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이들을 위한 노각 오이의 세 가지 변신
지인이 직접 농사지은 수확물들과 직접 내린 더치커피를 들고 왔다.
이 더운 여름을 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지내야 했던가 생각하고 있던 나는,
농사를 짓는 이가 부럽기도 하고 한편 애를 많이 썼겠다 싶어 송구스럽기도 했다.
노각과 가지, 호박잎과 청양고추였다.
노각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친구였다.
늘 가늘고 여린 오이를 보다가 거죽이 누릿해진 늙은 오이를 보니 옛생각이 났다.
엄마가 여름이면 노각무침을 해주셨는데,
그때마다 껍질과 속을 긁어내고 가늘게 채를 썰었던 기억.
어린 마음에 왜 저 아까운 것을 다 버리나.. 싶었었던.
나도 엄마처럼 껍질을 벗겨냈다.
일단 맛있고 봐야 하니 그렇고, 껍질을 씹는 식감이 좋지 않아 그랬다.
역시나 그리운 옛맛이 재현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왜 여름마다 노각무침을 먹을 생각을 그동안 하지 않았던가.
이 맛있고 보드러우면서도 아삭한 식감을 왜 놓치고 살아왔지?
내가 너무 정신없이 바쁘게 일만하며 살아온 나날들을 괜스레 반성하게 되는 맛이었다.
세 개의 노각으로 세 가지 변신을 시도해봤다.
모두 성공적이었고,
무엇보다 더위에 지친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청량한 맛이 미치도록 더웠던 지난 여름을 잘 살아왔다고 다독이는 듯 했다.
[ 노각무침 ]
양념장 재료 : 고추장, 고춧가루, 소금, 마늘, 생강, 식초, 청양고추, 통깨, 참기름(또는 들기름)
만드는법 : 1. 껍질을 벗기고 속을 긁어낸 뒤, 반달모양으로 얇게 썬다. (가늘게 채를 썰어도 된다)
2. 소금과 식초를 넣어 버무린 후, 30분 정도 방치한다 (아삭한 맛을 더하기 위해)
3. 물기를 뺀 후, 양념장을 넣어 무친다. (양념장은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다)
[ 노각냉국 ]
재료 : 노각, 라임, 마늘, 파, 청양고추, 고춧가루, 통깨
만드는법 : 1. 노각을 손질한 후, 소금과 식초에 절여둔다.
2. 1에 마늘, 파, 고춧가루를 넣어 가볍게 무친다.
3. 라임즙을 짜낸 물을 붓고 청양고추와 통깨, 슬라이스된 라임 몇 장을 곁들인다.
4. 소금으로 마지막 간을 한다(집간장으로 간을 해도 된다).
* 라임의 식감이 안좋다면 빼도 좋다
[ 노각라임워터 ]
재료 : 노각, 라임, 물
만드는법 : 노각과 라임을 껍질째 슬라이스하여 물에 담근 후, 냉장고에서 하룻밤 냉침 한다.
* 레몬을 곁들여도 좋다.
노각은 여름에만 나는 오이로 여름철 더위 먹은 증상에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은 없다.
수분 함량이 좋고 칼슘과 섬유질이 많아 갈증을 해소하는게 탁월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목이 붓거나 마르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다스린다.
여기에 구연산과 비타민 C가 풍부한 라임을 곁들이면 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좋은 처방이 된다.
엄마의 손맛을 기억하며 만들어본 노각요리, 여름의 힐링푸드로 추천한다.
2017.8.17.
이현주
첫댓글 아 !
정말 군침이 절로 나네요.
어릴적 먹어보고 잊고 살았는데
보는것만으로도 고향생각과 부모님생각에 그리움이 묻어나네요.
오랜만에 여유롭게 그리운 부모님 생각을 해보면서 비오는 휴일을 보냅니다.
민들레꿈님 고맙습니다.
오늘도 고운맘으로 가슴을 쓰다듬어주셨으니 좋은일 가득하세요.
작년에는 강원도 홍천에서 노각을 여러개 보내주셔서 오이냉국이 담가먹으니
일반 오이와는 달리 맛이 좋더군요.
저도 집 앞 텃밭에서 노각오이 따다가
냉국 타주시던 엄마 생각나요..^^
오늘은 노각무침하렵니다
평소 하는거에 비슷해유~^^
노각무침은 청양초 다져넣고
깨소금 팍팍 쳐서 조물락하면 끝나쥬~^^
넘 맛있죠 이맘때 항상 그리운 노각 .
슥슥 밥비벼 먹고 싶네요
저도 노각오이 사다가
보경님 식초 섞어 냉국 타서
먹어야겠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노각오이는 품종이 일반 오이와는 달라서 맛도 다릅니다.
먹어봐야 느끼시겠지만, 오이냉국 만들면 맛이 좋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는 메론장아찌 무쳐야겠네요.
맛난 점심식사하시고 행복하세요..
잘보고 갑니다