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급한 이에겐 하우스가 애물단지로 남는다
요즈음 귀농 상담을 하다보면 시설 하우스를 꿈꾸는 이들이 전에 비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면적대비 수익이 덜 나는 노지 농사보다 상대적으로 효율이 높은 하우스를 선호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하우스는 경험하기 전에는 알아차리기 힘든 어려움이 곳곳에 숨어있다.
겉에서 보기에는 작물 생육에 필요한 관리가 순조로울 것 같지만 이는 자동화 설비가 제대로 갖추어진 곳의 이야기다. 아직 농업에 대한 경험, 정보, 기술이 부족한 새내기 귀농인에게 하우스는 신중히 접근해야할 미지의 세계다. 평당 수익만 듣고 지르기에는 위험 요인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하우스는 작물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노지보다 배 이상의 노동력을 요구한다. 재배 주기가 짧은 엽채류 따위는 파종과 수확을 반복해 손이 자주 가고, 오이나 토마토 등 과채류는 유인이나 병해충 방제에 품이 많이 든다. 소득이 적어서 그렇지 노지는 겨울에 쉬어야 하니 농부도 충분한 휴식을 갖게 되지만 하우스는 사정이 다르다.
이곳 홍성을 기준으로 논에 고추를 재배하는 6백여평 가량의 이중 하우스를 짓는데 농지 와 시설비를 합치면 억대가 든다. 논도 논 나름이어서 지대가 낮아 높이려면 복토 비용은 별개다. 여기에 관정 개발과 전기, 스프링클러와 관수를 위한 배관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파이프를 짜고 비닐을 씌웠다고 다가 아니라는 말이다. 집을 지을 때도 그렇지만 예산대비 지출에서 균형을 이루는 예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도시에서 치킨 가게를 차릴 때보다도 배워야 할 사항은 몇배나 더 많다. 그러면서도 판로는 누군가 찾아오거나 주문하는 게 아니라 온전히 주인의 몫이다.
따라서 먼저 지어놓고 따질게 아니라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뒤 자신감이 섰을때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금 과장하여 하우스는 정밀농업을 위한 초기 단계의 실험실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농부는 실험실내의 온습도와 수분, 작물의 자람세를 정밀히 제어하는 연구원인 셈이다. 때문에 하우스를 노지 재배하듯 대충대충 관리하면 자칫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자동개폐기와 환기창이 없는 하우스는 날씨 변화가 심한 날에는 말그대로 애물단지다. 강한 비바람이 주기적으로 불 때 2백평 넓이 하우스 측창을 하루에도 몇 번씩 개폐하려면 상상외로 힘이 든다. 삼사십대 남성도 힘에 부치는 만큼 여성이라면 말 할 것도 없다. 더욱이 하우스가 집에서 멀리 떨어져있다면 어려움은 배가된다.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 함박눈이 내릴 때에도 겨울의 정취보다는 혹시나 무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이른바 고수익으로 포장된 시설농업의 이면에는 이처럼 농민의 근심과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필자는 시설 하우스를 꿈꾸는 도시민에게 필요한 몇가지 질문을 반복해왔다. 첫 물음은 성정이 꼼꼼한 편인가 아닌가 여부다. 앞서 말했듯이 하우스는 설렁설렁 지나쳐도 되는 공간이 아니기에 급하고 찬찬하지 않은 이들에겐 어려울 것이라 조언한다. 실제로 그런 이들을 여러번 봐왔기에 드리는 말씀이다.
그래도 정히 하고 싶으면 인턴 제도 등을 이용해 선도농가에서 가능한 도제식으로 작물의 한살이를 경험해보시라는 것이다. 비교적 큰 규모의 투자가 전제되는 사업인지라 일정기간 몸으로 경험하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나중에 들은 얘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쪽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끝으로 결심이 섰다면 조금 기다리더라도 지자체의 지원 제도를 활용하시라 권고드린다. 선도농가나 이웃, 행정기관에 문의하여 지원받을 길이 있다면 요건을 갖추어 대상자로 선정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투입을 줄이고 성공을 앞당기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밖에 작물에 걸맞는 토질과 바람의 방향, 농막 등 휴게 공간, 주차장 따위도 세심히 고려한다.
당신이 오랜기간 농촌의 삶터를 그토록 신중히 골랐듯이 평생의 일터 또한 마찬가지다. 시설 하우스가 고생길이 될지, 탄탄대로가 될지는 당신하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