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만화의 영웅들을 다시 보았다.
그때 그 시절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학교 농구장에서 뛰놀던 선배와 친구들도 이젠 어른이 되어 그만한 아이들을 가진 장년이 되었다. 오늘 그 만화의 영웅들이 그 시절의 모습을 하고 다시 농구 코트에서 뛰고 있었다. 반가웠다.
오늘은 송태섭이 그 주인공이다. 아버지와 어릴 적 자신의 농구 영웅이었던 형을 잃고 방황하는 송태섭이 그려졌다.
어릴적 형을 잃은 송태섭의 생각 너머로 가면을 쓰고 나온 인물이 등장한다. 그 가면은. 가면을 쓰고 코트에서 활약하는 그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우리는 가면의 인물을 다른 인물로 대치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을 그려넣기에 자신없고 위축된 송태섭 내면의 자아가 드러난 것이기도 하지만 영화에서 그려진대로 송태섭의 미래 모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며 그 당시는 가능하지 않을 어릴 적 송태섭이 꿈꾸던 가공의 인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나는 우리에게 영웅이었던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일면에서 나타난 것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며 영화를 보았다. 그 시절의 모든 친구들이 현재는 송태섭과 같은 아이들을 키워낸 당사자이기에 그시절 만화를 꿈꾸며 자라왔던 그 소년들을 가면과 대치해 보기도 했다. 코트란 인생의 축소판이기도 하기에. 그들의 아이들은 이미 또 다른 영웅들을 꿈꾸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물론 영화는 예전 만화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우리의 기억을 크게 배반하는 일이 없어 오히려 나는 반가웠다. 나이먹으면 새로운 기억을 처리하느라 크게 상심하고 반항하는 법이다. 많이 달라지지 않아 조카와 영화를 보며 기꺼워했다. 조카도 영화를 재밌게 본 모양이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오랜만에 눈과 기억속에서 즐겁게 호사를 누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