갖다 드렸더니, 시간 날 때마다 보고 또 보고 하신다고 합니다.
동화는 지금까지 쓰던 수필이나 논문 형태와 달라 주인공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기본은 역사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같다고 할 수 있지요. 특히 그동안 몰랐던 공릉장 이야기나 일제시대 때 세브란스를 살린 송암농장의 조병학 이야기는 쓰면서도 감동이었어요. 특히나 오늘날 우리가 하는 ‘국기에 대한 경례’ 방식이 생겨난 것이 언더우드가 세운 대원교회에 다니던 봉일천초등학교 학생들로 인해서였다는 것도 자긍심을 들게 하더라구요.
파주 역사 동화로 쓰기가 10권쯤 나와서 곳곳에 숨겨진 파주의 이야기들을 동화속에서 살아나게 하고 싶어요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요?
저는 파주에서 태어나 파주에서 살고 있으니, 앞으로도 파주의 이야기를 찾아 쓰면서 보람을 찾을 것 같습니다. 실사구시의 학문이란 말이 있듯이, 그것을 자원으로 하는 교육 즉 그렇게 쓰여진 책을 가지고 초등학교 친구들이나 어르신들과 답사 다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전래놀이를 많이 몰랐는데 올해 산림청이 주관하는 유아숲 공부를 하면서 창의적인 놀이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답사를 가든 강의를 하든 놀이와 함께하면 어디서든 훨씬 더 풍요롭고 활력을 주는 수업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즈음처럼 무엇이든 배우기 좋은 시대에 기회가 되면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으니 아마도 꿈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사는 것 자체가 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가 좋아 새로운 이야기가 들리면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찾아다니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옥봉 시인의 묘비에 감수위원으로 이름이 새겨졌습니다. 중요한 책을 낼 때 감수자 이름이 들어간 것은 자주 보았으나, 묘비에 내력을 감수한 감수위원으로 이름이 올라간 것은 처음이자 앞으로도 있기 힘든 일일 것입니다. 흐르는 역사 속에 마음을 담아 한 부분이 되었음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인연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성지오 대표는 머물러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역량을 키우며 발전하는 사람이다. 국학강사1급은 물론이고 국가 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자격도 갖추었다. 인성심리상담사, 다문화평화교육코치 뿐만 아니라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한국문화콘텐츠디렉터 과정도 수료했다. 사회 전반에 관한 복지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복지상담심리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도 졸업하고,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려고 준비 중이다.
배움의 진정한 의미는 나눔에서 발현된다.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는 그 배움은 결국 우리 사회로 환원될 것이기에 앞으로 ‘파주를 사랑하는 사람들’ 대표로서 또 지역의 역사를 사랑하는 사학자로서의 행보가 기대된다.
인터뷰 작가 김선희 汀彬
kimsunny02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